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정몽준 ‘전략적 연대’ 속내

2011.06.10 12:44:27 호수 0호

손발 척척 찰떡궁합 “지금은 반박(反朴)시대”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얼마전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외동딸 결혼식에 유일하게 참석한 정치인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로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최근 전략적 연대로 서로 간에 내뱉는 말 한마디도 ‘칭찬일색’이다, 박근혜 전 대표엔 비판을 이어가며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 경기도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기량을 뽐낸 김 지사와 킹메이커로 ‘이회창 대세론’을 뒤엎으며, 반전을 일궈냈던 정 전 대표의 ‘찰떡궁합’ ‘환상의 호흡’이 대권까지 이어질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짝짓기하고나니 입맞춤도 자연스레
김 지사의 반박기류는 독재시절부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는 지난달 30일 7·4 전당대회 경선규칙 관련, 핵심 쟁점이었던 당권·대권 분리 규정과 대표·최고위원 선출 방식을 현행 당헌·당규를 유지한다는 것으로 최종 결론지었다. 즉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고, 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 선출하는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

비대위의 이같은 결정은 당권·대권 통합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의 견해에 반하는 한편, 박근혜 전 대표의 원안 고수와는 일치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세론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며, 따라서 당분간 친이계인 두 사람이 뭉쳐서 서로 힘을 실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략적 동맹’ 맺은 두 잠룡
친이계 새로운 구심점 역할

그동안 김 지사와 정 전 대표는 당이 어려울 때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박근혜 역할론’을 주장했다. 이어 당권?대권을 분리하는 현 당헌?당규를 유지해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입장을 거세게 비판했다. 최근에는 아예 전략적 연대를 맺고 같은 목소리를 내며 박 전 대표 공격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달 19일 초청특강을 위해 경기도청을 방문 김 지사와 만나 “대권·당권을 분리하면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최고위원 9명중에 선출직 7명은 대선 경선에 못 나간다”면서 “상식에 맞지 않고 당의 현실에도 안 맞는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김 지사도 “7명의 발을 묶으면 리더십이 어디서 나오고 누가 주류 리더십이 되겠느냐”고 동조한 것.

정 전 대표는 특히 기자간담회에서 “김 지사와 언론을 통한 간접대화를 통해 큰 문제에 관해 의견이 같다는 것을 알고 다행스럽게 생각했다”고 김 지사를 높이 평가했다. 이어 김 지사가 (대권출마) 결단을 하면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김 지사도 “특강 내용이 정말 좋았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정 전 대표가 당대표로서 땀 흘리며 저를 직접 도와줬다”며 정 전 대표의 호의에 답례를 보냈다.

일각에서는 지지율이 낮은 김 지사와 정 전 대표가 ‘박근혜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구축했으며, 전략적 연대를 통해 친이계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4·27 재보선 패배로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특임장관의 당내 입지가 좁아졌고, 당내 주류였던 친이계 역시 힘을 잃었다. 이에 두 사람이 동맹을 통해 친이계를 재정비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도 두 사람을 중심으로 흩어졌던 조직이 다시 모이면서  ‘당권·대권 분리 규정 완화’에 한 목소리를 냈다. 비대위에 참가하고 있는 원유철·이명규·권영진·박영아·신지호·차명진 의원 등 친이계 의원들은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대선 6개월이나 1년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동맹 후 반박 수위 높여
김 “박근혜 선덕여왕보다 세”

동맹을 맺은 이후로 두 사람의 박 전 대표에 대한 비판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달 25일 청주대학교 특강에서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큰 자산인 동시에 아주 큰 그늘”이라고 말했다. 7.4 전당대회 규정과 관련, 박 전 대표가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현행 당헌당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데 대해 “박 전 대표는 본인이 만들었다고 해서 고치려 하지 않는데, 상식에 어긋나면 바꿔야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 지사도 “박 전 대표의 권력이 과거 신라시대 선덕여왕보다 더 세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달 25일 중국 베이징 방문 중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그땐 씨족, 부족장들이 권력을 갖고 있어 여왕이 마음대로 할 수 없었지만 지금 당은 박 전 대표의 한마디에 마음대로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지사는 지난 28일도 필리핀 마닐라 출장 중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 전 대표는 대세론에 안주하고 있다”며 “선거의 여왕이 나와서 웃고 다니면 대역전이 일어나나?”라며 반문했다.


전략적 연대로 대권까지 갈 수 있을까?
킹과 킹메이커, 역할분담에 관심 쏠려

이어 그는 “나는 한나라당이 대세가 아닌 상황에서 대권 주자급이나 실질적 지분을 가진 사람들이 총출동해 사활을 걸면 해볼 만하다는 해법을 이미 제시했다”며 “박 전 대표의 총선 대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만약 없다면 ‘이지고잉’하자는 것 아닌가”라고 거듭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 전 대표 역시 비대위의 결정이 결국 박 전 대표의 의중대로 끝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공세수위를 높였다.

정 전 대표는 지난 달 31일 한나라당 대구시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가 당을 도와주기로 했으면 당내로 들어와서 도와주는 것이 상식에 맞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면서 내년 총선에서는 당을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

그는 또 박 전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의 비공개 회동에 대해 “박 전 대표가 당 바깥에 있으면서 원내대표가 당 밖에서 박 전 대표를 만나고, 당에 전달하는 형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당대회를 통해 새롭게 구성될 지도부가 열심히 일했는데도 대선후보 경선에 나가지 못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런 규정은 제왕적 총재 시대에 있던 것으로 지금의 한나라당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반대하던 김문수
박근혜 견제 목소리 여전

김 지사의 반박기류는 젊은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반대목소리를 내며, 민주화운동을 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지사는 1969년 당시 경북고 3학년 때 3선 개헌 반대운동에 참여했다가 무기정학을 받았다. 1974년에는 ‘불온 세력의 조종으로 공산정권 수립을 추진했다’는 혐의로 180명이 구속 기소된 ‘민청학련사건’에 연루돼 서울대에서 제적됐다. 1980년대 서울지역노동운동연합의 핵심 조직원으로 활동했고, 1990년대 민중당 노동위원장을 지냈다.

하지만 그가 좌파에서 전향한 것은 1994년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에 입당하면서부터다. 그는 소련에서 여자들이 성(性)을 팔정도로 비참한 삶에 “혁명적 리더십으로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거짓이었다”고 전향이유를 밝혔다. 이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찬양의 목소리까지 아끼지 않으며 전폭적인 ‘우향우’로 돌아섰다. 

그러나 그는 박 전 대표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이고, 정치적으로는 유일하게 후광을 독점적으로 상속했다. 한나라당 대표도 했고, 국회의원이고, 매력도 있다. 그러나 과연 (현재의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단정하긴 어렵고, 본인이 잘 아실 것”이라며 견제의 목소리를 유지했다.

두 잠룡 역할분담 어떻게?
일시 우군인가 ‘지속 동맹군’인가

여권 한 관계자는 ‘2002월드컵’과 ‘현대’라는 후광을 갖고 있는 정 전 대표가 ‘지명도’ 면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경기 도지사 재임에 성공한 김 지사가 ‘선호도’ 면에서는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근혜 대세론’에 대항해 대권까지 가기 위해서는 ‘역할분담’을 통해 전략적 동맹을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략적 연대를 맺은 두 사람 모두 대권을 꿈꾸고 있기에 역할분담이 관건이라고 본 것이다. 즉 누가 ‘킹’으로 나서고, 누가 ‘킹메이커’로 양보하느냐는 것.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이들 두 사람이 역할분담에 실패하면 동맹은 깨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지사는 당이 어려울 때 모두 다 전면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해서는 “저와 서울시장이 (7.4 전당대회) 경선에 나가면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도지사를 열심히 해야하는 게 맞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전 대표의 경우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후보단일화에 성공해 킹메이커 역할로 당시 ‘이회창 대세론’을 뒤집은 바 있다. 하지만 선거일을 불과 하루 남겨놓고 ‘노무현과 후보단일화 파기’를 선언해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한나라당 7.4 전대룰이 당권?대권 분리로 굳어진 가운데, 내년 대선을 앞둔 차기 당권은 킹메이커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대권을 꿈꾸는 두 사람 중 누가 ‘킹메이커’로 선뜻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동맹관계가 한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대 이후 대권 경쟁구도가 본격화되면 결국 갈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대권을 꿈꾸고 있기에 동맹관계가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며 “총선 정국에 접어들면 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두 사람이 전략적 연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 두 사람이 동맹으로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대권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그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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