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주택 특혜 의혹

2017.10.23 10:23:45 호수 1137호

누구 위한 사업? 대기업 배만 불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민우 기자 = 청년들 주거문제해결을 위한 서울시의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곳곳서 삐거덕거리고 있다. 이 과정서 특정 기업의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다.
 



서울시가 지난해 4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역세권 2030청년 주택사업’(이하 청년주택)은 박원순 시장이 민간자본의 임대주택 사업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발표한 임대주택 정책이다.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의 임대료로 공급된다.

서울시가 구상하는 공급물량은 총 5만호. 올해 목표는 1만5000호다. 서울시내 곳곳서 민간 토지주들이 청년주택 사업을 신청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사업 신청은 180여건에 달한다. 현재 45개소서 추진 중이다. 

이중 사업승인이 떨어진 지역은 ▲용산구 한강로 2가 2-350(삼각지역·1916가구) ▲서대문구 충정로 3가 72-1(충정로역·523가구) ▲마포구 서교동 395-43(합정역·1117가구) 등 3곳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각종 논란과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시끄러운 상황이다.

사업자만 이익?

먼저 보증금과 월세가 도마에 올랐다. 첫 삽을 뜬 삼각지 사업지의 경우 44㎡(약 13평)는 보증금 8200만원에 월 임대료 79만원, 49㎡(약 14평)는 보증금 8500만원에 월 임대료 84만원으로 책정됐다. 서울시는 주변 시세의 90% 미만이라고 설명했지만 청년은커녕 신혼부부에게도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사가 시작된 3개 지역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 및 운영에 대한 협약서’를 분석한 결과 20㎡(약 6평) 이하 1인 단독은 평균 보증금 4200만원에 월 임대료 39만원이었다. 이는 대학생 평균 알바비 68만원의 57%, 29세 이하 비정규직 월 임금의 34% 수준이다. <박스기사 참조>
 

인근 주민들도 들고 일어섰다. 사업지마다 ‘결사반대’를 외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땅값·집값이 떨어지는 걸 우려해서다. 또 고밀도 개발이다 보니 일조·조망권 침해와 교통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주민들의 주장. 

서울시는 “오히려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주민은 “일반주거지역의 종 상향(촉진지구 지정)에 따른 용적률 인센티브로 청년주택의 층고나 면적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주변 주민들의 일조권, 조망권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피해 민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사업지 곳곳서 주민 반대 등 마찰음
최대 수혜자는? 지정요건 꼼수 감지

특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청년주택 사업은 공공이 아닌 민간이 사업자다. 토지 소유주는 자신이 보유한 부지에 새 건물을 지어 청년들에게 공급한다. 사업자로 선정되면 시가 용도변경과 용적률 상향, 절차 간소화,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한다. 

대신 사업자는 주택의 20∼25%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한다. 나머지 75∼80%는 연 임대료 상승률이 5%로 제한되는 준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분양은 8년 뒤 가능하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최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청년주택이 토지 소유주와 건물주에 특혜를 몰아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서울시는 청년주택 사업에 토지용도변경, 용적률 상향, 저금리 대출 등 각종 특혜를 몰아주고 있다”며 “심지어 전체 2558세대 중 2011세대(78.6%)는 의무임대기간(8년·12년)이 경과하면 분양전환으로 사업자는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포구 서교동 합정역 인근에 들어설 청년주택을 그 예로 들었다. 


이 구역은 2016년 미래에셋이 이랜드에 960억원을 지불하고 매입한 토지에 추진되고 있다. 총 6735㎡ 용지에 지하 5층, 지상 18∼24층으로 건립할 계획이며 총 973가구(17㎡ 470가구, 37㎡ 503가구)가 들어선다.

정 의원은 “민간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사업을 서울시가 직접 추진하지 않고 민간에 내줬다면 이것이 특혜 아니냐”며 “특히 3종 주거지인 삼각지와 충정로는 각각 상업용지와 준주거로 변경돼 막대한 특혜를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마포구 창전동도 말이 많다. 이랜드는 지난 5월 자사 소유의 신촌사옥(지하 1층∼지상 9층)에 청년주택을 신청해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건물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용적률이 250%에 불과하다. 만약 통과되면 도시계획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준주거지역·상업지역으로 용도를 상향, 용적률을 48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더구나 ‘꼼수’까지 감지된다. 촉진지구 지정요건은 부지 5000㎡ 이상. 이랜드 소유면적은 4459㎡인데도 이를 맞추기 위해 인근 마포구 소유 도로부지를 포함시켜 5154㎡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 수혜?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따르면 ‘사업대상지의 구역경계는 가구·획지단위 및 주요 도시계획시설(도로, 하천,공원 등)의 경계로서 정형화를 원칙으로 하고, 진입도로나 단지 내 도로에 대해서는 시장이 별도로 정할 수 있다’고 돼있다. 

이랜드 부지 앞 도로는 정형화가 필요 없는 도로부지로 판단해야 하지만, 이를 포함시킨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지역 한 주민은 “도대체 누굴 위한 사업이냐”며 “청년은커녕 주민도 법도 절차도 무시한 이 사업은 결국 대기업 배만 불릴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30청년주택’ 얼마나 싸길래?

서울시의 ‘역세권 2030청년주택’사업의 고임대료 문제가 지적됐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과 경실련이 공동으로 서울시가 추진하는 3개 지역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 및 운영에 대한 협약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 이하 1인 단독 역세권 청년주택의 평균 임대보증금은 약 4200만원, 월 임대료 39만원이었다. 이는 대학생 평균 알바비 68만원의 57%, 29세 이하 비정규직 월 임금의 34%라고 정 의원은 설명했다.

정 의원은 “저소득 청년들을 착취하는 수준”이라며 “박원순 시장이 진정 청년들을 위한다면 청년주택 임대료 기준을 주변 시세가 아니라 알바하는 청년들과 29세 이하 비정규직 청년들의 월 소득에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2016년 비정규직 청년들의 월 임금이 114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역세권 청년주택 임대료를 28만원으로 낮춰야 한다”며 “알바하는 대학생도 살만한 청년주택이 되려면 월 17만원에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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