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쟁탈전

2017.12.04 14:31:12 호수 1143호

‘아무말 대잔치’ 속 결국엔 홍준표 사당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이 상대방에 대한 공격으로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당내에선 자성의 목소리까지 제기되는 상황. <일요시사>는 연말을 뜨겁게 달굴 막말전쟁을 밀착 취재했다.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이 오는 12일 개최된다.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이주영(5선), 조경태·유기준·한선교·홍문종(4선), 김성태(3선) 의원 등이 자천·타천 후보들로 거론되고 있다. 출마가 유력했던 나경원 의원은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며 “중립지대에 있는 분들이 (당을) 이끌 수 있도록 통합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혀 모종의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수는 많은데…

아직 출마를 저울질 중인 이들은 최근 목소리를 높이며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중이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가 가감 없이 노출돼 원내대표 경선 이후 당 화합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체적인 구도는 친홍(친 홍준표) 대 비홍(비 홍준표)의 대결 양상이다. 비홍 측은 ‘사당화’ 카드로 홍준표 대표 측을 공격하고 있다. 원내대표는 비홍 계열이 맞아야 홍준표 사당화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갈등은 홍 대표의 경고 메시지 때부터 불이 불었다. 


홍 대표는 지난달 27일 SNS에 “최근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사당화 운운하며 또다시 계파 부활을 시도하는 못된 사람들이 있어 한마디 한다”며 “박근혜 사당 밑에서 고위 공직과 당 요직을 다 차지하면서 전횡하던 사람들과 아무런 소신 없이 바람 앞에 수양버들처럼 흔들리던 사람들이 이제와서 홍준표 사당화 운운하다니 가소롭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느 조간신문 칼럼에선 (이들을) 한국 보수의 기생충이라는 말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같은 날 당 홍보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는 “고름과 암덩어리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 새로운 정당으로 가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비홍 계열은 발끈했다. 원내대표 출마를 저울질 중인 이주영 의원은 “독불장군에게는 미래가 없다”며 “막말에 가까운 일부 표현은 당의 이미지를 더욱 비호감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은 경고 발언 하루 뒤 “어제도 홍 대표는 고름, 암덩어리의 막말을 쏟아냈다”며 “지금 보수의 혁신,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 대표의 막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태·기득권·부패 등 당에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고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 점점 고조되고 있는 안보와 경제위기에 어떤 대안을 갖고 대한민국의 유능한 보수정당, 신뢰할 수 있는 보수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장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박(친 박근혜)계로 분류되는 한선교 의원은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서 홍준표 사당화를 꺼내들었다. 홍 대표의 경고 메시지에 전면으로 반하는 행보였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못 들은 척, 못 본 척을 할 수 없어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키로 결심했다. 홍 대표의 사당화를 더 이상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며 전격 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당내 기반이 약한 홍 대표는 이미 복당파와의 손익 계산이 끝난 듯하다”며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당직은 물론 수석대변인까지도 복당파로 채웠다. 원내대표마저 복당파로 내세워 그만의 화룡점정으로 찍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친홍 대 비홍…과연 결과는?
너도나도 막말, 통합은 난항


여기저기서 이같이 반발하자 홍 대표도 발끈했다. 

한 의원을 향해 “박근혜 사당화 7년 동안 아무런 말도 못하더니만 홍준표 5개월에 사당화 운운하는 사람들을 보니 참으로 가관”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보수를 팔아 선수만 채운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해야 할 사람들이 자기 역량으로 의원들로부터 표를 얻을 생각은 하지 않고 당 대표를 공격하거나 당 대표 팔아 원내대표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 경고했다.

수장의 공격에 친홍계도 화력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 친홍계인 장제원 의원은 한 의원 출마에 대해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가 뛴다’는 옛 속담이 어울리는 기자회견 잘 봤다”며 “정치판에 들어와 아무런 존재감도 없이 스캔들이나 일으키며 허송세월을 보내더니 심심했나 보다”고 평가절하했다.

앞서 장 의원은 “한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하면서 ‘수석대변인까지 복당파로 임명해 복당파와 홍 대표 간에 손익계산이 끝난 듯하다’ 이야기 했는데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며 수석대변인직 사퇴를 선언한 바 있다.

홍 대표의 최측근인 이종혁 최고위원도 “대통령을 지켜야 할 때 납작 엎드려 바퀴벌레 같은 짓을 하는 자들이 있어 바퀴벌레 같다고 하고, 우파 정당을 망하게 만든 암적 존재가 있어 암 덩어리라고 하고 도저히 생살로 돋아날 희망이 보이지 않아 고름이라 지적하는 당 대표의 정치적 수사를 막말이라 대드는 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게 자신들을 겨냥한 것 같아 아프신 모양”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나경원·한선교 의원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었다.

갈등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후보군 중 한 명이자 대표적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은 “보수의 언어는 품격이 생명인데 (홍) 대표가 품격의 정치를 거부하면서 당의 품위가 저잣거리 난장판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후보군 중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김성태 의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지금은 뼈를 깎는 고통으로 자기혁신을 감내해야 할 상황인데 계파갈등이라고 비난하면서 상황을 호도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겉으로는 계파통합과 계파주의 배격을 내세우면서 사실상 내부 견제에 나서는 것이야 말로 구태의연한 계파주의적 행태”라고 작금의 갈등을 표현했다.
 

초기 원내대표 경선은 홍 대표와 바른정당 통합파가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박(비 박근혜) 김성태 의원과 친박으로 대표되는 홍문종·유기준 의원의 빅매치로 예견됐다. 이에 홍문종·유기준 의원의 후보 단일화 여부가 최대 변수였다. 

도긴개긴

그러나 비교적 친박 색채가 옅은 이주영·조경태 의원이 합류하면서 당내 초·재선이 제3지대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의원은 홍 대표가 사실상 지지하는 김성태 의원의 출마로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는 것을 망설였지만 최근 친박계 의원들의 설득으로 출마 의지를 다시금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때아닌 ‘홍판표’ 논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홍판표’서 ‘홍준표’로 개명한 이유를 직접 밝혔다.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에 “내 개명절차에 대해서 하도 헛소문이 많아서 해명한다”며 “청주지검 초임검사 때 청주지법원장을 하시던 윤영오 법원장님과 어느 날 둘이서 같이 저녁을 먹다가 법원장님께서 판사도 아닌데 이름 중간자가 판자로 되어 있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하셨다. 그래서 개명을 하라고 말씀하시기에 청주에 있는 검찰청 소년선도위원인 역술가 류화수님으로부터 중간 이름을 ‘판’자와 뜻이 똑같은 ‘준’자로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가 해명에 나선 이유는 이주영 의원이 최근 사석서 과거 홍 대표와 청주지법~지검서 각각 형사단독판사와 초임검사로 조우했을 당시 ‘홍판표’던 홍 대표의 이름을 개명시켜 운을 트이게 해줬다는 취지로 말했기 때문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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