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특수’ 평창 바가지 주의보

2017.11.13 10:51:11 호수 1140호

닭볶음탕 10만원 인터넷도 돈 내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휴가철이나 연휴가 되면 ‘특수’라는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지난 추석 연휴와 맞물려 최장 10일간의 휴일이 생겼을 때도 “최장기 휴일을 맞아 여행업계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졌다. 특수는 휴가나 연휴 등의 정해진 기간 동안 반짝 판매량이 늘어나는 등의 변화를 말한다. 문제는 ‘반짝 특수’ 기간을 이용, 한탕을 노리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7말8초(7월말 8월초)’ 여름휴가 기간이 되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산과 바다, 계곡으로 떠나는 여름 여행은 신나지만 피서지서 만나는 바가지 요금이 짜증을 유발한다. 오죽하면 ‘여름휴가 성수기 바가지 요금 피하는 방법’에 대한 게시글이 인기를 누린다. 휴가철을 맞아 단단히 한몫을 잡아보려는 장사‘꾼’들이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때는 이때다?

지난 7월말 여름휴가로 강원도 여행을 갔던 윤모씨 가족(6인)은 모든 게 비수기보다 2∼3배는 비싼 가격을 접하고 당황했다. 펜션은 1박에 40만원까지 치솟았고, 계곡 근처 식당에선 닭볶음탕 한 그릇(4인 기준)에 10만원을 불렀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챙겨간 재료가 있긴 했지만 매 끼니를 해결할 순 없던 윤씨네 가족은 ‘울며 겨자먹기’로 맛만 보고 자리를 떴다.

올해도 여름휴가철 성수기 전후로 전국 각지의 바가지 요금 실태가 SNS 등을 통해 알려졌다. 계곡으로 놀러가 평상에 앉으려 하면 자릿세를 요구하는 것은 예사였고, 백숙 1마리에 7만원을 호가하는 ‘금백숙’도 나왔다. 


닭 1마리, 수육, 파전 등으로 구성된 4인 세트가 20만원에 달하는 식당 메뉴판까지 등장했다.

숙소가격이 무려…2명 1박에 40만원
‘한철 노린 한탕’ 수배∼수십배 껑충

여름 휴가철이나 연휴가 되면 정부나 정치인들은 내수 활성화를 위해 국내 여행을 권한다. 지역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을 내세우기도 한다. 정부에선 이를 위해 임시공휴일을 지정하고 연휴 기간 고속도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조치한다.

문제는 이 같은 노력이 유명 여행지나 피서지의 바가지 요금에 전부 물거품이 된다는 점이다. 국내 여행을 꾀했다가 바가지 요금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돈을 조금 더 들여 해외로 떠나는 게 낫다고 토로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국내여행 관련 민원은 하계 휴가철인 7월과 8월에 집중됐다. 불만 사항 중에서 주차비, 택시비, 숙박비 등 요금 관련 민원이 절반에 가까운 응답(43.1%)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정부나 지자체서 바가지 요금 근절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그 효과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그 사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서 바가지 요금 문제가 불거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내년 2월9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평창, 강릉, 정선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범세계적 축제다. 2011년 동계올림픽 유치권을 따내고 그로부터 6년이 지난 현재 지자체와 정부는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이나 국내 주요 일정을 소화할 때 평창올림픽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최순실 평창 땅으로 인한 악재가 발생했고 이는 평창올림픽에 대한 국민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쇼트트랙 등 인기 종목의 입장권이 최고 55만원에 달하는 등 높은 가격도 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꺾고 있다. 경기장과 인프라 공사는 완공 단계에 이르렀지만 한 번 식은 열기는 쉽게 달아오르지 않았다.


이 같은 분위기서 평창올림픽이 ‘바가지 올림픽’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숙소, 주차권 등의 가격이 평창올림픽을 86일(지난달 12일 기준) 남은 현재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초리는 싸늘하다. 안 그래도 호응도가 낮은 상황인데 바가지 요금 문제까지 불거지자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

실제 올림픽이 치러지는 평창, 강릉, 정선 3개 도시 부근의 숙박시설은 평소와 비교해 8배, 심하면 9배까지 치솟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숙박 예약 사이트인 호텔스컴바인에 따르면 평창에 위치한 한 펜션의 경우 11월8일 기준 성인 2명이 1박을 묵는 데 드는 돈은 4만2000원이다. 여기에는 아침식사도 포함돼있다. 

그러나 내년 2월9일 평창올림픽 개막일에 맞춰 성인 2명이 1박을 예약하려면 36만6000원이 필요하다. 불과 석 달 사이에 가격이 9배 이상 폭증하는 셈이다.

정선의 경우 11월8일 기준 성인 2명이 1박을 예약하는 데 5만원이 드는 반면 내년 2월9일에는 같은 방이 21만원까지 치솟는다. 강릉 시내 중심서 가까운 호텔은 11월8일 성인 2명 기준 4만7000원에 예약이 가능하지만 내년 2월9일 기준으론 34만원으로 8배 가까운 돈을 줘야만 예약이 가능하다.

한달 주차권 530만원
서울 공영주차장 26배

숙박업소 관계자들은 ‘올림픽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수기에 비해 폭등한 숙박업소 가격에 누리꾼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전 세계적 행사를 관람하기 위해 숙소를 알아보던 이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신모씨는 “아내와 함께 피겨 스케이팅 경기를 보고 싶었는데 숙소 요금이 너무 비싸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숙박업소뿐만이 아니다. 평창올림픽 일정이 포함된 내년 1월26일부터 2월28일까지 모든 시설에 주차할 수 있는 주차권은 4715달러, 우리 돈으로 약 531만원에 이른다. 서울시 공영주차장 요금은 1급지 기준으로 월 정기권이 최대 20만원인데 서울시와 비교해 무려 26배가 비싼 셈이다. 비싸다는 인천공항 주차요금과 비교해도 7배 가까이 높은 금액이다.
 

2014년 러시아서 열린 소치동계올림픽서 전 구역에 주차할 수 있는 주차권은 12만8000루블이었다.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420만원 정도다. 평창올림픽이 100만원이나 비싸다. 

시중에선 1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소켓 4개짜리 멀티탭은 700달러(80만원) 이상을 줘야만 살 수 있다.

전용인터넷을 사용하려 해도 많은 돈을 내야 한다. 가장 느린 5Mpbs에 2100달러, 가장 빠른 100Mbps에는 2만1700달러(약 2434만원)가 필요하다. 가정서 사용하는 인터넷 최고 속도(1Gbps)와 비교해 10분의 1수준이다. 

그나마 7월 기준으로 책정된 전용 인터넷 가격은 지난해 외신들의 항의로 30% 이상 낮춘 것이다.

부르는 게 값

해당 사실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입장권 판매도 부진한 상황서 국민들의 관심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적절한 공급 확대를 통해 자칫 국격을 해칠 수 있는 숙박 바가지 요금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라며 “행정지도와 업계 협의, 적정 가격 업소 정보 제공 및 해당 업소에 대한 우선 예산 지원 등으로 숙박가격 안정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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