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소상인 갑질 공방

2017.06.27 10:17:27 호수 0호

점포 유치하고 ‘나몰라라’ 방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풀무원 주력 계열사인 이씨엠디가 소상인들과 진실공방에 돌입했다. 자신들이 관리하는 상가에 입주한 상인들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 양측의 갈등이 표면화 될 경우 자칫 더 큰 충돌이 예상된다. 
 



지난해 5월 풀무원 계열 생활서비스 전문기업 ‘이씨엠디’는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1층에 복합 식음문화공간 ‘마크트할레(MARKT HALLE)’를 론칭했다. 총 9371㎡(2835평) 규모의 복합식음문화공간을 표방한 마크트할레는 출발부터 거창했다. 

이씨엠디는?

그러나 마크트할레 내부에선 벌써부터 크고 작은 잡음이 새나오고 있다. 이씨엠디에 대한 입점상인들의 불만은 그냥 지나치기 힘든 수준이다. 양측의 대립 요소는 ▲과도한 관리비 ▲현실에 맞지 않는 전대료 ▲미흡한 입주상인 지원책 등 크게 세 가지로 귀결된다.  

관리비가 도마에 오른 건 이씨엠디가 입주 전 상인들에게 구두상으로 언급했던 금액과 현 납부 금액의 현격한 격차 탓이다. 복수의 입주상인들에 따르면 이씨엠디는 계약 직전까지만 해도 상인들에게 평당 3만원의 관리비를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입점과 함께 상황이 돌변했다. 현재 입주상인들은 관리비 명목으로 평당 10만원씩 매월 이씨엠디에 지급하고 있다. 


당초 예상치보다 3배 이상 관리비 지출 규모가 불어난 셈이다. 30평 매장을 기준으로 한다면 당초 평당 3만원의 관리비가 지출될 경우 90만원이지만 평당 10만원일 경우 비용부담은 300만원으로 치솟는다. 이마저도 평당 12만원서 절감된 규모다. 
 

공교롭게도 관리비 규정은 계약서에서 찾을 수 없다. 이씨엠디 측은 관리비 항목은 계약서가 아닌 별도 관리 규정에 따른다는 뜻을 입주상인들에게 전달한 상태. 다만 아직까지 별도관리 규정의 존재 유무는 확인된 바 없다. 

이씨엠디 측은 현 관리비 체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씨엠디 관계자는 “관리비는 100% 실비 정산이기 때문에 이씨엠디가 관리비를 통해 이득을 보는 건 전혀 없다”며 “상가서 부과되는 비용이라 우리 쪽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온도차는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계약하니 관리비 4배 더 내?
“전대료 빼면 남는 게 없다”

관리비가 상호 신뢰 관계에 균열을 낸 계기라면 전대료는 갈등을 표면화 하는데 일조했다. 이씨엠디는 예상매출액을 기반으로 상인들이 입주하기 전 개별적인 전대료 계약을 체결했다. 예상매출액의 15%를 매달 전대료로 내는 조건이었다. 

가령 30평 규모 점포를 운영할 시 3000만원을 예상매출액으로 잡았다면 매달 내야 하는 전대료는 450만원이다. 

전대료는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하는 조건인 만큼 현실에 부합하는 예상매출액 기준이 중요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전체 입점상인의 절반 이상은 적자에 허덕이거나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급급했다. 

예상매출액과 실제매출액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 셈이다. 계약 1년 후 협의 가능이라는 원칙은 서류상에서만 통용됐다. 몇몇 상인들은 계약서에 삽입된 ‘전대료 3개월 이상 체납 시 일방적 계약 파기’ 조항을 압박용으로 해석한다.  

한 입점 상인은 “매장을 운영하면서 지금껏 예상매출액을 넘겨본 적이 한 차례도 없다”며 “우리만 이런 상황에 처한 게 아니고 거의 모든 점포가 겪는 고충이다. 전대료 설정부터가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씨엠디 측은 적정선서 예상매출액을 산출했다는 입장이다. 전체 점포 가운데 절반 이상은 예상매출액을 달성하고 있으며 전대료의 기준이 되는 예상매출액의 15% 역시 통상적인 비율이라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씨엠디 관계자는 “68개업체가 입점한 상태서 전체적으로 보면 예상매출액을 달성한 점포가 절반을 상회한다”며 “전대료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을 펼치는 일부 입주상인조차 예상매출액을 초과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대료서 불거진 잡음은 자연스럽게 입점상인에 대한 지원책 부실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예상매출액이 과도하게 책정됐다고 주장하는 입점상인들은 이씨엠디의 소극적인 홍보 활동을 꼬집는다. 

예상매출액이 기대치를 밑돈다면 이씨엠디가 적극 나서야 하는데 정작 마크트할레 입간판조차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매출액 여부를 떠나 많은 입주상인들은 이씨엠디가 마크트할레를 알리는데 소극적이라는 것만큼은 동조하는 분위기다. 
 

소극적인 홍보전략 뿐 아니라 시설물 관리도 뭇매를 맞고 있다. 얼마 전 천장서 엄청난 양의 물이 새면서 일부 매장이 잠시 운영을 중단했던 사건은 단면에 불과하다. 

몇몇 점포의 경우 1년 넘도록 환기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엠디가 모든 기반 시설을 갖추지 못한 상태서 마크트할레를 조급하게 론칭했다고 의심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상반된 시각

한편 몇몇 입주상인들은 관리비 사용내역 공개를 비롯한 임대료 현실화를 요구하는 등 또 다른 갈등의 전조를 나타내고 있다. 한 입주상인은 “건물 개보수, 관리 인력 등을 감안하면 관리비가 많이 부과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씨엠디가 사업계획을 짜면서 관리비 수준을 감안해 전대료 수수료를 나름 높게 책정했을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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