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변 ‘노부부 사망’ 미스터리

2017.11.29 17:29:57 호수 1142호

사이비 교주 따라갔다 실종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이단종교에 빠진 딸이 교주와 짜고 노부모를 북한강변 다리 밑에 버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아버지는 익사체로 발견됐고 어머니는 행방불명 상태다. 경찰은 종교적인 문제가 엮여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하지만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어머니는 아직 실종 상태고 함께 숙식하던 종교단체 회원들도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수사는 답보상태. 노부부 미스터리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3시쯤 경기도 가평군 북한강의 한 다리 밑. 한 노인의 시신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마을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숨진 노인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신원 파악 작업을 벌인 경찰은 익사자가 경기도 가평군에 사는 이모(83)씨인 것으로 확인했다.

딸이 키맨

경찰은 이씨의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그의 몸에선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진 않았고 사인은 익사(물에 빠져 사망)로 판정됐다. 

경찰은 이씨가 뜻밖의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시신을 인도하기 위해 이씨의 가족을 수소문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딸 이모(43)씨를 찾아 연락했다. 집은 시신이 발견된 지점서 약 20㎞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었다. 

이씨는 “아버지가 맞다”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손을 잡고 같이 놀러 나간 걸로 알고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부모가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이씨는 실종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연락이 닿지 않는 이씨의 아내 전모(77)씨를 찾기 위해 수사팀을 꾸렸다. 그리고 은밀하게 딸 이씨를 조사했다. 이후 깜짝 놀랄만한 사실이 포착됐다. 경찰이 이씨의 집 주변에 설치된 CCTV 조사 결과 부모가 함께 집을 나갔다던 딸 이씨의 진술과 다르게 아버지와 어머니가 따로 외출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CCTV에는 딸과 다른 사람이 탄 봉고 차량에 부부가 태워지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딸 이씨의 거짓말을 확인한 경찰은 봉고차량에 탄 인물을 추적했다. 차 속에는 이씨와 친분이 있는 임모(63·여)씨가 있었다. 
 

경기 가평경찰서는 지난 19일 존속유기 혐의로 딸 이씨를, 유기 혐의로 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각각 신청했다. 

딸 이씨는 경찰에서 “아버지는 ‘경치 좋고 공기 좋은, 조용한 곳에 내려달라’고 했고 어머니는 ‘아버지와 같은 곳에 내려달라’고 해서 차에 태워 북한강에 내려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반면 임씨는 “평소 이씨 부부가 ‘천국에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이씨가 ‘도와달라’고 요청해 이씨 부부를 차에 태웠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기 좋은 곳 내려달라 했다” 주장  
종교 연관성 조사…없어진 아내는?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미국서 30년간 살다 3년 전쯤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후 2016년 10월부터 가평군의 한 집에서 살아왔다. 미혼인 딸 이씨는 국내서 영어강사로 활동했으나 “학원 일이 힘들다”며 한 달 전 그만 뒀다고 한다. 

경찰은 “딸 이씨는 임씨가 이끄는 종교단체의 신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임씨는 과거 기독교 종파의 목사로 활동했으나 수년 전 ‘거룩한 무리’라는 이름의 교회를 만들었다. 일부 교인을 모아 숙식형 종교집단의 수장 행세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씨는 ‘편안한 삶’을 위해 종교를 창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교단이 있거나 교회 건물이 있는 것은 아니고 마음이 맞는 이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면서 대화하고 기도하는 종교”라고 설명했다. 신도들도 임씨를 교주가 아닌 ‘선생님’으로 불렀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씨의 집은 방이 4개 있는 214.5㎡(65평) 규모다. 이씨 부부와 딸 이씨 말고도 다른 가족 3명도 살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도 임씨가 이끌고 있는 종교단체의 신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의 수사에 “잘 모른다”며 일절 진술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임씨는 딸 이씨와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이씨의 집을 자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임씨의 종교를 따르면서 종교적 문제 등으로 부모와 다퉜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또 현재 실종된 전씨를 찾기 위해 북한강변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부부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거룩한 무리?

경찰 관계자는 “딸 이씨와 임씨가 이후 ‘모른다’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데다 주변 인물들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임씨가 이끄는 단체가 이씨의 사망과 전씨의 실종 등과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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