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혀에 정치권 요동치는 내막

2011.05.31 16:09:44 호수 0호

거침없는 좌회전에 구주류 음메 기죽어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의 행보가 거침없다. 당의 쇄신과 맞물려 중도성향으로 원내대표에 선출된 그는 ‘반값등록금’을 주장했다. 이에 찬-반 논란으로 정치권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등록금발(發)로 ‘좌클릭 정책’들이 잇달아 쏟아지고 있다. 이에 당 내부에서 논란은 물론 청와대 역시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고, 민주당은 청와대 눈치 보지 말고 빠른 시행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좌클릭 정책’으로 극심한 몸살
청와대-친이계 불편함 내비치며 제동걸어



한나라당 ‘4.27의 패배 여파’와 함께 ‘쇄신돌풍’이 몰고 온 황우여 원내대표의 목소리는 강력하다 못해 찢어질 듯 요란하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그는 첫걸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황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권력에 취해 있었다”며 구주류에 각성을 촉구하는 선방을 날렸다.

MB정권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에 있어서도 확연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추가 감세 철회를 적극 추진해 나갈 방침을 밝힌데 이어 한-미 FTA 비준안의 국회 처리 문제에 대해 “몸싸움은 없다”고 분명한 입장을 전하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다.

황-‘생애주기형 정책’
당·정간에 협조 요청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새 지도부와 가진 첫 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중심을 잡고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해야 지지도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선 초부터 ‘황 임시 지도부’가 보여온 한나라당의 보수정책에 반하는 사안들에 대한 우려감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의 일관된 정책’ 주문에도 불구하고 황 원내대표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G20도 개최하고, 7대 무역수출국이 되는 등 국민들이 기대감이 크지만 개인에게는 별로 돌아오는 것이 없다”면서, “당은 등록금 문제,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 육아 문제, 전·월세 문제, 퇴직 후 사회보장문제 등 생애주기형 정책접근을 해야한다”고 설파하며 당·정간에 협조를 강하게 주문했다.

이어 본격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황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면서다. 논란이 거세지자 ‘반값’이라는 용어 대신 그는 체감 가능하도록 대학 등록금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수위를 조절했다.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6월 중 국민공청회를 열어 반값등록금에 대한 여론을 수렴해, 최종 결단을 내리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지난 25일 그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가진 정책협의회에서도 등록금 인하 정책과 관련, “필요하면 이 대통령에게 결단을 내려줄 것을 건의 드리고 정책 수용을 촉구하겠다”고 전했다.

볼륨을 높여가며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황 원내대표의 한마디, 한마디에 정치권엔 파장이 일고 있다.

청와대-친이계 급제동
친박계-소장파 “필요해”

결국 친이계가 나서 반값 등록금에 대해 급제동을 걸었다. 친이계 김성동 의원은 “대학등록금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의원들의 의견을 들었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다 공짜로 하면 나라가 문 닫는 수가 있다”고 비판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실현 가능한 재원을 마련하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심재철 전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비현실적 주장과 비슷하다. 결국 야당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꼴”이라며 “아무리 표가 급해도 ‘표(票)퓰리즘’을 내세우면 나라만 절단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몽준 전 대표도 “표현하자면 7월 전당대회까지 한 달여 남은 임시직이다. “꼭 필요한 일 이외에는 좀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새 지도부의 거침없는 행보에 청와대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청와대 내부의 인식은 집권여당은 정통 보수당으로 안정적 정책기조를 유지함으로써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하는데 황 원내대표의 계획은 오히려 혼란과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걱정스러운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



친박-소장파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
민주당 “등록금 정책협의회 구성” 제안 촉구

청와대 관계자는 “반값 등록금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오지 않은 만큼 논의할 단계가 안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정책기조가 한나라당 원내 지도부가 바뀌었다고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분위기가 어렵다고 정체성이나 일관성을 버리고 노선을 틀어버리면 결국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인 만큼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비판에 제기됐지만, 청와대와 친이계만 제외하면 여야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다.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 역시 ‘등록금 경감’에 공감하며 구체적인 정책을 고민 중이라고 알렸다. 다만 “반값이란 단어는 다분히 포률리즘적 구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정책을 내놓을 때 책임감 있는 정당으로서 좀 더 치밀하게 연구를 해서 내놓아야 한다”며 “세부적으로 실천 가능하도록 정책은 만드는 게 중요하지 무책임한 정책을 발표하면 민주당과 다를 바 없다”고 조언했다.

소장파로 불리는 정두언 의원은 반값 등록금 등을 비난하고 나선 구주류에 대해 “지금 문제 삼는 의원들은 과거에 언론에 나와서 중도개혁을 얘기했던 사람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안상수 전 대표가 ‘새로운 한나라’ 정례모임에서 연설하며 중도개혁을 표방했는데 그때는 어느 의원도 안상수에 대해서 제동을 걸거나 보수가치를 얘기하면서 잘못됐다고 한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황우여가 중도개혁 얘기하니까 보수가치 운운하면서 잘못됐다고 제동을 걸고 문제 삼는다”며 “이거야말로 견제와 권력투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구주류에 대한 정면대응을 주장했다.

‘조삼모사’ 되지 않게
진정성 있는 정책 추구

야권 역시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표면적으론 내년 대선과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무상 급식’을 주장했을 당시 여당이 비판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반값등록금이 청와대의 눈치를 봐가면서 할 일은 아니기에 즉각 성의 있는 실행을 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세균 최고위원은 “과거 한나라당에서 개혁적인 논의를 하다가 결국은 당정협의를 거쳐 ‘아니오’하는 것을 여러번 봤다”며 “그때마다 국민은 속았다”고 과거를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표는 거둬들이고 국민에게는 ‘꽝’을 선물한 사례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루빨리 여야 정책협의회를 구성하자”고 적극적인 행동을 제안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진실이라면 변화의 바람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며 “예전처럼 소리만 요란하고 청와대 눈치보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여?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황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오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만나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장관 역시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온 터. 두 사람은 회동에서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방식, 소요 재정 검토, 재원 마련 방안, 부실 대학 구조조정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립서비스’인가?
대담한 ‘변화’ 받아들였나?

일각에서서는 황 원내대표의 보수정당에 반하는 과감한 행보에 대해 ‘빠른 시간 내 한나라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황 원내대표의 쇄신안들에 대해 “내년 선거를 염두한 ‘쇼’나 ‘립서비스’인 말로만 끝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나 “진정 서민을 위해 마련한 정책이라면 대단히 ‘큰 변화’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값등록금 문제에 대해 그는 “사회가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념적인 문제를 떠나 등록금 대출로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나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황 원내대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값등록금의 해법으로 “사학법 개정으로 재단 경영의 투명성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등록금 반값이란 결국에는 정부가 보조하는 형태”라며 “이는 학교운영의 투명화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등록금이 효율적으로 쓰이는지 알 수 없어 결국엔 ‘국민혈세낭비’로 사학재단의 배만 채워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판공비와 경상경비만 줄여도 재원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금 대학재단들은 건물 지으며 재산을 증축하는데 바쁘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그는 “재단측에서도 학교운영의 전반적인 쇄신으로 등록금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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