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 노리는’ 잠룡들 쟁탈전

2017.09.11 10:38:36 호수 1131호

설움 딛고 부활 날갯짓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잠룡들은 명예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조기대선 정국을 거치며 크고 작은 정치적 타격을 입은 거물들의 지방선거 출마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대권이라는 큰 그림을 가슴 속에 품은 이들의 최근 행보를 추적했다.
 



서울시장은 지방선거의 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구 1000만명의 시정을 책임지는 만큼 일찌감치 정치 거물들의 교두보로서 주목받았다. 대권에 꿈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자리 중 하나다. 내년 지방선거라고 예외는 아니다. 현재 수많은 거물들의 이름이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출마 시동

그중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최근 대구 방문이 눈에 띈다. 그는 지난달 31일 부인과 함께 1박2일의 일정으로 ‘대구기독CEO 모임 만찬’에 참석한 후 대구 대명교회서 개최된 ‘대구경북 홀리클럽 하계수련회’ 강사로 모습을 드러냈다. 퇴임 후 첫 공식행사였다.

강연이 있었던 대 예배당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자리가 없어 서 있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는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황 전 총리의 등장을 기다렸다. 출정식을 방불케 할 정도로 큰 관심이었다.

소개를 받고 등장한 황 전 총리는 ‘크리스천의 사회적 역할’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대명교회와의 인연으로 운을 땐 그는 “검사로서 지방근무를 많이 했는데 대구 근무기간이 가장 길어 대구는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래서 총리 퇴임 이후 첫 공개행사 참석도 대구에서 하게 됐다”고 대구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황 전 총리는 논란을 원치 않았는지 정치적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도 “변호사 하던 시절 (박 전 대통령이) 불러 법무부장관직을 제안했다”며 짤막하게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다.

법무부장관·국무총리 시절 했던 자신의 업적을 전달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강연 시간을 채웠다. 

그는 “4년2개월간 법무부장관과 총리직을 수행하는 동안 전국 읍·면 단위에 마을 변호사 1명씩을 배치한 것과 통진당 해산 등을 했다”며 “수많은 어려움 속에도 대과(大過)없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신앙의 힘”이라고 밝혔다. 

강연이 끝나자 자리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곳곳서 “특사를 맡아주십시오” “총리님, 우리 박 전 대통령을 지켜주십시오”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온라인서의 활동은 더욱 두드러진다. 

페이스북 정치를 이어오고 있는 황 전 총리는 지난 5일 “일부 사드 반대 단체들은 지금 사드 기지가 있는 경북 성주군으로 모여들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사드 반대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이들이 주장했던 우려들이 환경영향평가 결과 등으로 해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 무조건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대체 무엇을 위한 사드 반대냐?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 이들의 의도가 정말 의심스럽고 개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은 이 같은 황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기 위함 아니냐는 관측이다. 보수·기독교라는 확실한 타깃을 선점해두고 페이스북 정치를 통해 지지층을 늘려가는 전략이란 게 중론이다.

지방선거로 명예회복에 나설까
은둔 유명 인사들 등판론 대두

현재 한국당에는 뚜렷한 차기 리더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당 내에서 거론되는 ‘서울시장 차출론’은 이러한 보수 진영의 인재 기근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만약 황 전 총리가 그 틈을 파고들어 차기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대권주자로 거듭날 수도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서울시장 차출론의 대상자 중 하나다. 앞서 당 대표 경선 과정서 차출론이 한차례 부각된 바 있다. 안 대표는 최근 “서울시장 등 어떤 곳이라도 당과 당원의 부름이 있으면 나갈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대선 패배, 제보조작 사태 등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안 대표는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통해 부활에 성공했다. 그러나 완벽한 수준의 부활이라고 하기엔 이르다. 

앞서 전대는 당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와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당원을 제외한 유권자들의 민심도 안 대표를 용서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복수의 여론조사기관은 안 대표의 당선 이후 별다른 컨벤션 효과가 없다고 밝히는 중이다. 대권 욕심을 가진 안 대표 입장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완벽한 부활을 알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하마평에 오른다.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긴 오 전 시장은 현재 서울 종로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조기대선 정국 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영입을 추진하기도 했던 오 전 시장은 이후 특별한 정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그의 출마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당 입장서도 오 전 시장의 출마가 필요하다. 지지율 면에서 부침을 겪고 있는 당이 살기 위해서는 오 전 시장을 비롯해 유승민 의원 등 중량급 인사들이 나서줘야 한다. 두 사람의 서울시장 출마를 바라는 당 내부의 목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 전 시장 출마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 2011년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하다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한 채 직에서 스스로 내려온 바 있다. 이후 당선된 사람이 현 박원순 서울시장. 

6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보수 야권 내에선 아직도 ‘책임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남아있다.


차출론 대두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6·13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26.3%로 1위, 이재명 성남시장이 19.5%로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황 전 총리가 13.6%로 3위, 안 대표가 10.3%로 4위에 올랐다. 

이 시장의 경우 경기도지사 출마가 유력시 되고 있는 가운데, 박 시장의 서울시장 3선 도전 여부가 명예회복을 노리는 잠룡들의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지난달 21∼29일 서울 거주 성인 893명 대상,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3%,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시장 노리는 여걸들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중량감 있는 여성들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하마평으로 거론되는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같은 당 박영선 의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바른정당 이혜훈 전 대표 등이다. 모두 한차례 이상씩 당 지도부를 역임한 바 있어 일각에서는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 탄생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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