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660명’ 에이즈 감염자 어디로?

2017.11.13 11:01:20 호수 1140호

‘연락두절’ 정부가 놓친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부산서 한 여성이 에이즈 발병 사실을 숨긴 채 성매매하다 발각되는 이른바 ‘부산 에이즈 여성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600여명의 에이즈 감염자와 연락이 두절되는 일까지 일어났다. 최근 불거진 에이즈 사태는 ‘인재’라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일요시사>가 그 배경을 살펴봤다.
 

 



에이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편견은 감염자들의 잠적 등 최악의 사태를 유발한다. 에이즈 감염자들은 사람들의 시선에 갇혀 고립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정확한 에이즈 감염자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증가 추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본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에이즈 감염자는 10년새 2.6배 늘었다. 신규 에이즈 감염자 수는 2007년 740명으로 집계됐지만 3년 후인 2010년에는 773명, 2013년에는 1013명, 지난해 1062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성 접촉이 활발한 젊은 층에서 급속하게 환자 수가 불고 있다. 

그중에서도 10대 에이즈 감염자는 10년 전에 비해 4.2배가 증가했다. 전체 증가폭보다 높은 수치다.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0대 에이즈 감염자는 99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이 숫자가 417명까지 늘었다. 60대 3.1배, 50대 2.9배, 20대 2.8배, 40대 2.4배, 30대 2.1배 등과 비교해 가장 높다.


전국에 에이즈 공포를 확산시킨 ‘용인 에이즈 사건’의 경우도 감염자는 15세의 어린 여학생이었다. 해당 소녀는 중학생이던 지난해 8월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10여차례 성매매했고 올해 5월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자신이 에이즈 감염자인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경찰은 이 소녀와 성관계를 맺은 남성을 추적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성매매에 이용된 채팅앱이 나이와 성별만 클릭하면 누구든지 접속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용인·부산서 감염 여성 성매매 확인
채팅앱 이용…상대 남성들 확인 불가

‘부산 에이즈 사건’ 역시 채팅앱을 통한 만남이었다. 이 여성은 2010년 성매매를 하다 에이즈에 감염됐다. 그럼에도 지난 5월부터 10∼20차례 성매매를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과정서 여성과 동거 중이던 남자친구가 그녀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고도 성매매를 알선한 정황이 발견되면서 충격을 더했다. 문제는 용인서와 같이 부산 역시 성매매 대상과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에이즈는 1980년대 초 미국서 처음 발견된 새로운 전염병이다. HIV 감염으로 면역능력이 떨어져 기회 감염이나 악성종양이 발생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감염 경로는 HIV 감염자와의 성 행위, HIV 감염자와 정맥용 마약 주삿바늘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 산모로부터 태아로 감염이 전파되는 수직 감염 등이다.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할 경우 감염 위험이 96%까지 감소한다. 집중적인 관리·감독이 진행된다면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용인·부산 에이즈 사건이 전형적인 인재라고 불리는 이유다.

앞서 두 사건으로 에이즈 관리에 구멍이 발견되면서 보건당국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체 에이즈 감염자 가운데 5.5%인 660명의 소재 파악이 불분명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나 비상이 걸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HIV/에이즈 감염인 신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연락불가 HIV/에이즈 감염자는 총 660명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 관리·감독 ‘구멍’
사회적 시선에 미신고도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로는 에이즈 감염자가 주소지나 전화번호 변경 시 보건소장에게 이전 및 변경신고 등을 할 의무가 없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5조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르면 감염자를 진단하거나 감염자의 사체를 검안한 의사와 의료기관은 감염자를 관할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이후 해당 보건소는 시·도를 거쳐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한다. 지역보건소는 실명 신고된 이들 감염자에 대해 진료기관으로의 연계, 상담, 진료비 지원 등 지속적인 관리를 시행한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연락두절이 치료거부를 뜻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제출한 최근 5년간 HIV/에이즈 감염자 진료현황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생존감염자의 치료율은 매년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만795명이 진료를 받았는데 이는 등록된 생존감염자 1만1440명의 94.4%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 5년간 진료를 받지 않은 에이즈 감염자의 숫자는 평균 650명이다. 구체적으로 2012년 630명, 2013년 744명, 2014년 653명, 2015년 619명, 지난해 645명 등이다.

현재 진료비의 90%는 건강 보험에서 급여 중 본인부담금 10%는 환자가 지역보건소에 실명 등록할 경우 국비와 지방비로 지원된다. 그럼에도 비진료 에이즈 감염자가 평균 650여명에 달하는 것은 그 배경에 불신이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감염자들은 실명 등록을 꺼린다. 보건소와 연락을 주고 받는 과정서 감염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사회적 편견의 벽에 막혀 도움의 손길조차 거절하는 상황이다.

편견 해소해야

김승희 의원은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꿀 수 있는 정부 대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에이즈 환자들이 보건소의 관리를 통해 자발적으로 적시에 치료에 참여하고 전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티나는 ‘에이즈 키트’

지난달 10일과 19일 여성 에이즈 감염자가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경찰은 상대 남성을 찾기 위해 추적에 나섰지만 난항에 빠져있다. 에이즈 감염자 가운데 5%가량이 연락두절 등의 이유로 소재 파악이 안 된다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에이즈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서 에이즈 감염 사실 확인을 위한 ‘에이즈 자가 검사 키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진단 키트의 인기가 치솟은 이유로는 감염 의심자들이 개인정보를 숨기기 위해 보건소 등 의료기관 방문을 꺼린다는 점, 집에서 간편하게 키트만으로 감염 가능성을 알 수 있는 점 등이 꼽힌다.

부산 에이즈 여성 사건이 발생한 부산의 한 약사는 “하루에도 몇 명씩 찾아와 제품을 찾고 사용 방법이나 부연 설명도 듣지 않은 채 구매해간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쉬쉬할 게 아니라, 진단키트에 양성 반응이 나올 경우 의료 기관에 방문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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