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수사 총정리>검찰 공소장에 비친 담철곤 두 얼굴

2011.06.21 06:00:00 호수 0호

과자 판 회삿돈으로 뻔뻔한 ‘황제생활’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3개월 동안 이어진 검찰의 ‘오리온 비자금’수사가 일단락됐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결국 쇠고랑을 찬 채 재판에 넘겨졌다. 담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 금액은 수사 초기 의심됐던 40억원에서 구속 당시 100억원대로, 다시 최종적으로 이를 훌쩍 넘어선 300억대로 늘어났다. 혐의를 들여다보면 더 기가 막히다. 하도 뻔뻔해 혀를 내두를 정도다. 담 회장의 두 얼굴이 담긴 검찰의 공소장을 펼쳐봤다.

3개월 스피드 조사 종료…담 회장 쇠고랑 찬 채 재판
비자금 40억서 300억대로 불어 “그림유용 혐의 추가”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것 같습니다."

오리온그룹 측은 검찰이 지난 3월22일 서울 용산구 문배동 오리온그룹 본사와 계열사 등을 압수수색할 당시만 해도 관련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비자금에 대해선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226억원 빼돌리고
74억원 손해 끼쳐

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회장님은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검찰이 오해한 것 같다. 내 자리를 걸고 확신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오리온그룹 측의 과한 자신감은 본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일요시사>는 검찰의 수사 시작과 동시에 오리온그룹과 담철곤 회장 등이 받고 있는 의혹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에 오리온그룹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가 공동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새빛을 통해 본지 기자 등을 상대로 총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언론 기사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먼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요구를 거치기 마련이지만, 오리온그룹은 이를 무시하고 곧바로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입막음용’으로 풀이됐다.

오리온그룹은 소장에서 “<일요시사>가 오리온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해 그룹의 오너가 횡령, 배임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했다”며 “이는 정확한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추측성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사에 그룹 오너들의 사진 2장을 게재해 독자들에게 보도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오해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3개월이 흐른 지금, 오리온그룹의 당찬 기세는 다소 누그러진 모양새다. 믿었던(?) 담 회장이 구속되면서 오히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딱히 할 말도 없는 듯한 표정. 그저 재판에서 모든 게 밝혀질 것이란 기대만 하는 분위기다.

검찰의 ‘오리온 비자금’수사가 일단락됐다. 담 회장은 결국 쇠고랑을 찬 채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지난 13일 담 회장을 3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구속 기소했다. 담 회장의 비자금 조성을 도운 조경민 그룹 전략담당 사장도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와 함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오리온그룹의 위장계열사인 포장재 인쇄업체 I사의 김모 대표와 옛 계열사 온미디어의 김모 전 대표, 김 전 대표에게 청탁 명목으로 부정한 돈을 건넨 온라인게임 개발업체 김모 대표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또 I사 전 중국 대표 신모씨의 신병을 추적 중이다.

관심을 모았던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사장은 구속되지 않았다. 담철곤-이화경 부부가 함께 처분을 받는 재계 초유의 일이 벌어질지 세간의 시선이 쏠렸었다. 이 사장은 부동산 매각을 통한 40억원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의혹 등을 받아왔다.

하지만 검찰은 남편 담 회장이 구속된 점과 경영공백이 우려되는 점, 본인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입건유예했다. 보통 부부가 비슷한 혐의일 경우 한 명은 입건하지 않거나 불구속 기소하는 것이 관행이다. 입건유예는 일부 범죄 혐의가 있으나 여러 상황을 참작해 입건과 기소 등 사법절차를 유예하는 처분이다.

담 회장은 회삿돈 226억원을 빼돌리고 회사에 74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임원에게 급여와 퇴직금을 주는 것처럼 가장하거나 차명지분을 페이퍼컴퍼니에 이전하면서 비용을 허위·과다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삿돈 226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 회장은 포장재 납품업체 I사의 중국법인 자회사 지분을 오리온의 홍콩 현지법인에 헐값 매각하는 등 회사에 74억원의 손해도 입혔다.

담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 금액은 수사 초기 의심됐던 40억원에서 구속 당시 100억원대로, 다시 최종적으로 이를 훌쩍 넘어선 300억대로 늘어났다. 담 회장 자택에 있던 100억원이 넘는 미술품들의 가격이 횡령액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회삿돈으로 구입한 개인 소장 미술품에 대해 횡령 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이 밝힌 담 회장의 ‘회삿돈 쓰기’는 한마디로 기가 막히다. 하도 뻔뻔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해외 유명작가의 고가 미술품들을 계열사 법인자금으로 매입해 서울 성북동 자택에 설치하는 수법으로 회삿돈 14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화경은 입건유예
남편 구속 등 감안

담 회장이 회사 소유의 그림을 대여료 없이 자신의 집에 걸어놓는 작품은 모두 10점이다. 담 회장은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이 가운데 6점을 경기도 양평 그룹 연수원으로 옮겨 놨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담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머지 4점이 인테리어 용도로 설치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작품으로, 담 회장이 대표로 있던 계열사들이 이미 구속된 이화경 대표의 서미갤러리에서 구입했다.

담 회장은 회사가 구입한 프란츠 클라인(1919∼1962)의 시가 55억원짜리 그림 ‘Painting 11’을 자택 식당에 걸었다. 클라인은 미국 뉴욕 출신의 대표적인 추상표현주의 화가로, 자신의 그림 중에서 한 부분만을 확대해 작품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주방 천장엔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28억원짜리 모빌 ‘Three White Dots and One Yellow’를 매달았다. ‘모빌의 창시자’칼더는 철사 틀에 다양한 크기와 무게의 물체를 매달아 균형을 이루면서 계속 흔들리는 모빌을 발명한 미국의 조각가다.

담 회장은 독일 출신의 신표현주의 화가 안젤름 키퍼(1945∼)의 작품 ‘Rock and Lead Books’도 자택에 설치했다. 이 작품의 가격은 14억원에 이른다.

현대 미술의 거장인 영국 설치미술가 데미안 허스트(1956∼)의 설치미술 작품 ‘After Stubbs Cigarette Butts Wall Mounted Cabinet’도 있었다. 이 작품은 1993년 휘트니 비엔날레에 출품된 것으로 오리온 계열사가 약 2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산 그림 집에 걸고,
회사가 돈 준 가정부 두고,
회사가 지은 건물 딸 주고,
회사가 빌린 외제차 굴렸다!

검찰은 “담 회장 자택에 걸린 작품들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오리온그룹 계열사 4곳의 법인자금으로 사들인 것”이라며 “미술품의 경우 소유자를 공시하지 않는 만큼 지속적으로 집에 걸어뒀다면 소유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담 회장이 회삿돈으로 고가의 외제 고급 슈퍼카를 굴린 사실도 밝혀냈다. 담 회장은 2002∼2006년 계열사에서 법인자금으로 사들이거나 리스한 ‘포르쉐 카레라 GT’,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포르쉐 카이엔’, ‘벤츠 CL500’등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계열사가 리스료와 차량보험료, 자동차세 등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검찰은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진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고급 외제차량을 리스해 자녀 통학 등 개인 용도로 무상사용, 해당 계열사에 2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전했다.

담 회장이 ‘공짜’로 몰고 다녔던 차량들의 가격은 웬만한 집 한 채보다 비싼 고가다. ‘스포츠카 황제’로 불리는 ‘포르쉐 카레라 GT’는 수입가가 8억8000만원에 달한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는 3억5000만원, ‘포르쉐 카이엔’과 ‘벤츠 CL500’은 각각 2억원대를 호가한다.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황제 같은 생활’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담 회장은 1999년부터 최근까지 자택에 집사와 가정부 등 관리자 8명을 두고 연간 2억원씩 10여년 동안 총 20억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이들은 각각 사택 관리, 세탁, 청소, 자녀보육, 주방요리, 차량운전, 경비 등을 맡았다.

하지만 담 회장은 자택 관리 인력의 월급을 계열사 돈으로 지급했다. 다시 말해 오리온그룹 소속 인력들이 담 회장 일가에 파견돼 봉사한 것이다.

담 회장은 또 위장계열사 I사가 매입한 터에 건물을 세우고 가족들의 공간으로 사용했다. 담 회장은 2003년 자택 인근의 대지 1319㎡(약 400평)를 39억원에 사들였고, 이듬해 3억원의 웃돈을 얹어 I사에 되팔았다. 2005년 갤러리를 설립한 I사는 이 자리에 18억원을 들여 지상 1층·지하 2층짜리 건물을 신축했다. 이 건물은 I사가 운영하는 갤러리로 신고됐다.

기소 내용 보니…
혀 내두를 수준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담 회장 가족들의 체력단련실, 외제차 보관소 등으로 사용된 것. 담 회장은 지난해 6월 다시 딸의 사진작업실로 만들어줬다. 당시 사용된 공사비 3억원도 I사가 대신 부담했다. 검찰은 이 건물의 관리비 5억원과 임대비 3억원 등을 담 회장의 횡령액으로 잡았다.

검찰은 “담 회장은 I사가 소유한 서울영업소 부지와 건물을 자신의 딸 침실과 화실 등으로 무상사용해 회사에 8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설명했다.

담 회장은 혐의를 딱 잡아떼고 있다. 담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같은 의혹 등 혐의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 회장의 변호인단도 비자금 조성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선 순환출자구조와 배당금, 변제 등의 이유를 들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벌어질 재판에서 검찰과 담 회장 사이에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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