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홍서전쟁 관전포인트

2017.10.30 10:28:34 호수 1138호

선택의 시간 “줄을 서시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양측 모두 칼을 빼들었다. 뒤가 없는 전쟁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친박 청산’을 선언했고, 당 윤리위원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을 의결했다. 격분한 서 의원은 홍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성완종 사건’을 거론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한국당 의원들에게 ‘친홍(친 홍준표)계냐’ ‘친박(친 박근혜)계냐’라는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빼든 칼끝은 ‘1호 당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을 겨눴다. 홍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 이들 세 사람에 대한 ‘탈당 권유’ 안건을 처리했다. 당 윤리위 소집은 홍 대표 직권으로 이루어졌다. 손수 친박의 목을 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생결단

윤리위 직권 소집은 홍 대표 입장서 승부수다. 친박 청산에 성공할 경우 ‘박근혜당’서 ‘홍준표당’으로의 변신에 성공할 수 있지만, 자칫 실패할 경우 당 대표직을 내려놔야 할 정도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류석춘 당 혁신위원장은 이번 출당 조치에 대해 “홍 대표의 정치적 생명이 걸려 있는 일”이라며 사안의 엄중함을 환기했다.

이 같은 점을 의식했는지 홍 대표는 윤리위 의결이 있고 난 후 친박계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제 우리는 박근혜의 환상서 벗어나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을 보고 자란 딸이라서 박 대통령의 반(半)만큼은 하지 않겠나 하던 보수우파의 기대와 환상도 버려야 할 때다. 동정심만으로는 보수우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없다. 그러기에는 현실은 너무 냉혹하다.”


더 나아가 홍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을 인용하며 “망하는 길로 가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혁신에 반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고 반발 세력에 단단히 경고했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분노했다. 특히 서 의원은 분노를 넘어 홍 대표가 가장 아파할 부분을 언급하며 ‘가만히 앉아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홍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받던 중 자신에게 전화해 “전달책 윤모씨의 항소심 법정 진술을 번복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윤씨는 지난 2013년 서 의원에 대한 평전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를 집필하는 등 ‘특수 관계’다.
 

사태는 국정감사에까지 번졌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서 의원이 밝힌 증거 녹취록을 당에서 가지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법사위서 그는 “서 의원과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 간에 오간 대화는 ‘윤씨가 진술을 번복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칼 빼든 홍 ‘친박 청산’ 천명
‘성완종’ 반격, 되치기 노린다

홍 대표는 현재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의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서 의원의 발언, 이 의원의 녹취록 공개 여부에 따라 재판의 흐름이 홍 대표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이다. 

만약 대법원서 결과가 뒤집힌다면 홍 대표는 당 대표직을 상실함은 물론 당원권까지 정지된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혈전’에 당 의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박근혜·서청원·최경환 세 사람의 출당을 확정할 최고위원회의·의원총회가 다가오고 있지만, 양측의 설전에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결정할 최고위원회의부터 안갯속이다. 9명으로 구성된 당 최고위는 박 전 대통령 출당에 대해 찬성 4명, 반대 3명, 유보 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와 그의 측근인 이종혁 최고위원, 보수 대통합 추진위원회서 활동하는 이철우 최고위원 등 3명은 출당 찬성파로 분류된다. 이재영 청년 최고위원도 찬성표를 던질 것이란 게 당내 중론이다.
 


반면 이재만 최고위원은 공개적으로 출당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태흠·류여해 최고위원은 일단 ‘보류’ 입장이지만 박 전 대통령을 쫓아내는 모양새로 가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원내지도부인 정우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향방을 좌우하는 ‘키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원내대표는 “표 대결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김 정책위의장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줬어야 한다”고 당 지도부를 비판한 바 있다. 의견을 종합하면 최고위 내 찬반 의견은 백중세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제명도 예측 불가능하긴 마찬가지다. 친박계가 당내 주류지만 그 속에서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두텁다. 친박계가 홍 대표의 공세에 조직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몇몇 의원들의 저항에 그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이장우·김진태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서 홍 대표의 결정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지만 대구·경북(TK) 의원들을 비롯해 나머지 친박계 의원들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홍 대표에게 상황이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당내에선 아직 친홍계가 확실히 자리 잡지 못했다. 

당 관계자는 “친홍계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런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홍 대표는) 자기 계파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박이야 두 사람(서청원·최경환) 제명에 찬성표를 던지겠지만, 의총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사람의 제명안이 의총에서 가결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전투구

이 때문에 계파 전쟁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부결되면 정치적 명운이 흔들릴 수 있는 홍 대표 입장에서 함부로 의총을 소집해 제명안을 표결에 부치기 부담스럽다. 의원들이 동료 의원을 제명하는 데 찬성표를 던지기 꺼려한다는 정치공학적 배경도 홍 대표의 결정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연말로 예정된 한국당 차기 원내대표 경선까지 계파 전쟁이 계속될 수 있다고 당내 인사들은 보고 있다. 이 기간 부동층의 고민 또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독자적 핵무장론 노림수

방미 중이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폭탄 발언을 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독자적 핵무장에 나설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최후의 수단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핵무기 확산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기본 입장과 전면 배치되는 발언이다.

이를 의식했는지 홍 대표는 “전술핵 재배치가 미국이 추구하는 세계 핵질서에 역행할 수 있다는 여러 우려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김정은과 같은 전쟁광이 핵무기로 위협하고 있는데 대화와 평화만을 외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을 핵인질로 만들고 한반도를 핵전쟁의 위기로 몰아넣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의 독자적 핵무장론은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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