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파워’ 광주일고 재계 인맥지도 대해부

2011.06.16 06:00:00 호수 0호

금융·산업계에 ‘거미줄식’ 네트워크 구축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호남지역의 명문고인 광주제일고등학교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금융비리사건에 이 학교 출신 인사들이 대거 얽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부터 정관계 인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동문들은 자기일 인양 안타깝기만 하다. 그 가운데서도 ‘같은 바닥’에 있던 이들은 더욱 그렇다. 그간 광주일고 동문들은 ‘전통의 명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재재 곳곳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그들만의 인맥지도는 견고하다. 마치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일요시사>는 재계에 복잡하게 뻗어있는 광주일고 인맥도의 실타래를 ‘한줄한줄’ 풀어봤다.

‘전통의 명문’…재계 곳곳에서 탄탄한 입지 다져
호남 출신 그룹인 금호아시아나와 ‘남다른 인연’



광주제일고등학교 동문들은 지난 1919년 학교 설립 이후 ‘전통의 명문’이라는 이름답게 재계 곳곳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 왔다. 하지만 처음부터 주류에 속해있던 건 아니다. 3~6공화국 시절에는 정권에서 소외 받았다. 광주일고 출신 금융인들이 증권업계에 유독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출세하기 힘든 은행·보험권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했던 증권계로 대거 진출한 때문이다.

그런 광주일고에 한줄기 빛이 비춘 건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다. 이 학교 출신 금융인들은 정부의 높은 관심 속에 ‘쑥쑥’ 자라갔다.

DJ정권 때부터
각광 받기 시작

증권업계의 대표적인 인맥은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52회)이다. 박 회장은 1997년 11년간의 증권사 샐러리맨 생활을 청산하고 경영자의 길로 들어섰다. 1998년 국내 최초로 뮤추얼펀드(증권투자신탁회사)를 도입해 자산운용 시장의 판도를 일거에 뒤바꾸며 ‘펀드 신화’를 써내려갔다. 박 회장은 2000년 개인 성과급 75억원을 쾌척, 박현주재단을 설립해 재계 안팎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박 회장은 최근 적립식·간접 투자개념을 새롭게 정립시켜 개인들의 안정적인 자산 형성에 기여한 점과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과 펀드상품 수출 등을 통해 자산운용업을 금융투자 산업의 탄탄한 축으로 성장시킨 공로를 높게 평가받아 제1회 금융투자인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영재 칸서스자산운용 회장(41회)도 광주일고 동문으로 자본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김 회장은 1976년 옛 증권감독원의 전신인 투자공사에 입사해 증감원의 홍보실장과 기업재무국장을 지냈다. 1998년 금감위 출범 후 첫 대변인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당시 이헌재 금감위원장이 대변인으로 발탁하자 기업·금융 구조조정의 논리를 전파하는데 앞장섰다. 당시 TV 출연이 200여회를 넘을 정도여서 ‘구조조정의 나팔수’로 명성을 얻었다. 이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을 거쳐 칸서스자산운용 회장에 올랐다. 김 회장은 최근 부산저축은행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관리하고 있던 알짜 회사인 서울신용평가정보를 은행 영업정지 하루 전 날 인수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찬형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50회)도 증권계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81년 한국투자신탁 운용부에 입사한 정 사장은 경영지원본부 상무, 한국투자신탁운용 경영관리담당 전무를 거친 데 이어 구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통합과 동시에 한국투자증권 경영관리본부 전무를 역임했다. 이후 한국투자금융지주 경영관리실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 2008년 4월부터 한국운용의 총괄부사장을 맡고 있다. 정 사장은 원칙에 기반 한 운용 철학을 바탕으로 금융위기 파도를 넘은 운용고수로 정평이 나있다.

송상종 피데스투자자문 사장(52회)도 주목할 만한 광주일고 출신 CEO다. 송 사장은 1998년 피데스투자자문을 설립하기 전까지 동원증권과 교보생명에서 주식과 채권을 운용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안정적인 운용스타일로 고객에 꾸준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송 사장은 현재 1조원가량의 자금을 끌어 모으며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송 대표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동창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52회)도 이들과 동창생이다. 장 사장은 삼성생명을 거쳐 1987년 동원증권에 입사했다. 당시 상품부문 수익률에서 발군의 능력으로 1세대 펀드매니저 대표주자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대범한 운용 스타일로 ‘장대포’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1999년 KTB자산운용을 창업해 11년째 CEO와 펀드매니저를 겸직하고 있다. 정 사장은 부산저축은행 부실 정황이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증자 3개월 전인 지난해 3월 최대 1000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미리 써주는 등 상식 이하의 투자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또 제8대 은행연합회 회장을 지낸 신동혁 전 한미은행 회장(33회)을 비롯해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40회), 김성우 전 신한은행 부행장(46회) 등도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금융계에 막강 파워를 자랑하던 광주일고 동문이다. 특히 LA한미은행장을 지낸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37회)는 세계 금융 중심지인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도 인정받는 석학이다.

금융권 중 증권업계
가장 많이 포진

광주일고 출신들은 제2금융권에서도 포진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근 저축은행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43회)이다. 박 회장은 아버지인 박상구 부산저축은행 명예회장이 부산상호신용금고(현 부산저축은행)와 광주상호신용금고, 대전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하면서 신용금고 업계에 진출하던 1981년 경영에 참여했다. 박 회장은 광주상호신용금고 이사를 맡다가 1985년 부산상호신용금고로 옮겼으며, 2004년 부친이 물러나면서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방만한 경영을 일삼아 오다 결국 덜미가 잡혔고 현재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김양 부산상호저축은행 부회장(45회)은 박 회장의 2년 후배로 사실상 박 회장과 공동경영을 해왔다. 박 회장이 자리를 비우면 대신 경영 관련 의사결정을 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에 대한 박 회장의 신뢰는 상당히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 역시 불법대출 등으로 혐의로 검찰에 함께 기소된 상태다.

이밖에 이장홍 대한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41회), 김재우 전 한서상호저축은행장(42회), 김명진 전 군산한일저축은행 대표이사(46회), 이찬묵 부천영진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50회) 등이 광주일고 동문이다.

재계에서 광주일고 출신이 가장 많이 진출한 곳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그룹의 모태가 된 광주택시가 탄생한 곳이 광주인 때문이다. 우선 고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3남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38회)과 4남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42회)이 모두 광주일고 출신이다. 이들 형제는 이른바 ‘형제의 난’이라 불리는 경영권 분쟁 후 일선에서 물러났다 복귀했다. 그리나 최근 비자금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관련 이들 형제의 관계는 다시 파경으로 치닫고 있다.


자본시장 ‘절대 강자’ 박현주 회장도 이 학교 출신
이랜드, 하이마트, 건축업계 등 다양한 분야 진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에서는 김성산 금호고속 사장(40회)이 광주일고 동문이다. 김 사장은 지난 1973년 금호고속에 입사해 30년 이상을 금호아시아나에서 장기 근속한 그룹 역사의 산증인으로 금호건설, 금호개발 등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친 뒤 2000년 금호고속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기옥 금호건설 사장과 이삼섭 금호렌터카 사장은 광주일고 42회 동기동창이다. 기 사장은 지난 2008년 금호석유화학 사장 취임 1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대 실적을 내는 등 경영능력을 과시했다. 이후 2010년 금호건설로 무대를 옮겨 부실에 빠진 회사의 경영정상화에 힘쓰고 있다. 2006년 금호렌터카 사장에 취임한 이 사장도 금호실업에 입사해 금호건설, 주택할부금융 대표, 금호그룹 비전경영실 총괄 부사장, 금호페이퍼텍 대표 등을 맡아 탁월한 리더십을 뽐내고 있다.

이 외에도 광주일고 출신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들은 재계 곳곳에서 활발한 사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의류·패션 부문에서는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46회)이 돋보인다. 1980년 서울 이화여대 앞 패션거리에 ‘잉글랜드’ 라는 보세 옷가게로 사업을 시작한 박 회장은 ‘이랜드’ ‘브렌따노’ ‘언더우드’ 등 성인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를 잇달아 히트시키면서 이랜드의 점포망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 그리고 25년만에 매출 2조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키워내는 등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재벌로 꼽힌다.

국내 최대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하이마트의 선종구 사장(40회)도 광주일고 출신이다. 1998년 초 대우전자에서 한국신용유통 지원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긴 선 사장은 대우전자 총판권 영업과 양판점 형태 사이에서 고민하던 경영진을 설득, 지금의 하이마트를 있게 한 인물이다. 선 사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2년초 하이마트 국내 영업 본부장직을 맡은 데 이어 동년말 회사의 사령탑에 올라 하이마트를 국내 최대 가전 전문 유통회사로 키워냈다.

LG생활건강의 정일재 사장(52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광주일고 인맥이다. 정 사장은 LG그룹 경영관리팀과 브랜드관리팀장(부사장), LG경제연구원, LG유플러스 등을 거쳐 지난해말 LG생명과학 사장에 임명됐다. 사실 정 사장이 그동안 이 분야와 인연이 없었다. 그럼에도 정 사장이 LG생명과학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부진에 빠진 LG생명과학을 다시 일으키는 데는 전략적 판단과 사업 실행 능력을 갖춘 정 사장만 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정 사장은 LG생활건강이 LG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게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보통신, 제약
식품업서도 활약

건설 부문에서는 종합건설그룹인 르메이에르그룹의 정경태 회장(44회)을 비롯해 이우식 한양주택 대표이사(49회), 임종아 삼안 부회장(49회)이 선전하고 있다.

정보통신(IT) 부문에서는 서재인 전 KB데이터시스템 대표이사(40회)을 필두로 금융자동화기기 업체인 청호컴넷의 사장직을 오랫동안 수행하며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전영안 안테크정보기술 사장(50회) 등이 눈에 띈다. 이밖에 삼성토탈 사장을 지낸 고홍식 삼성토탈 고문(40회)과 손일호 부국철강 대표이사(49회) 등도 광주일고 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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