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총장 내정으로 탄력 받는 저축은행 수사

2011.07.16 13:45:00 호수 0호

‘한방’ 노리는 검찰에 정·관계 ‘후~덜덜’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김준규 전 검찰총장의 퇴임식이 지난 13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청와대는 지난 4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국회에서 수정 통과된 것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한 김 전 총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지난 15일에는 청와대가 차기 검찰총장으로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내정했다. 새로운 검찰총장이 내정됨으로써 저축은행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관계는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며 검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전 총장 “끝장 보라” 당부와 검찰 신뢰회복 위해
정·관계, 금융당국, 브로커 등 강도 높은 수사 이뤄져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철저한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촉구하며 사퇴함에 따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김 전 총장은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전국에서 진행 중인 저축은행 관련 비리 수사를 철저히 해 주기를 바란다. 특히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대해 국민은 모든 것이 밝혀지기를 원한다. 끝까지 수사하고 ‘끝장’을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15일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신임 검찰총장으로 내정함으로써 수사는 더욱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방 노리는 검찰

지난달 말 국회에 통과된 검·경 수사권 문제로 검찰 수뇌부들이 줄사표를 내고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등 검찰로서는 치욕의 기간이었다. 검찰 내부 분위기도 ‘쉬쉬~’ 하며 태연한 반응을 보였지만 속내는 새로운 수장이 내정될 때까지 분위기를 추스르는 등 내심 칼을 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장은 사퇴 직전 서울서 열린 세계검찰총장회의에서 부산저축은행 측 거물급 로비스트 박태규(72?캐나다 체류 중)씨 조기송환과 함께 캄보디아 캄코시티 개발사업 관련 은닉자금 환수를 위해 캐나다와 캄보디아 검찰 측의 협력을 요청했다.

검찰은 또 지난 6일 부산저축은행이 추진한 효성지구개발 관련 전문브로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하는 등 저축은행 관련 수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저축은행 비리는 끝장을 볼 것”이라며 “차기 검찰총장과 국정조사에 상관없이 수사는 지속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중수부는 ‘검찰총장이 명하는 범죄사건의 수사’를 담당하는 것으로 돼 있어, 총장의 부재로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전 총장의 ‘마지막 당부’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 대검 중수부는 지난 6일과 7일 수억원을 받은 이모·유모씨 등 3명을 잇따라 구속했고 지난 8일에는 부산저축은행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운영·관리하던 영업팀 소속 전 직원 이모씨를 구속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정·관계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이 아니다. 수사 초기에 나올 법한 수사 결과다. 이에 대해 “4개월 가까이 수사해 왔고 지난달까지만 해도 정·관계 거물급 인사들에게 칼날을 겨누던 중수부의 모습과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중수부는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구속을 시작으로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민주당 서갑원 전 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을 잇달아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고삐를 조여 왔다.

특히 김 전 총장은 이 사건을 ‘서민에 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수사를 독려했다. 그는 지난달 6일 중수부 수사 기능 폐지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검찰은 수사로 말하겠다”고 할 정도로 강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수사 결과라는 평가다.

특히 김 전 총장의 사퇴로 검찰이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지면서 총장 직할부대인 중수부가 구심점을 잃고 무력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후임 총장 임명 등 검찰 인사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컸던 것도 변수였다. 한 검찰 관계자는 “중수부 수사는 총장이 직접 지휘해 왔다는 점에서 총장 부재 상황에선 수사의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 정부 정·관계 인사에 대한 로비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박태규씨의 신병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반면 김해수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 기각 등으로 인해 잠시 주춤한 것일 뿐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잠시 움츠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한상대 검찰총장이 내정되자 상황은 급변하는 분위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사퇴하는 김 전 총장과 한 신임 총장의 뜻을 잘 받들어 검찰의 신뢰회복을 위해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정관계 의혹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할 것이다”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정·관계는 부산저축은행이 명절 ‘떡값’을 통해 관리해온 정·관계 인사가 40명 선에 이른다는 첩보에 노심초사하며 수사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검찰은 떡값 수수 사실이 밝혀져 기소된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 외에 관리대상에 포함된 인사들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부산저축은행이 지난 수년간 명절용 떡값 차명계좌를 별도로 만들어 놓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의 고위 공직자들에게 총 3억원의 떡값을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저축은행이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소속 의원들에게 제출한 떡값 관련 계좌목록 자료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은 조모씨와 임모씨 등 임직원 명의로 명절 떡값 차명계좌를 만들어 놓고 한 번에 수천만원씩을 인출해 고위 공무원들에게 100만~200만원씩의 떡값을 현금으로 돌렸다.

국정조사특위 관계자는 “떡값용 차명계좌는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이나 김민영 부산저축은행장의 지시로 만들어져 명절 때마다 현금으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떨고 있는 정·재계



지난 14일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 첫 회의가 증인 채택 문제로 파행을 빚었지만 검찰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새로운 총장이 내정된 만큼 그동안 지지 부진했던 수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가 크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 중 한명인 브로커 박씨를 인터폴에 공개수배하는 등 수사에 물꼬를 트고 있다.

‘한 방’을 노리는 검찰의 움직임과 속속 드러나는 사실에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긴장에 떨고 있다. 행여나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 것을 염려한 탓이다. 사실이 아닐지라도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것만으로 자신의 이미지에 크게 손상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큰 오점으로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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