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vs 국세청 ‘세금전쟁’ 막후

2011.06.30 06:00:00 호수 0호

“낸 거 돌려줘!”…“더 맞아볼래?”

재계 순위 19위(공기업 및 민영화 공기업 제외)인 부영그룹과 국세청이 날 선 각을 세우고 있다. 과거 서로 한 번씩 치고받은 양측 사이에 최근 또 다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부영그룹이 국세청에 달려들자 국세청이 보란 듯이 되받아친 모양새. 부영그룹은 당하고만 있지 않을 태세여서 긴장 속 대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형국이다.



계열사 ‘뜬금없는’ 세무조사 배경 두고 설왕설래
부자간 지원성 거래 의혹…밉보인 괘씸죄 추측도

국세청이 부영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동광주택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달 조사국 소속 요원들을 서울 중구 서소문동 동광주택 본사에 투입,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세무조사는 3개월간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그룹 측은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통상적인 정기 세무조사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강도 높게 조사

국세청의 이번 세무조사는 동광주택과 역시 같은 비상장 계열사인 부영엔터테인먼트간 ‘수상한 돈거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광주택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부영엔터테인먼트에 4차례에 걸쳐 총 25억원을 빌려줬다.

부영엔터테인먼트는 동광주택으로부터 지난해 11월 5억원을 빌린 데 이어 지난 3월과 4월, 5월 각각 5억원, 10억원, 5억원을 차입했다. 모두 연리 5.5%에 1년 내 상환 조건으로, 자금용도는 ‘운영자금’이라고 공시했다.

부영엔터테인먼트 측은 차입 이유에 대해 “영화 제작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영엔터테인먼트는 현재 한재석, 이하늬, 송영창 등이 출연하는 영화 ‘히트’를 제작 중이다. 지난 5월 크랭크인해 올 가을 개봉 예정이다.

문제는 차입 배경이다. 부영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직전사업연도말 자기자본이 -10억7545만6408원에 불과해 차입금 상환이 불확실하다. 차입금 5억원이면 자기자본의 500%, 10억원의 경우 1000%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영엔터테인먼트가 어떻게 25억원을 단기간에 조달할 수 있었냐는 게 의문이다. 부영엔터테인먼트에 거액을 선뜻 내준 동광주택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동광주택 대표이사로 있다. 동광주택은 2009년 말 동광주택산업에서 주택사업부문이 물적분할해 설립된 아파트 건설업체다. 동광주택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동광주택산업은 이 회장(4.57%)과 부인 나길순씨(1.09%), 자녀 성훈·성욱·성한·서정씨(각각 0.87%)를 포함해 오너 친인척 15명이 지분 42.29%를 소유하고 있다. 동광주택은 지난해 30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각각 309억원, 297억원의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냈다.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는 이 회장의 막내아들 성한씨가 맡고 있다. 2009년 6월 설립된 영화·드라마 제작사 부영엔터테인먼트는 부영그룹 계열사로 편입돼 있지만, 이씨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사실상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업계 일각에선 갑작스런 동광주택의 세무조사를 두고 국세청에 밉보인 부영그룹이 ‘괘씸죄’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부영그룹과 국세청은 세금 추징을 놓고 수년째 날 선 각을 세우고 있다.

이 회장은 세금 34억90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로 2004년 4월 구속됐다. 그는 실형을 피하기 위해 1심 선고 전날 은행에 공소제기된 탈세액과 같은 금액을 냈다. 이 회장은 납부 영수증을 재판부에 제출했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20억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이후 세무서에 소득세 수정신고서를 제출하고 13억여원을 추가로 납부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2006년 8월 돌연 태도를 바꿔 “1심 선고 직전에 낸 돈은 납세신고 등 조세 채무가 없음에도 실형을 면하려 낸 것”이라며 그동안 낸 세금을 포함해 51억9000여만원을 돌려달라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2004년 낸 돈은 판결을 앞두고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고 낸 것으로 이 자체를 납세로 보기는 어렵지만, 항소심이 끝나고 소득세 수정 신고서를 제출함으로써 납세신고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2008년 10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긴장 속 대치 상황

최근엔 증여세 반환을 놓고 부영그룹과 국세청 사이에 묘한 긴장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이 회장은 2007년 말 친인척들이 갖고 있던 부영과 대화도시가스 주식을 자신의 명의로 이전하고, 2008년 3월 해당 주식 물납 방식으로 약 800억원의 증여세를 국세청에 납부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 주식은 원래 자신의 소유로, 친인척들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뒤늦게 주장하면서 국세청에 증여세 반환을 신청했다. 이에 국세청은 “자진 납부한 세금을 무효로 보기 어렵다”며 이 회장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회장은 국세청 결정에 반발, 지난해 2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판원은 이 회장의 명의신탁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부 주식에 대해서만 명의신탁을 인정해 환급 조치했지만, 이 회장은 되돌려 받은 주식이 증여세로 낸 800억원에 턱없이 모자란 탓에 조만간 행정소송 등 일전을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그룹과 국세청이 끈끈했던(?) 시절도 있었다. 뇌물을 주고 편의를 봐준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그랬다. 봉태열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04년 5월 구속됐다. 검찰 수사 결과 이 회장은 2001년 12월∼2002년 6월 봉 전 청장에게 세무조사를 받지 않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3차례에 걸쳐 모두 1억3000만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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