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년 신화 ‘빛과 그림자’

2017.08.29 08:51:01 호수 1129호

젊은 사업가의 처참한 말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젊은 나이에 부와 명예를 거머쥔 사업가들에게 ‘청년 신화’라는 말을 쓴다. 경제 불황으로 최악의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고달픈 청춘에겐 선망의 대상이자 희망이었을 터. 하지만 최근 이들의 성공 신화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청년 신화의 주역들에게 드리운 그림자를 쫓아가봤다.
 



유명 주먹밥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가 수차례 마약을 투약해 처벌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2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 1부(부장판사 노호성)는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오모(32)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약물치료 강의 40시간 수강 명령도 함께 내렸다.

희망이었는데…

길거리서 시작해 30대 초반 젊은 나이로 전국에 1000개 가까운 가맹점을 가진 유명 프랜차이즈의 대표가 된 오씨. 그의 성공 신화는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학생들에게 영양과 맛을 더한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하겠다던 오씨의 사업 철학은 4년 만에 마약으로 얼룩졌다.

그는 지난해 5∼6월 사이 서울 강남구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투약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1월까지 필로폰과 엑스터시 등을 수차례 투약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오씨가 다양한 종류의 마약을 매수해 투약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권유까지 한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오씨가 마약을 끊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무너진 성공 신화는 오씨만이 아니다. ‘청년 버핏’ ‘기부 천사’로 불렸던 박철상(33)씨의 이야기도 하룻밤 새 거짓말로 드러났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의 박씨는 주식 투자로 수백억원을 벌고 그중 일부를 기부한다는 내용으로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됐다.

마약, 거짓말 , 사기…
부·명예 쥐었다 나락

언론에 알려진 그의 자산 규모는 400억원에 이른다. 그랬던 그가 최근 주식 투자가 신준경씨와의 설전 끝에 자신이 수백억원의 자산가가 아니라고 고백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 15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해 400억원의 재산을 일궜다고 알려졌던 박씨의 성공 스토리는 한 주식투자가의 의혹 제기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앞서 신씨는 박씨의 성공 신화를 믿지 못하겠다며 공개적으로 인증을 요구했다. 신씨가 “실제 주식으로 400억원을 벌었다면 직접 계좌를 보게 해달라. 말이 맞는다면 원하는 단체에 현금 1억원을 약정 없이 일시불로 기부하겠다”고 SNS에 글을 올린 게 시작이었다. 

그 결과 박씨가 주식으로 번 돈은 14억원 정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400억원 자산을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그동안 관련 질문을 피하고 이를 바로 잡지 않았던 것은 다 제 불찰”이라며 “기부에 대한 욕심 때문에 점점 액수를 키워 나가다보니 일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박씨의 400억원 의혹을 제기한 신씨는 공교롭게도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31)씨를 저격해 화제에 올랐던 인물이다. 당시 신씨가 저격한 이씨는 2015년부터 1년여간 방송에 출연해 고가의 수입차와 집 등을 공개,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회사를 설립해 주식을 매매했다. 이 과정서 비상장주식에 대한 전망을 부풀린 후 자신이 들고 있던 주식을 회원들에게 팔아 수십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지난 21일엔 이씨로 인한 추가 피해자가 나왔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문성인 부장검사)은 개인투자자 200여명을 상대로 250여억원의 사기를 친 혐의로 이씨를 추가 기소했다. 

이로써 이씨에게 당한 총 피해자 수는 230여명, 피해금액은 290여억원으로 늘었다. 2011년부터 증권전문가로 유명세를 타다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대중 앞에 섰던 그는 사기뿐만 아니라 자본시장법 위반,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법의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경험 없이 사업 뛰어들었다
광고비 수십억원 쓰고 몰락


국내 운동화 업계서 20대 청년의 성공 신화로 입소문을 탔던 '스베누' 역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해 10월7일 스베누는 홈페이지를 통해 “온·오프라인 상의 모든 영업을 종료한다”며 폐업을 알렸다. 

인터넷 방송 진행자 출신의 황효진(29)씨가 2014년 선보인 국산 운동화 브랜드 스베누는 그렇게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황씨는 2014년 스베누를 설립,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브랜드 론칭 1년 만에 전국에 매장이 100여개가 생기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스베누 브랜드는 청소년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몰락도 한순간이었다. 물 빠짐 현상과 디자인 도용 의혹 등 품질 논란이 퍼지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이어 황씨가 납품대금 미지급 등 사기 혐의로 거래업체 관계자들에게 피소되면서 경영난에 직면했다.

한방에 무너져

황씨는 2011년 온라인 신발쇼핑몰 ‘신발팜’을 만들었고, 2013년 스베누를 론칭했다. 군에서 제대한 뒤 남다른 추진력과 패기로 사업에 뛰어든 황씨는 1년에 광고비만 수십억원을 사용하는 등 공격적인 스타 마케팅으로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쳤다. SNS를 통한 1020세대의 폭발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숱한 논란 끝에 스베누는 무너졌다. 황씨가 청년 신화의 주인공서 몰락의 아이콘으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두 중년 사업가의 죽음

최진 아시아브릿지컨텐츠 대표가 지난 21일 숨진 채 발견됐다. 최 대표는 배우 김수로와 함께 ‘김수로 프로젝트’라는 공연 사업을 시작, 다양한 연극과 뮤지컬 제작으로 ‘대학로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90억원의 부채를 지며 위기를 맞았다. 최 대표가 발견된 차 안에는 불에 탄 번개탄이 놓여 있었다. 직원들에게는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는 얼마 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강훈 망고식스 대표와도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자신의 자택 화장실서 숨진 채 발견됐다. 카페 ‘할리스’ ‘카페베네’ ‘망고식스’를 이끌던 커피왕의 죽음은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강 대표는 1998년 커피전문점 할리스를 공동 창업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카페베네로 옮긴 후 2010년 사장직에 올라 회사 성장을 이끈 커피전문점 1세대 경영인이다. 이후 KH컴퍼니를 세우고 디저트전문점 망고식스를 선보였지만 매장 수가 줄고 매출이 줄어드는 등 고전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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