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 화재, 그후…

2017.10.10 10:47:49 호수 1135호

화마가 쓸고 간 터전에 갈등만 덩그러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인천 소래포구 대화재로 시련을 겪은 지 6개월여 지난 시점서 상인들과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화재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이 생계를 위해 불법으로라도 임시 어시장 영업을 강행하겠다고 나선 것. 이에 인근 주민들은 악취와 소음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 갈등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남동구와 남동구 의회 간의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3월18일 오전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220여개의 좌판과 20여곳의 상점이 피해를 입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재산 피해는 6억5000만원에 이르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총 점포의 70%가 넘는 점포가 불에 타 잿더미로 변해 어시장서 장사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상인들이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국내·외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소래포구의 대형 화재는 지난 2010년과 2013년에 이어 3번째였다.

불은 꺼졌지만…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현장을 방문해 “어획량이 가장 많아 성수기를 맞은 시점에 화재가 발생해 안타깝다”며 “하루 속히 화재 현장을 수습해 정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재 이후 6개월 소래포구는 ‘소서노 올래’라는 슬로건으로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소래포구 해오름공원서 50만 관광객들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 속에 성대하게 치르며 화재의 아픔을 잊어내는 듯 했다. 


하지만 소래포구 재래어시장 상인들의 영업재개 문제로 상인과 인근 주민 간 갈등이 불거졌다. 이는 남동구와 남동구의회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화재 피해로 가게를 잃은 재래어시장 상인들이 영업을 할 수 없는 공원 지역인 해오름광장에서 임시 어시장을 열어 영업을 강행하려한 것 때문. 

어시장 상인들은 해오름공원 꽃게광장으로 나와 사실상의 임시 어시장을 남동구 허가 없이 기습 설치했다. 남동구는 ‘인근 주민 동의가 없으면 임시 어시장을 열지 않겠다’고 구의회서 한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고 이로 인한 주민들의 반발은 극심해졌다.  

지난달 25일 해오름공원 꽃게광장에는 60여개의 좌판용 몽골텐트가 세워졌다. 텐트 밑에는 오전부터 하나둘씩 모여든 소래포구 상인 50여명이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상인들이 해오름공원 꽃게광장에 몽골텐트 설치를 시작한 시간은 오전 6시30분께. 

구는 오전 9시 ‘꽃게 광장에 몽골텐트가 설치되고 있다’는 주민의 민원이 들어와서야 이를 확인했다. 
 

현장에 나간 구 담당자는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곳에 몽골텐트를 설치하면 안 된다며 상인들에게 ‘자진철거’를 요구했지만 상인들은 “지난 3월 화재 이후 영업을 하지 못해 벼랑 끝까지 몰렸다. 처벌을 감수하고라도 꽃게광장에 임시어시장을 열겠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선주상인연합조합의 한 상인은 “살길이 막막해서 나왔다”며 “해오름공원 데크는 안 된다고 해서 아파트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결정한 곳이 꽃게광장이다. 이곳이 우리의 마지노선”이라고 호소했다. 

허가 없이 기습 설치…구에선 방관
주민들 임시어시장 반대하며 시위

소래포구 상인 271명으로 구성된 선주상인연합조합은 현재 꽃게광장을 중심으로 150개의 몽골텐트를 설치하고 추석 연휴 전후로 영업할 방침이다. 선주상인연합조합은 임시어시장을 열기 위해 몽골텐트 150개 1억원, 전기·배관시설 2억원 등 3억원을 들였다. 

이에 남동구의회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박인동·서점원·이오상·조영규·최재현(이상 더불어민주당), 문종관(국민의당), 최승원(정의당) 등 남동구의원 7명은 지난달 26일 “소래포구 해오름광장에서 불법 강행되는 임시어시장을 자진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남동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석현 남동구청장과 소래포구 상인들은 지역주민들 간 갈등을 더 이상 조장하지 말라”며 이같이 밝혔다. 

구의원들이 이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건 크게 3가지로 이유로 풀이된다. 우선 공원지역인 해오름광장에 임시 어시장을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임시 어시장 설치 가능 여부를 질의했지만 관련법상 공원 내에서 상행위를 위한 시장 설치는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 시장 설치 장소인 해오름광장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근 해오름광장 인근 에코매트로아파트 주민들은 임시어시장 설치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들은 “해오름광장에 상행위를 위한 시장 설치하는 것은 불법으로 이는 인근 아파트 거주지 4만여명에게도 피해를 입히는 행위”라며 “장석현 구청장과 소래포구 상인들이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앞으로 소래포구와 관련한 예산안에 대해 일체 협조하지 않을 것이고 이미 소속 의원들과도 이야기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남동구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재래어시장 현대화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 방관하는 분위기다. 남동구 관계자는 “불법이고 단속 대상인 것도 맞다”면서도 “상인들의 생계를 위해 영업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점용허가는 불가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져 온 문제이기 때문에 행정대집행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몽골텐트 설치, 상행위 등은 안 된다고 설득은 지속해서 하겠지만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해오름공원 인근 주민들의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구의회에서 주민 동의 없는 임시 어시장은 없다고 했는데 남동구가 주민들을 배신했다는 것이다. 

소래포구 해오름공원 임시어시장 저지 투쟁위원회 최성춘 위원장은 “구에 공식적으로 철거요청을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고발하겠다”며 “상인들이 몽골텐트를 설치한 것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벼랑끝 몰렸다”


시민단체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인천남동평화복지연대도 이날 성명을 통해 “불법적인 임시어시장 분비가 남동구 묵인 하에 이뤄지고 있다”며 “명백한 불법에 주민 반대가 있음에도 강행되는 것은 장석현 구청장의 독선행정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독선행정의 결과는 상인과 주민들의 갈등으로 귀결된다”며 “장석현 구청장은 갈등 조장을 멈추고 합리적인 조정과 합의 과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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