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이인성미술상 수상자 홍순명

2017.10.16 10:49:31 호수 1136호

보도사진, 예술로 승화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인성미술상은 한국근대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서양화가 이인성 작가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대구시는 1999년부터 이인성 작가의 높은 예술정신을 기리고 한국 미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제17회 이인성미술상의 수상자는 홍순명 작가. 그의 수상 개인전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이 대구미술관에 상륙했다.
 



대구미술관은 지난해 10월 미술계 전문가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의를 거쳐 선정된 5명의 수상 후보자 가운데 홍순명 작가를 최종 수상자로 결정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홍순명 작가는 보도 사진을 작은 캔버스에 옮기는 실험적인 작업 방식에 몰두해 온 작가”라며 “오랫동안 전위적 작업 방식으로 예술에 임한 진취적인 태도가 이번 수상에 결정적인 동기를 부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현장의 기억

대구미술관은 지난달 26일부터 홍 작가의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확장된 개념의 회화 작업을 아우르며 설치, 판화, 입체, 미디어 아트, 조각 등 광범위한 영역서 오랫동안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이드 스케이프(Side scape)’ ‘메모리 스케이프(Memory scape)’ ‘사소한 기념비(Ordinary Monument)’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 등 4가지 주제로 최근 10년간의 주요 연작 100점을 대규모로 소개한다.


사이드 스케이프는 홍 작가가 오랜 기간 집중해 온 연작이다. 작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수집한 언론보도 사진을 재편집한 후 뉴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배제한 주변 풍경을 담아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은 사건의 진실이 일반적으로 주목하는 대상이 아닌 다른 곳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사이드 스케이프가 보도사진서 발췌한 이미지를 사용했다면 메모리 스케이프는 각종 사고 현장서 수집한 오브제를 이용한 작품이다. 홍 작가는 사고현장서 나온 물건에 보도사진으로부터 추출한 이미지가 담긴 캔버스를 덧입혀 만든 조각과 회화를 결합시켰다.
 

작품에 사용한 오브제는 사건 현장의 목격자이자 현장의 기억을 담은 기념물이다. 그는 내부 오브제가 부식돼도 형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 겹 이상의 캔버스 천을 겹겹이 쌓아 붙였다.

304점 모아 만든 세월호 대형작품
분노와 추모의 마음 담아 첫 공개

사소한 기념비 시리즈에는 세월호 사건 희생자들의 마지막 호흡과 투명하게 응집된 분노, 추모의 감정이 담겼다. 진도 팽목항서 수집한 사물들을 투명 랩으로 감은 오브제다. 이번 전시서 304점이 모여 하나의 대형작품을 이루는 ‘세월호 시리즈-건져진 세월호 외’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전시명과 같은 장밋빛 인생 시리즈는 사건 주변부뿐 아니라 이면을 구성하는 광범위한 허위구조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유대인 수백만 명을 학살 수용소로 이송시킨 아돌프 아이히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에 종사했던 영국의 대표적인 제국주의자 세실 로즈, 4대강 등을 조명했다. 

어두운 실상의 단편들은 장밋빛으로 슬프도록 화려하게 표현됐다.

슬프도록 화려한

대구미술관 전시담당 김나현 큐레이터는 “홍순명 작가는 동시대 사건들을 예술적으로 승화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이를 통해 회화가 지닌 잠재성과 가치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무심하게 지나친 우리 주변에 대해 한 번 더 관심을 가져볼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내년 1월7일까지.
 


<jsjang@ilyosisa.co.kr>

 

[홍순명은?]

서울 출생(1959)

▲학력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학과(1983)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에꼴 데 보자르)(1989)

▲전시

‘장밋빛 인생’ 윌링엔 딜링, 서울, 한국(2017)
‘마비니 2016년 2월’ 마비니 갤러리, 마닐라, 필리핀(2016)
‘Made in Seoul’ 아베이에 생 앙드레 현대미술관, 메이막, 프랑스(2016)
‘Looking for secret’ The Texas project, 서울, 한국(2016)
‘4월의 동행’ 경기도 미술관, 경기도, 한국(2016)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며’ 영은 미술관, 광주, 한국(2016)
‘김데몬展’ 헬로우 뮤지움, 서울, 한국(2016)
‘Forget-Me-Not’ 짐머만 크라토츠빌 갤러리, 그라츠, 오스트리아(2016)
‘제1회 전혁림 미술상 수상작가 초대전’ 전혁림 미술관, 통영, 한국(2016)
‘세월의 파편’ 논베를린, 베를린, 독일(2016)
‘서울 아트 스테이션’ 서초 T-센터, 서울, 한국(2016)
‘창원 조각 비엔날레’ 성산아트홀, 창원, 한국(2016)
‘Timeless’ 환기미술관, 서울, 한국(2016)
‘Above Us Only Sky’ 짐머만 크라토츠빌 갤러리, 그라츠, 오스트리아(2016)

▲수상

이인성 미술상 수상(2016)
전혁림 미술상 수상(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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