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김세중 청년조각상’ 이환권

2017.07.03 10:24:44 호수 1121호

현대인의 긴장을 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970∼1980년대 TV 속 인물은 가끔 홀쭉하거나 뚱뚱한 모습으로 왜곡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환권 작가는 이런 평면왜상을 공간으로 인식했다. 공간의 왜곡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가는 왜곡의 긴장된 형식 속에서 무심한 듯 담담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꼈다. 그것은 곧 그의 작업 동기가 됐다.
 



이환권 작가는 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조각가다. 2000년부터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에 참가한 그는 홍콩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서 높은 가격에 작품이 낙찰되는 등 큰 호응과 반향을 얻었다. 

납작한 조각상

이 작가의 작품은 길쭉하거나 납작하게 찌그러진 왜곡된 인물상들이다. 그가 만든 조각상에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시각적 경험이 담겨있다.

이 작가와 예화랑은 서울 도심의 환경 조형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작가와 갤러리는 도시라는 환경 안에서 조각이 가질 수 있는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 함께 생각했고, 그 결과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 특히 이 작가가 올해 제28회 김세중 청년조각상을 수상하면서 이번 전시의 의미는 더욱 커졌다.

갤러리 측은 작품을 전시하는 과정서 외부 설치 등 무한한 가능성을 연구했다. 생각 끝에 나온 게 갤러리 건물 외벽에 설치된 작품 ‘알리’. 마치 건물을 따라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연출된 작품은 도심 속에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이 작가는 조각하려는 모델을 여러 방향서 사진 찍은 다음 포토샵을 이용해 상하좌우 방향으로 자유롭게 늘려본다. 그 다음 변형된 이미지를 다시 3차원의 입체 조각으로 변환해 흙으로 빚고 합성수지의 일종인 폴리에스테르로 주물을 떠내는 작업을 거친다. 

자유롭게 변형된 이미지는 다시 조각으로 만들어져 현실의 공간으로 끌려 나온다. 완성된 작품은 관람객에게 어지러움을 느끼게 하고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게 하면서도 그 장면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한 환상을 선물한다.

2008년 작품인 ‘장독대’에는 가족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겼다. 크고 작은 독들의 눈 덮인 모습은 겨울을 나는 가족을 떠오르게 한다. 겨우내 가족을 위해 어머니가 만든 김치나 갖가지 절임, 장이 담긴 장독대는 모성애를 품고 있다. 이 작가는 지인의 가족을 모델로 작품을 제작했다.
 

2015년 작 ‘삼남매’에는 변해가는 이웃의 모습을 담았다. 원양어선을 타던 아버지와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어머니 사이서 나온 세 아이의 이야기다. 한국서 결혼한 부부는 과수원 사업을 하다가 잘되지 않자 도심서 일하기 시작했다. 

늘리거나 줄여 왜곡된 인물상 다뤄
긴장속 평범함 아름다움 느껴

생활은 행복했지만 부부는 2년을 사이에 두고 세상을 뜬다. 세 아이는 오래 전부터 이주노동자를 돌봐온 한 목사님 손에 자라고 있다.

미술평론가 김종길씨는 작품 삼남매를 가리켜 아주 길쭉한 왜곡이라고 평했다. 그 왜곡의 심도가 매우 심하다는 측면서 그 상징의 폭도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남매 중 ‘세계 이주자의 날’ 캠페인이기도 했던 ‘당신의 이웃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반응하는 건 둘째”라며 “누나와 남동생은 짐짓 딴짓을 하거나 무표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2m 70㎝의 세 아이와 우리는 눈을 맞출 수 없다”며 “키의 편차만큼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북에서 이주한 남자와 한국 여자 간의 결혼식을 담은 ‘통일’(2016)서 이 작가는 작은 통일을 보았다고 말했다. 기회의 땅이지만 치열한 도시인 서울에 살아가는 지친 친구의 모습을 담은 ‘교통체증’도 있다. 
 

이 작품 속 작가의 친구는 정체된 차 안에서 팔을 조금 바깥으로 내밀고 있다. 치열한 삶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약간의 자유를 표현한 것이다.


사회 현실 조명

김 평론가는 “이번 전시는 2000년 이후 17년간 지속된 이환권의 조형미학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며 “그의 작품들은 각각의 서사와 상징을 경계 짓는 과정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되비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화랑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조각 속 왜곡, 회화의 환영과 조각의 실재 등 관람객으로 하여금 절묘한 조합과 미세한 차이를 찾아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며 “작품이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재미도 하나의 관람 포인트”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7월15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환권은?]

▲학력

경원대학교 대학원 환경조각과 졸업(2004)
경원대학교 환경조각과 졸업(2001)

▲개인전

‘예기치 않은 만남 (ENCOUNTER)’ 예화랑, 서울, 한국(2017)
‘동네(village)’ 예술공간낙산, 서울, 한국(2015)
‘Scenes from the Ordinary Days’ 가나 컨템포러리, 서울, 한국(2011)
‘From the Movies’ 가나아트 뉴욕, 뉴욕, 미국(2010)
‘Scenes from Memory’ 홍콩아트센터 파오갤러리, 홍콩(2009)
‘Shared Illusion’ 카이스갤러리, 서울, 한국(2009)
‘A World Not Quite Alike’ 애드윈갤러리, 자카르타; 싱가포르대학교박물관, 싱가포르(2009)
애드윈갤러리, 자카르타, 인도네시아(2008)
안더스갤러리, 뒤셀도르프, 독일(2007)
‘바람 부는 날’ 포스코미술관, 서울, 한국(2007)
‘버스정류장’ 세종문화회관, 서울, 한국(2005)


▲수상

제28회 김세중 청년조각상 수상(2017)
수원 월드컵경기장 청년작가 야외조각공모전 대상(2012)
세계도자기 expo 2001 청년작가 야외조각공모전 우수상(2001)
제10회 한국구상조각대전 우수상(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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