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상’ 홍준표 플랜

2017.06.12 11:03:10 호수 1118호

더 트럼프 같은 ‘홍트럼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홍트럼프’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미국서 정국 구상을 마치고 귀국했다. 태풍의 핵이 상륙함에 따라 구 친박(친 박근혜), 현 비홍(비 홍준표)계 인사들은 견제의 수위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당권 경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일요시사>는 홍 전 지사의 언행을 분석해 그가 미국서 들고 온 정국 구상이 어떤 모습인지 알아봤다.
 



인천국제공항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홍준표’를 연호했다. 모습을 드러낸 홍 전 지사는 “고맙다”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인사를 마친 그는 “내가 부족한 탓에 여러분의 뜻을 받들지 못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나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잘 못하는 바람에 대선에 패배했다.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 데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당권 도전 선언이었다.

당권 도전은?

홍 전 지사는 지난달 12일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휴식을 취하며 정국 구상을 위한 시간을 가진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미국에 머무른 한 달여 동안의 행보를 보면 순수한 의미의 휴식이라 말하기 힘들다. 그는 대선 전과 비교해도 차이가 없을 정도로 활발히 SNS 정치를 펼쳤다. 미국에 머문 23일 동안 홍 전 지사가 올린 글은 총 21개. 하루에 하나꼴이다.

공격의 대상은 문재인정부, 바른정당, 그리고 친박계였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던 날 그는 “북한이 무차별로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는 것은 한국에 친북 좌파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정당에 대해서는 “얼치기 강남좌파들이 한국당서 떨어져 나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그들의 탈당을 평가 절하했다. 그러면서 “극소수 친박들이 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변경을 시도하는 것은 당 쇄신을 막고 구체제 부활을 노리는 음모에 불과하다”며 친박계를 비난했다.

발언의 수위도 높았다. 홍 전 지사는 친박계 인사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는 곧 또 다른 당권 후보군 중 한 명인 홍문종 의원과의 설전으로 이어졌다.

홍 전 지사의 ‘스트롱’ 발언은 귀국 후에도 이어졌다.

지난 7일 그는 SNS에 “한국당은 이름만 바뀌었지 내용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주도하는 세력도 그대로, 정책도 그대로”라며 “아직도 구체제 기득권을 고수하려고 몸부림치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 보수가 궤멸되는 줄도 모르고 자신의 영달에만 매달리는 그런 몰염치한 인사들은 이번 전당대회(이하 전대)를 계기로 청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7월3일 열리는 한국당 전대서 당권을 잡으려는 친박계를 ‘몰염치’한 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SNS 정치의 양태를 보면 홍 전 지사는 네거티브로 점철된 기존의 정치 문법을 답습하고 있다. 강한 이미지를 계속적으로 부각시켜 제1야당 재건의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점을 당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대한민국’ ‘신보수주의’ 등 홍 전 지사가 자주 쓰는 단어에도 그의 정국 구상이 묻어난다. 귀국날 그는 “자유대한민국 가치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14일에는 SNS를 통해 “지난 정권으로 끝난 구보수주의는 기득권, 특권의식에 젖어 부패보수, 무능보수로 끝났다”며 “귀국하면 신보수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당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친박은 몰염치” 여전한 공격 본능
대여 투쟁 나서…보수층 규합 의도

이는 박근혜정권을 구보수주의로 규정, 그들과 단절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또 강한 야당으로 일어서 대여 투쟁에 나서겠다는 출사표로도 읽힌다. 정치 조류를 전환해 국정 농단 사태로 돌아선 기존의 보수층을 다시 규합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으로 출국하던 날 그는 “보수우파를 재결집해 이 나라가 친북좌파의 나라가 되도록 만들지 않겠다”며 대여 투쟁을 예고한 바 있다.

이 같은 홍 전 지사의 강공 드라이브에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대선 때 얻은 자신의 득표율과 최근 한국당 지지율 간 격차서 오는 자신감이다.

홍 전 지사는 대선 때 24.03%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로 선전했다. 당시 한국당의 지지율은 17~18%에 머물렀다. 이후 격차는 더 벌어져 한국당의 지지율은 10% 초반으로 하락했다.

지난 2일 발표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결과서 한국당의 지지율은 8%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보수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서도 지지율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당의 지지율은 18%로 더불어민주당 34%, 바른정당 22%에 이은 3위로 집계됐다.

홍 전 지사는 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친박계에 돌렸다. “대선 때 치솟았던 (당) 지지율이 이렇게 폭락한 것은 대선 패배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한국당을 새로운 신보수주의 정당이 아닌 실패한 구보수주의 정권세력들의 연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 잔재들이 당을 틀어쥐고 있는 한, 우리 국민들은 한국당을 버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홍 전 지사의 분석에 친박계는 발끈했다. 친박계 중진 홍문종 의원은 홍 전 지사의 귀국이 있고 난 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24%는) 홍준표를 보고 찍은 게 아니었다. 애들 말마따나 착각은 자유”라며 “우리가 통합진보당이나 정의당처럼 3∼4%의 홍준표를 좋아하는 극소수 사람하고만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걱정이 태산 같다. 한국당이 왕따가 되는 길을 그분이 선택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즉, 확장성을 고려하면 홍 전 지사의 당권 장악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친박계의 일관된 주장이다. 홍 전 지사와 함께 전대 출마가 확실시되는 친박계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기존의 보수 지지층을 회복하자는 홍 전 지사의 메시지와 달리 수도권·젊은 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주장하고 있다.

원 전 원내대표는 홍 전 지사의 귀국 날 SNS에 “이제 한국당 정치영토를 수도권과 청년층으로 확장하지 않고는 희망이 없다”며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당의 혁신·국민과의 소통·미래에 대한 새 비전을 만들어 당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서로 다른 전략을 주장하는 것은 선명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강공 드라이브

정치권은 홍 전 지사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보수층 사이서도 대중성과 리더십, 선동력을 갖춘 홍 전 지사가 한국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과연 ‘홍준표식’ 보수재건은 성공할 것인가. 다가올 7·3 전대서 그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진석의 측면 지원

자유한국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그는 홍 전 지사의 귀국을 보고 ‘고단수’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지난 5일 정 전 원내대표는 SNS에 “홍준표의 귀국일성은 간결했다”며 “반기문의 장황했던 귀국일성과 대조적이다. 내 눈에는 홍이 반보다 훨씬 고단수다. 흥행몰이의 방법을 안다”고 치켜세웠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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