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일담> 수상했던 안철수 캠프 산정빌딩 10층의 비밀

2017.07.10 10:32:21 호수 1122호

그날 외부자 막고 무슨 일이…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준용 취업특혜 제보조작 사건의 핵심은 과연 이유미씨의 개인적 일탈인지, 국민의당과 조직적 공모가 있었는지의 여부다. 당은 이씨의 개인적 일탈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정황상 의혹의 눈길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이씨로부터 제보 내용을 들었다는 4월 마지막 주, 당시 ‘국민캠프’서 겪었던 일을 복기해봤다.
 



지난달 26일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정론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민의당이 밝힌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취업 의혹 중 미국 파슨스 스쿨 동료의 증언을 근거로 한 내용이 이유미씨에 의해 조작됐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국민의당은 대선 기간 중 준용씨의 파슨스 스쿨 동료의 증언을 근거로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에 문 대통령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발표한 바 있다.

조작된 제보

박 위원장은 “어제(지난달 25일) 이씨는 당시 제공한 자료가 본인이 직접 조작해 작성한 거짓자료였다고 고백했다”며 “이에 당은 곧바로 검찰에 출석해 진실을 밝히도록 조처했고 검찰이 철저한 수사와 함께 자체 진상규명에 들어갔다. 사건 관련자들을 당헌·당규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위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국민의당은 이씨로부터 넘겨받은 관련 카카오톡(이하 카톡) 캡처 화면 및 녹음 파일을 제보받았다”며 “그 내용의 신빙성을 검토한 바 그 제보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 자료의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제보가 공개된 날은 지난 5월5일. 당시 국민의당 김인원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준용씨와 파슨스 스쿨을 함께 다녔다던 한 동료의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내용인 즉 준용씨가 “아빠(문 대통령)가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얘기를 했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제기됐던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의 핵심 증거로 주목받았다.

박 위원장의 사과 후 구성된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은 지난 3일 국회서 조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내놨다. 제보조작은 이씨의 단독범행이라는 결론이었다.

진상조사단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이씨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은 시기는 지난 4월 말경. 당시 파슨스 스쿨에 지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 전 최고위원은 이씨에게 준용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달라고 요청했다.

비슷한 시기인 4월 마지막 주, <일요시사>는 대선주자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5개 대선주자 캠프를 찾아다니던 중이었다. 안철수 전 후보의 캠프도 예외가 아니었다. 선대위가 있던 비앤비빌딩은 물론 기존 캠프가 있던 산정빌딩도 찾아가 인터뷰 담당자를 수소문하고 다녔다.

당시 산정빌딩 캠프는 보조적 역할로 전환된 상태였다. 당 차원서 선대위가 꾸려지기 전 산정빌딩은 본진 역할을 했다. 이후 안 전 후보가 당의 후보로 선출되자 당은 당사가 있는 비앤비빌딩에 선대위를 차렸고, 기존의 산정빌딩 캠프를 해체하는 대신 선대위를 지원하는 역할로 전환한 것이다.

산정빌딩 캠프는 7층과 10층, 2개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중 7층은 캠프를 찾는 외부 손님을 맞이하는 곳으로 쓰였다. 7층으로 올라갔을 때 손님은 단 2명밖에 없어 한산했다. 기자는 곧바로 캠프 관계자에게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공모설 지도부 연관이 관건
한산했던 입구 삼엄했던 10층

그러자 그 관계자는 자신이 외신 담당이고 국내 언론사는 다른 사람이 담당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어디로 찾아가면 국내 담당자를 만날 수 있는지 묻자 그곳 10층에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일요시사>는 담당자와 직접 만나 인터뷰를 요청하고자 10층으로 올라가겠다고 말했다. 통상 인터뷰를 요청할 때 형식과 주제를 밝혀야 하기 때문에 담당자와 직접 소통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외신을 맡고 있다던 그 사람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10층에는 올라가면 안 된다고 만류했다. 내용을 전달해 담당자의 연락이 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적어도 직접 통화를 해야 한다며 관계자를 설득해 담당자의 연락처를 받고 7층을 나왔다. 1층으로 내려온 후 곧바로 다른 대선주자 캠프로 이동할까 고민했지만 석연찮은 마음에 10층으로 직접 올라가봤다.

10층은 보안이 삼엄했다. 사무실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프린팅된 커다란 종이가 붙여져 있었다. 원래 목적을 위해 사무실 앞에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고 10층에 올라와 있다는 말을 하자 깜짝 놀라며 기다리면 곧 나가겠다고 답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4시경이었음에도 사무실은 오가는 사람으로 북적였다. 한적했던 7층과는 대조를 이뤘다. 보조적 역할치고는 근무자가 많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안전을 위한 경찰 병력이 배치돼 있지 않은 점도 여타 캠프와는 이질감이 드는 부분이었다. 정당이나 캠프는 반대 세력의 테러에 노출돼있기 때문에 보통 경찰 병력이 건물 입구를 지키고 있다. 특히 대선이라는 민감한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경찰 병력은 당의 요청에 의해 배치된다. 관할 경찰서에 확인해본 결과 산정빌딩에는 경찰 병력 배치 요청이 없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여당 관계자는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다”며 “관할 경찰서에 그저 요청만 하면 되는 사안이라 힘든 절차도 아니다. 더욱이 언론에 위치가 노출된 캠프라면 안전상의 이유로 대개 (병력 지원) 요청을 한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대변인실 측은 그 이유에 대해 “추정컨대 당 선대위가 비앤비빌딩에 세워지고 나서 안 전 후보가 산정빌딩 쪽으로 가지 않아 경찰 병력을 배치할 필요가 없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수상한데…


더불어민주당은 이씨 개인의 조작이라는 국민의당의 주장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서 “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 대선주자였던 안 전 후보가 (제보조작을) 몰랐다고 말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조작자인 이씨가 줄곧 “당 지도부의 지시로 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당과의 공모설이 힘을 받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준서 입 열까?

문준용씨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이른바 ‘국민의당 윗선’ 수사에 나선 상태다. 검찰은 최근 조작 사건의 당사자인 이유미씨가 윗선으로 지목한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이 제보 조작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직접 조작을 지시했는지, 또는 뒤늦게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는지 등 공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씨와 이 전 최고위원간 대질 심문도 진행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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