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46)분노

2017.08.14 10:05:18 호수 1127호

당나라와 결전을 불사하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제는 당나라를 상대로 서서히 시동 걸어도 되지 않겠습니까?”

“당연합니다.”

연개소문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잠시 생각에 잠겨들었다가 수하 군관을 불러 차후의 일을 지시하고 선도해와 함께 평양성으로 돌아갔다.

평양성에 이르자 곧바로 안학궁으로 이동했다.

궁에 들자 마침 당나라 사신이 보장왕과 대면하고 있었다.


“전하, 어인 일로 부르셨습니까?”

당나라 사신, 상리현장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보장왕에게 가볍게 예를 올렸다. 

“당에서 갑자기 사신을 보내와 막리지 대감을 불렀소.”

“무슨 일이기에!”

연개소문의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신라에 대한 침공을 멈추라는 황제 폐하의 명을 전하러왔소.”

연개소문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명이라니!”

상리현장이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보장왕의 얼굴을 주시했다.

“왜 귀국이 간섭하는 거요!”


선도해가 급히 중간에 끼어들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신라를 치는 일이 옳다는 말이오?”

“누가 신라를 친다했소?”

“지금 하는 형국이 그렇지 않소?”

“이보시오. 우리는 전에 신라가 빼앗아 간 영토를 회복하는 중이오.”

선도해가 지속해서 말을 이어가자 상리현장이 다시 보장왕에게 시선을 주었다.

“전하, 우리는 고구려가 침범한 우리 땅에 대해 어떤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는데 고구려가 신라를 상대로 영토 회복을 위해 전쟁을 치르는 일은 부당합니다.”

“네, 이놈!”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연개소문이 순간적으로 목소리를 높이자 상리현장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이놈이 죽지 못해 환장한 게로구나. 어찌 오랑캐 주제에 대 고구려의 왕에게, 내 이놈을 당장 죽…….”

연개소문이 말을 하다 말고 칼을 빼들자 상리현장의 얼굴이 파리하게 변해갔다.

“대감, 아니 됩니다.”

“물러서시오. 어느 안전이라고 버러지만도 못한 놈이!”

“아무리 오랑캐라도 사신은 죽일 수 없습니다.”

선도해가 금방이라도 칼을 내리칠 듯한 연개소문의 손을 잡았다.

“허허, 이런 일이 있나. 버러지만도 못한 놈에게도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가!”

“아쉽지만 관례입니다.”

답을 한 선도해가 싸늘한 시선으로 상리현장을 주시했다. 

파리하게 변한 얼굴뿐만 아니라 흡사 한겨울에 발가벗고 눈 위에 서 있는 사람마냥 온몸을 떨었다. 

그를 살피며 선도해가 급히 소매에서 서신을 내놓았다.

“이놈아, 네 눈에는 그게 보이지 않느냐!”

“이게… 무어… 인지…….”

“신라의 선덕이란 년이 우리에게 약조한 내용이니 세세히 살펴 보거라!”

떨고 있는 상태서 선도해가 건넨 문건, 전에 김춘추가 서신으로 약조한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이런 일이 있었는지… 내… 모르고… 그랬소.”

상리현장이 심하게 떨면서도 뜨문뜨문 말을 이었다.

“이 놈아, 남의 일에 참견하려면 제대로 알고 설치든가 해야지. 이런 건방진 놈을!”

“송구하게 되었습니다.”

“내게 말하지 말고 대 고구려의 임금께 사죄하지 못하겠느냐!”

연개소문의 불호령이 멈추지 않자 상리현장의 무릎이 바닥과 부딪치는 소리가 일어났다. 

“전하, 소신의 무례함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보장왕이 답을 하지 않고 갑작스레 태도 변화를 보이는 상리현장을 주시했다.

“전하, 이 놈의 죄를 부디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이번에는 말뿐 아니라 이마까지 바닥에 부딪쳤다.

“그만 하시오.”

고구려 찾은 당나라 사신 
분노한 보장왕…노림수는?

그만하라는 보장왕의 말에도 불구하고 상리현장이 지속해서 이마를 부딪쳤다.

“그만 하라 하지 않았소!”

기어코 목소리를 높이자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가서 전하시오. 고구려 영토가 당나라의 영토였던 게 아니라 당나라 영토가 고구려의 영토였었다고!”

상리현장이 어리둥절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놈이 아직도 말귀를 못 알아 처먹은 게냐! 굳이 우리 지난 역사를 세세하게 들려주어야 알겠느냐!”

다시 연개소문의 입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그리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답하는 상리현장의 얼굴에 곤혹스러움이 뒤덮였다.

“이제 되었으니 그만 물러가시오.”

선도해가 한마디 하자 잠시 세 사람의 눈치를 살피고는 급히 몸을 일으켜 총총걸음으로 물러났다. 

상리현장이 물러나자 잠시 자리를 정돈하고 세 사람이 함께 했다.

“전하, 소신 선 책사와 함께 변방을 둘러보겠습니다.”

“말씀 하시지요.”

“이제 당나라와의 일전은 불가피하게 된 마당에 우리가 먼저 선수 치도록 하겠습니다.”

“선수를 친다함은?”

“당항성이 아니라 당나라 수군기지가 있는 내주(來州, 산동)를 치려합니다.”

“내주를 말입니까!”

선도해가 의외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내주를 쳐서 당나라의 침입을 유도하려 하오.”

보장왕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막리지 대감께서 당나라 군사들의 침공을 유도하여 궤멸시키겠다는 말씀이십니다.”

“당나라의 수군기지를 공격해서 이세민을 자극하고자 하오. 아울러 놈들을 우리 영토 깊숙이 유인하여 몰살시키려 하오.”

“허허.”

보장왕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번졌다.

“당나라 놈들 꿈에도 상상 못할 일입니다.”

선도해 역시 가볍게 혀를 찼다.

“그런데 말이오, 막리지 대감.”

“말씀 주십시오, 전하.”

“신라는 어찌하렵니까. 저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터인데.”

“이미 조처 취했습니다.”

“어떻게?”

“신라가 그를 빌미로 공격을 감행하면 김춘추의 약조를 거론하라 일렀습니다.”

“그래도 듣지 않고 쳐들어오면 어찌하렵니까.”

“그러면 넘겨줘 버리지요.”

“네, 넘기다니요!”

“어차피 우리 영토나 신라 영토나 그게 그거 아닙니까. 그러니 언제나 마음 먹으면 취할 수 있으니 그냥 줘버리고 당나라와의 전투에 힘을 쏟아야지요.”

보장왕이 차마 이해하기 힘든지 눈을 크게 떴다. 

그를 의식하며 선도해를 바라보았다.

“선 책사, 신라군이 고구려를 공격할 가능성은 있소?”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