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린내 나는’ 공공기관 채용 논란

2017.09.11 10:43:24 호수 1131호

가족은 ‘프리패스’ 지인은 ‘일사천리’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청년들의 취업난이 무색하게 이번에도 공공기관 채용 비리 의혹이 터졌다. 감사원 감사 결과 4명의 공공기관장의 채용 관련 비위행위가 적발됐으며 1명의 국회의원이 데리고 있던 보좌진을 공공기관에 취업토록 했다는 의혹이다. <일요시사>는 반복되는 낙하산, 코드 인사의 실태를 파헤쳤다.
 



감사원이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53개 주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조직·인력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지난 5일 공개했다. 무려 39개 기관서 100건의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정용빈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백창현 대한석탄공사 사장,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예종 부산항만공사 사장 등 4명의 공공기관장이 비위행위자 명단에 올랐다. 

아직도 이러니?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비서관이었던 김모씨가 강원랜드에 취업하는 과정에 부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디자인진흥원은 지난 2015년 하반기 5급 직원 채용서 3명을 합격시켰다. 그중 정 원장 지인의 딸이 포함됐다. 

정 원장은 자신이 설립한 회사서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는 지인 A로부터 “딸이 디자인진흥원에 굉장히 들어가고 싶어 응시원서를 냈는데 어떤 공부를 했으면 좋겠느냐”는 전화를 받고 “공부를 잘 하라”고 대답했다. 


이후 직원에게 “A가 전화를 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직원은 정 원장이 A의 딸을 합격시키라는 지시로 생각하고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A의 딸을 추천했다. A의 딸은 정당한 평가절차를 거치지 않고 합격됐다. 

감사원은 정 원장에게 직원과 인사 담당자 등 2명을 정직 처분하라고 요구했다.
 

대한석탄공사는 지난 2014년 채용된 청년인턴 10명 중 6명을 2015년 4월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중 권혁수 전 석탄공사 사장의 조카 B가 포함돼있었다. 

권 전 사장은 B에게 인턴에 응시하도록 한 뒤 실장을 사장 집무실로 불러 “B라는 지인이 인턴채용에 응시했으니 그 사람을 합격시켜라”고 지시했다. 

실장은 평가위원에게 “사장님께서 나한테 B라는 지인이 응시했는데 검토해보라고 했으니 서류전형서 B를 합격시켜라”라고 지시했다. 

B는 계량점수가 362명 중 321등으로 현저히 낮았음에도 다른 지원자를 제치고 최종 합격했다. 자기소개서 점수를 만점으로 주고 면접서도 심사표를 재작성하게 하는 특혜를 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권 전 사장은 조카 B의 인턴 계약기간이 종료될 즈음 실장을 불러 “B를 공사에 더 근무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찾은 방법이 무기계약직 전환. B는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가 아님에도 석탄공사의 정규직이 됐다.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지난해 초 인사담당자에게 전 직장 후배 C와 학교 후배 D, 2명을 1급 계약직으로 채용하도록 지시했다. 

사장으로 취임한 지 하루만에 C에게 이력서를 받아 석유공사 처장에게 건네며 “내가 공사에 아는 사람이 없다. 자산구조조정 전문가가 필요하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인데 빨리 채용하고 싶다. 대우는 1급 중간 정도로 하고, C와 빨리 협의하라”고 말했다. 

C는 김 사장과 1993년부터 2002년까지 현대오일뱅크서 같이 근무한 사이다. 지시를 받은 처장은 공사 홈페이지를 통한 공고절차를 거치지 않고 헤드헌팅 업체만을 이용해 지원자를 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 후 김 사장은 고등학교 1년 후배인 D로부터 이력서를 받아 처장에게 건네며 “공사 내부 직원 중에는 본부장을 맡길 만한 사람이 없다. D를 본부장으로 썼으면 한다. 대우는 1급 부서장급으로 하되 C보다는 조금 더 주라”고 지시했다.

자격 안 되면? 요건 바꿔 입사
어렵다는 정규직 전환도 한방에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은 자격조건에 미달하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비서관 E를 채용했다. 

지난 2013년 E는 당시 강원랜드 대표이사이던 최 전 사장의 집무실을 찾아가 “신축예정인 워터파크 쪽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취지로 부탁하며 이력서를 전달했다. 

최 전 사장은 곧 실장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E의 이력서를 검토해보니 워터월드의 수처리 분야서 근무할 자격이 충분하다. 수처리 환경분야 경력직원으로 채용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E는 환경분야 실무경력이 4년3개월로 5년 이상이라는 자격 조건에 미달하는 자였다. 최 전 사장은 이후에도 실장을 불러 “E가 문제없이 채용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업무처리를 잘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석연찮은 점이 적지 않다. 의원 비서관이 직접 공기업 사장의 집무실을 찾아가 청탁한 점, 그리고 그 청탁을 수락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E는 강원랜드에 채용되기 이전에도 인사 청탁을 한 이력이 있다. 강원랜드 실장을 통해 해당 기관의 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싶다고 최 전 사장에게 부탁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관련규정상 신규 채용할 근거가 없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사한 방법을 사용했지만, 결과는 달랐던 것이다.

이 때문에 권 의원이 중간에 힘을 써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는 E 외에 다른 비서관도 강원랜드 대주주인 한국광해관리공단에 채용된 사실이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비서관은 “정식 채용 절차를 밟았고 시험·면접 등을 모두 거쳐 합격했다. 부정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의 눈길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최 전 사장은 “E가 국회 업무에 도움을 줘 채용했다”고 해명했다. 권 의원 측은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 및 시민단체는 권 의원의 사퇴까지 요구하며 반박하고 있다. 정의당 강원도당은 성명을 통해 “아무런 윗선의 개입 없이 국회업무와 관련해 도움을 주었다는 동기만으로 자격요건에 미달하는 특정인을 채용하였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릉경실련, 강릉시민행동, 정의당강릉시위원회 등은 최근 강릉시청 브리핑룸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 의원은 검찰 수사 진행을 지켜볼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강릉시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드러난 민낯

감사원은 4명의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며 기획재정부 등 주무부처에 비위사실을 통보했으며 권혁수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 등 8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년 실업난 악화 신호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4일 발표한 올해 500대 기업의 신규채용 계획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채용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응답 기업 209곳 20.6%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13.9%에 그쳤다.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58.9%를 차지했다. 갈수록 ‘청년 실업난’은 가중되는 상황에서 돌파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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