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세금계산서’ H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

2017.09.04 09:36:01 호수 1130호

검은돈 15억 공중에 붕 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H건설이 하청업체를 통해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사실이 사정기관에 포착됐다. 일각에선 H건설이 세금 탈루와 비자금을 조성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런데 H건설은 수사 선상서 빠져나왔으며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하청업체는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유죄를 받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의 형 집행을 유예한다.”

지난 6월28일 인테리어 하청 업체 A건설의 S대표가 원청업체인 H건설에 12억원 상당의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세금계산서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고 이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거래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문서다. 

준 사람 있는데 
받은 사람 없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S대표는 2014년 12월1일 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A사 사무실서 H건설에게 8억1818만원(부가세 미포함)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 이어 같은 달 23일에도 H건설에 3억8181만원(부가세 미포함)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줬다.

문제는 A사가 H건설에 재화나 용역을 제공한 사실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제공한 것처럼 꾸며 공급가액 12억원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세금계산서의 발급 의무 위반 등에 관한 법률 제3항, 제1호에 따르면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지 아니하거나 공급받지 아니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발급받은 행위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탈루한 세액의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고 적시됐다. 

그런데 일각에선 H건설도 A사와 함께 처벌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판결문을 본 복수의 사정기관과 건설업체 관계자는 “전형적인 세금 탈루와 기업 비자금 만드는 수법”이라며 “그런데 H사가 공동피고인으로 처벌 받지 않은 점은 이상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세법위반 하청업체 유죄 판결문 입수
가짜 계산서 발급 확인…사정기관 내사 

H건설의 비자금 조성과 세금 탈루 의혹이 제기된 이유는 이렇다. H건설이 A사에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 받은 시기는 2014년 12월이다. 이 때는 대부분 기업들이 오는 1월에 부가가치세와 법인 결산 신고를 앞둔 시기였다. 

한 세무 전문가는 “H건설이 법인 결산 신고를 앞뒀는데 매출과 거래 장부가 맞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급하게 누락된 자료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H건설과 A사의 상세 거래내역을 보면 ‘818,181,818원’ ‘381,818,181원’로 임의적으로 공급가액을 맞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즉, H건설서 맞지 않은 돈이 12억원 상당이라는 것. 

H건설 측은 매출과 거래장부를 맞추기 위해 A사와 허위 거래를 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누락된 12억원의 행방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다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들이 실제 거래를 한 것처럼 돈을 지급하고, 현금을 되돌려 받아 오너 비자금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왜 필요했나
윗선에 전달?

H건설이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 ‘자료상’이 필요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자료상이란 허위세금계산서를 전문적으로 발행해 주고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는 업자들을 지칭한다. 허위세금계산서 발행은 기업들이 세금 탈루 때 가장 만연하게 쓰는 꼼수로 알려져 있다. 허위세금계산서를 통해 매입세액(부가가치세)을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꼼수로 세금을 탈루하다가 지난 7월10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1200억원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하거나 매입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조세범처벌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현대글로비스 전직 과장 등 3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H건설은 A사에게 총 13억2000만원(공급가-11억9999만9999원 + 부가가치세-1억2067만7001원)을 매입했다. 부가가치세는 공급가액의 10%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H건설은 A사가 발행한 허위세금계산 덕분에 약 1억1999만원의 부가가치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발행해준 하청에겐 유죄 
발행 받은 원청에겐 무죄

A사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유죄를 받은 마당에 H건설 역시 향후 사정기관의 수사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허위세금계산서 발행 사건은 쌍방이 모두 처벌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H건설은 A사처럼 조세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 받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이나 검찰서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H건설 오너의 횡령 배임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H건설 오너가 A사 외에도 다른 하청 업체를 통해 조직적으로 허위세금 계산서를 발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A사의 조세처벌법 위반 혐의 사건과 양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A사와 H건설 사건이 병합될 수 없다. H건설은 횡령 배임사건으로 별도의 수사가 이루어진다는 게 사정기관 관계자의 해석이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정기관의 칼날이 H건설 오너에게까지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수사는?
오너 일가 긴장

이 의혹에 대해 A사와 H건설의 입장이 명확히 갈리고 있다. A사는 H건설 요구로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고 주장했다. A사 관계자는 “갑을 관계인 하청업체로서 H건설 요구로 어쩔 수 없이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해줬다”며 “임원진 쪽에서 오더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반면 H건설은 세무조사 결과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H건설 관계자는 “A사는 원래 거래했던 업체다. 그쪽서 일을 받아서 했다. 세무조사도 받았지만 아무 문제가 없이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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