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품 빼돌리는 군인들 천태만상

2017.06.07 09:51:26 호수 1117호

보급도 전에 먼저…“없는 게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군부대서 유출된 군복과 탄피 등 군용품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버젓이 거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이러한 군용품 거래는 유사시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속되는 논란에 군은 군용품 거래 근절을 위해 형사고발을 비롯해 강경 대처에 나섰다.
 



병영 안에서만 보급되는 전투복이나 군화 심지어 무기류에 이르기까지, 군용품을 빼돌려 민간서 불법 거래하는 행위가 여전하다. 

인터넷서 거래

빼돌려진 부정 군수품은 중구 남포동 깡통시장서 주로 유통되다가 최근에는 인터넷 중고장터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전역한 장병이 사용하던 군복을 비롯한 군용품은 서바이벌 동호회 회원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신형 군복 원단 4억6000여만원어치를 무단으로 생산해 판매한 업체가 적발됐다. 심지어 지난 2011년에는 로켓포와 미사일까지 암시장서 불법 거래되기도 했다.

지금도 온라인 대표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신형군복과 전투화를 세트로 판매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야전서 운용 중인 전술용 전화기(TA-1)는 물론 5.56㎜ 소총 탄피까지 거래되고 있는 등 해당 사이트에만 하루 평균 20여건의 군용품이 거래되고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5년 동안 불법 거래된 군용품은 적발된 것만 27만여점, 무려 18억여원어치에 달한다.

단속 물품의 양은 지난 2013년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대폭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액수는 10배 가까이 뛰었다. 2014년부터 구형 얼룩무늬 전투복의 민간 착용이 허용되면서 단속량은 줄었지만 신형 군복이 값비싸게 거래되다 보니 액수가 커진 것이다.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상 군복 또는 군용장구를 판매할 때는 특정 시설을 갖추고 국방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군복이나 군용장구를 군인이 아닌 다른 사용할 수 없는 자를 위해 판매할 목적으로 소지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이런 혐의로 형사입건된 사람은 현역 군인 2명에 불과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군 당국의 단속부실과 솜방망이 처벌을 문제로 삼기도 한다.

실제로 군용품 거래글을 보고 신고한 한 누리꾼은 “수사당국은 신고를 해도 피의자를 입건만 시킬 뿐 제대로 된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보다 엄정한 수사와 법 적용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신형군복·전술 전화기 등 버젓이 판매
국방부 강경대처 “훈방 사례 없다”

이같이 문제가 불거지자 국방부는 중고 군용품 거래 근절을 위해 형사고발을 비롯해 강경 대처에 나섰다. 육군 제53사단은 다음 달까지 부정 군수품 자진반납 기간을 운영한다고 지난 3월 밝혔다. 

자신이 군시절 사용하던 군용품 거래도 불법이다. 부정 군수품은 판매의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다.

연천군 일대서 장교로 군 복무한 예비군 A씨는 “사격 훈련 당시 탄피를 분실하자 사격통제 간부가 인터넷으로 탄피구입을 지시했지만 다행히 현장서 탄피를 발견해 수거한 적이 있다”며 “인터넷으로 탄피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고의로 실탄을 빼돌릴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여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빼돌린 군용품으로 인한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난달 29일 전남 담양에서 특수전사령부에 복무했던 남성이 빼돌린 것으로 확인된 소총 실탄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이와 관련, 담양경찰서는 지난달 31일 군용물 절도 혐의로 윤모(51)씨를 붙잡았다.


윤씨는 1998∼1999년께 육군 특전사서 복무하며 실탄 173발, 연습용 수류탄 덮개와 뇌관, 연습용 폭음탄 9발 등을 빼돌렸다. 그는 빼돌린 실탄 등을 해당 건물 내 숙박업소 객실로 반입해 장기투숙했다. 윤씨는 밀린 숙박비를 내지 않고 짐까지 남겨둔 채 자취를 감췄다.

실탄과 군용품이 담긴 스티로폼 상자는 윤씨 옷가지가 든 가방 등과 이 건물 옥상 창고에 보관됐다. 실탄 등은 건물 리모델링 과정서 발견됐다. 경찰은 윤씨 신병을 헌병대에, 실탄 등을 가까운 군부대에 각각 인계했다.

실탄이 무더기로

한 헌병대 관계자는 “담당 지역서 매달 부정군수품 유통 등의 혐의로 매달 40건 정도가 적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군용품이 적대국의 손에 들어가면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에는 예전과 달리 훈방하는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용품 거래는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불법이므로 지속적인 단속으로 불법 군용품 거래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