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분쟁’ 홍대 와이즈파크에 무슨 일이…

2017.07.24 11:01:22 호수 1124호

통로 막아놓고 “알아서 다녀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은 늘 사람으로 북적인다. 9개에 달하는 각각의 출구 너머엔 영화관, 술집, 클럽 등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2030세대의 놀이터가 말 그대로 널려있다. 홍대입구역 8번 출구서 70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홍대 ‘와이즈파크’ 역시 그중 한 곳이다. 최근 여기서 크고 작은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홍대 와이즈파크(이하 와이즈파크)는 2007년 준공됐지만 법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꽤 오랜 기간 개점휴업 상태에 있었다. 그러다 2011년 9월 애경그룹의 부동산계열사인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이하 에이엠플러스)이 와이즈파크로 이름을 바꿔 오픈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상반된 대답

와이즈파크 8층에는 롯데시네마가 입점해 있고, 1∼3층에는 패션 매장인 유니클로가 영업 중이다. 2015년 4월까지는 유니클로 매장 옆에 우리은행도 있었다. 당시 우리은행은 구분 소유자와 건설회사 STA의 사무실을 임차해 현금지급기와 은행을 운영했다. 그 중 하나가 A씨 소유의 2층 47호 사무실이다.

2007년 6월 우리은행과 A씨 등 임대인 간의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2014년까지 탈 없이 유지되던 관계는 우리은행의 계약 중도 해지 선언으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2014년 3월만 해도 우리은행과 A씨는 계약 기간을 3년 연장하는 등 ‘훈훈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계약 기간 중인 2015년 3월 A씨는 우리은행으로부터 계약 중도 해지 통보를 받았다. 1층은 현금지급기 사용을 위해 계약을 유지하고, 2층 A씨의 사무실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온 것이다. 


계약서상의 중도 해지 부분을 보면 ‘임대차 계약기간 종료 후 자동연장기간 또는 연장계약기간 중에 임대인 또는 임차인의 사정으로 인하여 중도에 해지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3개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A씨는 우리은행이 이 조항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우리은행-유니클로에 낀 개인 임대인
서로 책임 전가…갈수록 피해만 커져

갑작스러운 해지 통보에 A씨는 우리은행과 소송을 진행했고, 2년의 다툼 끝에 1심과 2심서 모두 승소했다. 법원은 당초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올해 3월19일까지 우리은행과 A씨의 계약관계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계약 부분은 해결됐지만 사무실 원상복구 문제는 제자리걸음이었다. A씨는 우리은행과 분쟁을 시작하면서부터 줄곧 사무실 원상복구를 주장했다.

▲유니클로 매장 옆으로 벽체가 생겨 막힌 통로 ▲남자 한 사람이 서면 꽉 찰 정도로 비좁은 복도 ▲동의 없이 건물 외관 변경 등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벽체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은행뿐 아니라 유니클로, 에이엠플러스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곳이 많아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았다.
 

A씨는 “벽체가 생겨서 통행이 불편하고 책상도 못 옮길 만큼 좁은 복도, 햇빛을 가리는 외관. 누가 이 사무실을 빌리려 하겠느냐?”라며 반문했다. A씨는 그 때부터 유니클로의 한국법인 에프알엘코리아, 우리은행, 에이엠플러스 등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만나는 업체 관계자마다 다른 말이 돌아왔다. 와이즈파크 관리사무소 소방 관리자는 “벽체는 2012년 유니클로 매장이 들어오면서 만든 것”이라며 “우리은행서도 고객이 유니클로 매장 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두 곳에서 같이 했다”고 전했다.

반면 우리은행 총무부 차장은 “벽체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 유니클로가 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에프알엘코리아 출점기획팀 관계자는 “벽체는 에이엠플러스가 자신의 비용과 책임 하에 설치한 자산”이라며 “우리에겐 소유권이나 기타 변경 및 철거 권한이 없다”고 공문을 통해 답했다. 

A씨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우리가 보낸 내용증명에 대한 회신에 ‘계속 내용공문을 보내면 업무 방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협박성 문구까지 넣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업체끼리 갈등 조정이 안 되자 A씨는 마포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마포구청은 조사 결과, 2층 점유자인 유니클로와 건축물 관리자 와이즈파크가 건축법 49조, 건축법 시행령 34조,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15조 2항 등을 위반한 사실을 지적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건축법 49조는 ‘건축물의 피난시설 및 용도제한’, 건축법 시행령 34조는 ‘직통계단의 설치’,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15조 2항은 ‘복도의 너비 및 설치 기준’ 등에 대한 조항이다.

마포구청이 지적한 위반 사실대로면 2층 47호 사무실을 사용하는 사람은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할 경우 대피 방법이 마땅치 않다. 

실제 와이즈파크 2층 47호 사무실은 ‘고립’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드나들기 어려운 구조로 돼있었다. 유니클로 매장 카운터 옆 통로는 벽체로 막혀 있고, 우측 통로로 들어가려 해도 감지기 앞 차단봉 때문에 통행이 통제됐다.

문제는 매년 실시하는 소방점검서 이 같은 사실을 잡아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집합건물의 경우 일반적으로 소방시설관리업체에 용역을 맡겨 소방점검을 실시한다. 점검 결과는 해당 관내 소방서로 보고된다. 
 

마포구에 위치한 와이즈파크는 마포소방서에서 소방점검 결과를 확인한다. 점검 보고서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소방서에서 현장에 나가 한 번 더 보는 시스템이다.

마포구청 건축법 위반 지시
소방점검서 왜 못 잡았나?

마포소방서 검사지도팀 관계자는 지난 19일 A씨가 와이즈파크 건물 도면을 들고 찾아가 민원을 제기하자 현장점검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시간이나 인력 문제 때문에 건물을 일일이 점검하기 어렵다”며 “소방 점검은 실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필요한 감지기나 스프링클러 등의 작동 여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와이즈파크 관리사무소 소방 관리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층으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통로가 있었다”며 그렇기에 소방 점검서 지적받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화재가 발생해도 직통 계단이 있으니 대피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우리은행 총무부 차장은 “2015년 은행을 이전하는 과정서 1층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막았다”고 했다.

A씨가 우리은행과 소송 과정서 법원에 제출한 2015년 7월17일자 동영상에도 1층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은 막혀있다. 벽체가 세워진 2012년부터 5년, 최소로 잡아 우리은행이 중도 해지를 통보하면서 A씨가 문제를 인식한 2015년부터 2년간 지금 모습 그대로 방치돼있던 셈이다. 

건물을 관리하는 에이엠플러스 경영기획본부 점장은 “어떤 과정을 거쳐 벽체가 세워졌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사실 우리도 임차인이나 다름없다”며 “와이즈파크 관리단(와이즈파크에 입점한 소유주들이 만든 법인)에 물어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답했다. 

에프알엘코리아에서 벽체는 에이엠플러스 소유의 자산이라고 말한 것과 상반된 대답이다. 와이즈파크 관리단장은 “에이엠플러스와 계약하면서 관리 권한도 전부 넘겨줬다. 왜 계속 관리단으로 떠넘기는지 모르겠다”며 “오늘 중으로 문제 제기하겠다”고 전했다.

현재 에이엠플러스나 와이즈파크 관리사무소 측은 마포구청이 정한 시정명령 기한인 8월14일까지 벽체를 없애고 통로를 만들겠다는 입장만 고수 중이다. 

떠넘기기 급급

A씨는 “에프알엘코리아, 우리은행, 에이엠플러스까지 국내 대기업 집단서 수년째 건축법을 어기고도 사과 한 마디가 없다”며 “그저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상황이 몇 년간 지속됐는데도 불구하고 마포구청이나 마포소방서에서 한 번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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