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대 선 총수들 구형-실형 비교해보니…

2017.11.10 12:07:58 호수 1139호

10년 때려도 금방 나오더라∼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국내 재계 오너일가가 재판정에 선 일은 비일비재하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들에 대한 검증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법정에 선 총수들은 검찰로부터 구형을 받는데 실형과는 어떤 차이를 보였을까. 검찰과 총수와의 법정 다툼을 확인했다.
 



지난해 롯데 비리수사를 시작한 검찰이 롯데 오너 일가에 각각 혐의에 따라 구형했다. 검찰과 롯데간 법정 공방이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재계에선 검찰의 구형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롯데 멘붕

시계를 지난 1일로 돌려보면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 심리로 열린 신격호 총괄회장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범행을 최초로 결심하고 지시했다는 점에서 실행을 주도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과 함께 주범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가장 높은 수준의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틀 전 검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000억원을 구형했다.


롯데 측은 검찰의 구형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당황한 기색이다. 실형을 면하기 어려운 검찰의 구형이기 때문이다. 재계 역시 검찰의 이번 구형을 두고 신격호 부자의 집행유예 작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과거 재벌과 검찰간 법정 다툼서 구형과 실형의 괴리는 어느 정도였을까. 가깝게는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경우가 있다.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측에 뇌물을 건네기 위해 298억원을 횡령했다고 판단하고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법원의 판단은 징역 5년이었다. 삼성과 특검측은 나란히 항소를 하면서 2심 법정 공방을 이어가게 됐다.

1034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에 900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2006년 구속 기소됐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검찰로부터 징역 6년형을 구형받았다. 

법원의 판단은 검찰보다 약했다. 정몽구 회장은 1심에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났다. 정 회장은 2008년 8월15일 광복절 사면대상에 포함돼 사면됐다.

SK그룹도 총수가 법정에 서면서 검찰과 법리적 공방을 벌여야 했다. 2003년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및 20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징역 6년을 구형받았다. 1심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보석으로 풀려난 뒤 항소심에선 집행유예 5년이 추가됐다.

재계 사범 갈수록 높아지는 구형량
검찰 판단보다 가벼운 선고 수두룩

2012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동생 최재원 부회장과 공모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4년을 구형받았다. 
 

법정은 최 회장에게 검찰의 판단과 같은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최 회장과 검찰은 나란히 항소했고 검찰은 구형량을 2년 높여 징역 6년을 구형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이 중간에 진술을 번복한 것이 이유였다.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다툼 끝에 법원의 형량은 바뀌지 않고 원심이 유지되면서 법정 다툼이 마무리됐다.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수석 부회장의 형량도 주목받았다. 검찰은 그를 징역 5년을 구형했는데 1심서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013년 9월 항소심서 횡령과 배임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6월을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았다. 대법원서도 고법과 같은 판단을 내리면서 SK그룹 총수 형제가 모두 실형을 살게 됐다. 최 회장은 2년 7개월간 복역하다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재판서 검찰과 법리 다툼을 벌였다. 이 회장은 2013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듬해 1월 검찰은 이재현 회장에 징역 6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이 회장과 검찰은 쌍방항소를 했고 검찰은 이 회장에게 1심보다 약한 징역 5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법원도 2심에서 약한 형을 선고했다. 

징역 3년과 벌금 252억원이 선고된 것. 이후 쌍방항소 결과 대법원으로 판단이 넘어갔고 대법원은 파기환송하면서 최종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에 포함돼 사면받았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2006년 형인 고 박용오 전 두산 회장, 박용성 전 두산 회장과 회삿돈 326억원을 횡령하고 비자금 366억원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1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원이 선고됐다. 쌍방항소까지 갔지만 같은 형량이 확정됐다.

지난 2012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는 회사와 주주들에게 3000억원대 손실을 입힌 배임 혐의 등으로 징역 9년과 추징금 1500억 원을 구형했다. 1심은 김승연 회장에게 징역 4년 벌금 51억 원을 선고했다. 이후 파기환송심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재벌총수 가운데 가장 높은 형량을 받은 사람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창업주다. 김 창업주는 2006년 검찰에 20조원대 분식회계와 9조8000억원대 사기대출 혐의 등으로 1심서 징역 15년과 추징금 23조원을 구형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검찰보다 낮았지만 징역 10년과 추징금 21조원을 선고하면서 중형을 내렸다. 김 회장은 항소심서 징역 8년6개월,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000억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은 조세포탈과 횡령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섰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7년과 벌금 70억원을 구형했다. 법원은 1심서 징역 4년6월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까지 법정다툼이 이어져 징역 3년6월에 벌금 6억원으로 형이 확정됐다.

또 집행유예?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체적으로 재벌 총수 재판서 구형보다는 선고 형량이 가벼운 경우가 많다”며 “항소 끝에 집행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재벌에 대한 사회적 의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사회적인 인식과의 괴리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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