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두 잠룡 6·18 엇갈린 행보 파문 내막

2011.06.27 06:00:00 호수 0호

증평 간 손학규-고양 간 정동영 “무슨 일이?”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민주당의 두 잠룡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같은 날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손 대표는 충북도당 주최 체육대회에, 정 최고위원은 민주노동당 정책전당대회에 참석한 것이다. 표면상으로 보면 손 대표는 충북도당의 화합과 단합을 위한 것이고, 정 최고위원은 대표의 일정상 당의 요청에 의해 참석한 것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지난 6월 18일 두 잠룡들의 엇갈린 행보를 파헤쳐 봤다.

‘야권 대통합론’ 의심받는 손학규, 충북도당 체육대회 6시간 체류 
정동영, 킨텍스 민노당 정책전당대회 참석 야권대통합 의지 설파 

먼저 손학규 대표의 공식 일정은 오전 10시부터 예정된 충북도당 당원화합 한마음 체육대회 참석이었다. 손 대표는 지난 18일 충국 증평군 보강천 미루나무숲에서 열린 체육대회에 참석해 “충북이 정권교체를 이루어 줄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역대 대선은) 충북에서 어느 당이 이기느냐에 따라 정권이 바뀌었다. (민주당 당원) 여러분이 (정권교체를) 만들어 줄 것을 확신한다”며 “내년 총선에서 (충북)8개 전 지역구를 석권하고 민주당이 집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충북은 반(半)고향이다. 충주 당원들이 지난 2년간 잘 보살펴 줬고 지난 분당 보선에까지 직접 찾아오고 성원을 아끼지 않은 열정에 고맙다”며 충주와 충북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같은 날 다른 행보

이날 체육대회엔 손 대표를 비롯해 김진표 원내대표, 조배숙 최고위원 등 중앙당 주요 인사와 홍재형 국회부의장, 오제세 도당위원장, 정범구 의원 등 지역출신 의원과 민주당 출신 시장·군수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내빈과 함께하는 축구경기와 족구, 줄다리기, 줄넘기, 이어달리기 등의 체육행사와 노래자랑, 레크리에이션 순으로 진행돼 당내 단합과 화합을 이끌었다.

손 대표는 이어 증평읍 남하리 둔덕마을에서 열린 증평 들노래축제 개막식에도 참석, 개막 축포 스위치를 누른 뒤 축사를 통해 “이 축제는 농업과 농업문화를 다시 볼 수 있는 뜻 깊은 행사”라며 “농업이 사회의 근본으로, 농업의 뜻을 새기는 것은 잘 살기 위한 기본”이라는 말로 이날 충북에서의 기나 긴 6시간 일정을 마무리 했다.

한편 같은 날 비슷한 시각 정동영 최고위원은 다른 장소에 있었다. 18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오후 1시부터 열린 민주노동당 정기 정책 전당대회에 참석해 야권 인사들과 손을 맞잡은 것.

이날 개막식에는 정 최고위원 외에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참석, 축사를 통해 민노당을 포함한 야권의 재편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을 대표해 축사에 나선 정 최고위원은 “민노당의 집권을 지지한다”면서 “그러나 당장 민노당만으로 어렵다면 민주당, 진보신당, 참여당 등이 함께 집권하길 강력히 희망한다”며 ‘야권 대통합론’을 역설했다. 정 최고위원은 “민노당과 민주당의 거리가 예전에는 10리도 넘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5∼10m 거리에 있고 이렇게 좁혀지는 데는 정동영의 역할도 있었다”고 강조했으며 “함께합시다. 2013년 체제를 향하여 같이 갑시다”며 대통합론을 다시 한 번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지난 18일 일정에 대해 “손학규 대표의 일정상 대신 참석해달라는 대외협력국의 정식 요청을 받았다. 대통합에 관해서는 ‘여건과 시간이 허락한다면 어디든 참석해 의지를 표명하겠다’는 평소 의지에 따라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은 의견이 분분하다. 손 대표는 평소 “소통합은 안되고 대통합해 1: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지난달 18일 광주에서 야권통합을 위한 첫 야4당 대표 모임에 홀로 불참했으며, 이번 야4당 대표가 모이는 자리 역시 당 행사를 이유로 불참했다.

이를 두고 이날 정책전당대회 현장에서는 ‘민주당만 왜 대표가 참석하지 않았나’, ‘손 대표가 통합에 뜻이 없는 것 아닌가’, ‘통합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번 체육대회에 참석한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행사도중 수차례 ‘손학규 대통령’을 연호했다고 한다. 그는 “도당의 단합과 화합을 위해 마련된 자리가 손 대표의 사조직으로 변질된 느낌을 받았다”며 “체육대회가 대표직을 이용해 자신의 조직을 챙기는 자리냐”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 대표로서 충북도당의 참석 요구를 저버릴 수 없었고 당의 화합을 위해 참석한 것으로 보이지만 하필이면 날이 겹쳐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며 안타까워했다.

손 대표 측은 “미리 정해진 일정을 공식적 절차에 의해 소화한 것이고 일정상 대외협력국의 요청으로 정 최고위원이 대신 간 것일 뿐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물론 이날 손 대표의 행보가 정도를 크게 벗어났거나 법질서를 어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대통합’이 필요하다고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 그의 ‘통합’에 대한 진정성이 문제의 도마에 오른 것만은 사실이다.

그간 손 대표는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느슨하게 하지 않고 치밀하게 준비 하겠다”며 ‘통합’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느긋한 입장을 보여 당내에서는 ‘손 대표가 쓸데없이 시간을 끌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시점에 야4당 대표들의 ‘화합의 장소’를 두 차례나 불참 한 것이 문제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의 행보에 민주당 한 관계자는 “말로만 대통합을 외치지만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극적인 자세로만 일괄하고 있다”며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통합기구를 출범해 진정성 있는 통합이 아닌 자신과 박 전 대표와의 1:1 구도 만들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 최고위원은 대통합에 아주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권통합과 정책연합을 위한 원탁회의를 마련해야 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대오각성하고 큰 변화를 받아들여 이번 12월에는 정당대회가 아닌 창당대회가 열려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손학규 대통령’ 연호

민주당 두 잠룡 간의 통합에 대한 극명히 다른 행보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물론 대권 대장정까지는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아있다. 게다가 누가 대권에 도전하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무조건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두 사람의 엇갈린 행보는 향후 야권대통합이라는 난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전망되며, 누가 진정성 있는 야권대통합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최종 대권주자로서의 희비 또한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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