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저서 <문재인의 운명> 속 ‘진짜 운명’은?

2011.06.17 06:00:00 호수 0호

노무현의 숙제들 ‘운명’으로 끌어안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문재인의 운명>이란 책을 출간했다. 지난 15일 출간된 책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만남부터 이별,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의 비화들이 담겨있다. 세간에서는 ‘운명’이라는 책 제목과 내용을 놓고 그에게 불어 닥친 ‘대망론’을 받아들일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의 행보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인규에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하다” 비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절박했던 상황 담아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문재인의 운명>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책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절절한 사연들과 비화들을 쏟아냈다. 인권변호사에서 스타 국회의원, 잇따른 패배 가운데 일어난 기적 같은 대선 승리, 부엉이바위의 비극까지 평생지기로 옆에서 바라보았던 ‘인간 노무현’과 참여정부에 대한 증언을 담고 있다.

안타까운 심정 토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부분은 이인규 전 중수부장에 대한 회상장면이다. 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전후를 다루는 부분에서 이인규 당시 중수부장을 “오만하고 거만하다”며 분노를 토로했다.

문 이사장은 수사 당시 상황에 “이인규 중수부장이 대통령을 맞이하고 차를 한잔 내놓았다. 그는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의 조사를 지켜보면서 검찰이 아무 증거가 없다는 걸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박연차 회장의 진술 말고는 증거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통령과 박 회장 말이 서로 다른데, 박 회장 말이 진실이라고 뒷받침할 증거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통화기록조차 없었다. 통화기록이 없다는 것은 통화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묘사한 부분에서는 가슴 절절했던 당시 상황을 재연해냈다. 문 이사장은 당시 “병실에 들어섰다. 눈을 감고 말았다.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처참한 모습이었다”고 표현했다. 이어 의료진에게 노 전 대통령이 의학적으로 사망했다는 판단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시 권양숙 여사는 비서들이 차마 사실대로 말하지 못해 노 전 대통령이 산에서 떨어졌는데 좀 위급한 상황과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라는 짐작만 한 채 병원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문 이사장은 “여사님의 오열과 통곡 앞에서 나도 나를 가누기 어려웠다. 고통스런 일이었다. 실신했다 깨어났다를 반복하던 여사님께서 어느 정도 정신을 수습하신 후에 동의를 했다. 인공심장 박동기를 제거했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의 유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유서를 처음 본 충격이 어느 정도 가셨을 때 나를 못 견디게 했던 건, 이분이 ‘유서를 언제부터 머리에 담고 계셨을까’라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는 대통령의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했다. 얼마나 외로우셨을까”라고 자책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그분이 혼자만의 고통스럽고 고독한 시간을 가지며 마지막 결심을 굳힐 때까지 나를 포함해 누구도 함께 있어드리지 못했다”며 “(2009년)5월 19일 오후부터 23일 새벽까지 그 누구도 만나지 않으셨다” 면서 “그리고 23일 새벽 집을 나서, 그 먼 길을 떠나셨다”며 가슴 시린 상황을 회고했다.

무엇보다 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변호인단이 모두 무죄로 확신해 더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나 변호사들 모두 검찰이 기소하더라도 무죄를 받는 것엔 문제없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을 때였다. 대통령이 그렇게 자신을 모두 던져 버릴 결심을 하고 계신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대망론’은 더욱 거세져

‘대망론’과 맞물린 현상황에서 저서의 마무리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 그의 서거조차 그러했다. 나를 다시 그의 길로 끌어냈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마쳤다.

친노의 좌장격인 그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고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문 이사장은 지난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를 전후해 다음 대선에서 민주진영의 재집권을 위해 어떤 역할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야권연대의 단일화 없이는 내년 총선ㆍ대선의 승리는 어려운 상황이 예측되는 만큼 이것을 고리로 보폭을 넓혀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그가 주연배우로 나설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하지만 정치적 상황과 시대적 요구가 맞물려 끊임없이 그를 필요로 할 경우 그 운명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문 이사장의 선택만이 남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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