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직업을 그리는’ 원성원

2017.05.22 10:41:03 호수 1115호

직장인의 고단함을 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원성원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직업은 언론인, IT전문가, 교수, 약사, 금융인, 공직자, 연구원 등이다. 원 작가는 7개의 직업을 동물과 자연 풍경으로 상징화했다. 7점의 대형 사진에는 이들의 직업적 단상이 녹아 있다. 이번 전시에는 직업이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하는가에 대한 원 작가의 호기심이 군데군데 녹아 있다.
 



원성원 작가는 여러 직종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직업에 대한 관심을 이어왔다. 원 작가가 그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한 7개의 직업은 분명하고 전문적인 특징을 바탕으로 저마다의 아우라를 형성한다. 갤러리 아라리오 서울은 지난 11일부터 원 작가의 개인전 ‘타인의 풍경’을 개최하고 있다.

원 작가는 3년 동안 수천 장의 사진을 촬영한 후 정교한 사진 콜라주 작업으로 비현실적인 상상을 실제처럼 만들었다. 오랜 여행을 통해 찾아낸 가장 적합한 이미지를 서사 구조로 재구성하는 원 작가 특유의 창작과정이다. 

작품을 자세히 보면 한 덩어리로 찍었을 것 같은 부분도 여러 장으로 찍어 입체감을 살렸다. 전작에 비해 더욱 늘어난 이미지 층은 현실보다 더 실감나는 화면으로 되돌아온다. 원 작가는 시간과 공간을 콜라주하고 서사를 흥미롭게 풀어내 시공간의 틀을 초월한 화면으로 관객의 시선을 유도한다.

7개의 직업

원 작가가 고른 7개의 직업은 사회에서 꽤 괜찮은 직업이라고 통용된다. 그러나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고민과 어려움을 갖고 있다. 원 작가는 멀리서 바라볼 때 특별해 보였던 직업과 그 안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고단함의 간극을 동물과 풍경으로 묘사했다.
 


‘언론인의 바다’는 언론인의 직업윤리와 고뇌를 표현한 작품이다. 바다에서 출렁이는 배를 타고 보는 파도의 방향과 크기는 고정적인 곳에서 보는 그것과 큰 차이가 있다. 

언론 역시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견해가 달라진다. 격동치는 파도 한가운데서 보도하는 생생한 즐거움과 서로 다른 견해차에 대한 고뇌를 읽어낼 수 있다.

물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풀들이 이리저리 얽혀 있는 모습을 그린 ‘물풀 네트워크’는 IT전문가를 담은 작품이다. 문화의 흐름이나 유행의 선도 등 가상공간의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원 작가는 형태가 고정되지 않은 물을 가상공간으로, 흐름과 세기에 따라 달라지는 풀의 모양을 현실의 이슈로 상징해 그렸다.

언론인은 바다, 공직자는 얼음기둥
직업에 따라 떠오르는 풍경 이미지

나라의 살림을 맡고 있는 공직자는 얼음기둥으로 드러냈다. 공직자는 도덕성과 정직함, 투명성 등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원 작가는 얼음강으로 상징화된 공정성 사이로 얼음이 깨지는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 

인간의 출세 욕구가 깨진 얼음 위로 뻗어 오르고 때마침 위에서 내려오는 고드름과 만나 기둥이 만들어지면서 권력이 생겨나는 모습을 표현했다.

건조한 갈대가 늘어선 바람들판은 교수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풍경이다. 
 

‘교수의 바람들판’ 속에는 초식동물들이 갈대밭 사이를 오가며 갈대의 땅을 갈라놓고 방향을 잡아준다. 들판이 조망되는 상대적으로 높은 집은 대학을 상징한다. 대학서 연륜 높은 학자들이 더 먼 곳의 풍경을 바라보며 아래에 있는 동물들에게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것이다.

‘연구원의 선인장’은 일정한 공간 안에서 같은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 경쟁하는 연구원의 모습을 상징화했다. 물이 점점 차오르는 깊은 동굴 안, 선인장은 물에 잠기기 전 빠르게 자라거나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고립된 연구원의 모습과 목표 집중적인 상황을 연출한 이미지다.

화려한 직업도 어려움 있어
이질적이고 낯선 풍경 표현


금융인은 돌산으로 표현했다. 주식과 펀드 등 실물이 아닌 보이지 않는 돈으로 수익을 내는 직업을 이미지화한 것이다. 일반인에게는 쓸모없는 돌이나 흙이 금융인의 눈에는 황금으로 보이는 채석장 같은 풍경이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돌이 네트로 연결돼 주식시장의 수치와 그래프를 통해 가치 높은 황금이 되기도 하고 다시 돌이 되기도 하는 연금술 같은 풍경을 담았다.
 

증상에 따라 약을 조합해 병을 낫게 하는 약사의 풍경인 ‘약사의 실험나무’도 있다. 약의 화학적 구조를 연상시키는 나무와 다양한 열매가 나뭇가지로 연결돼있고 조화를 이뤄 결국 한 방울의 약이 제조되는 실험의 상황을 이미지화했다.

사람 같은 동물

최연하 사진평론가는 “거대한 자연에 작고 유한한 인간을 대비시키듯 ‘사람 같은 동물’이 현대사회의 주요 직업을 대표하는 인물이 됐다”며 “원성원의 새로운 풍경은 다소 난해하지만 아름답고 즐거운 공포 속으로 관객을 초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는 6월25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원성원은?]

1972년 경기도 고양 출생

▲학력


쾰른 미디어 예술대학(Kunsthochschule fuer Medien Kloen) 졸업(2005)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Kunstakademie Duesseldorf) 졸업(2002)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조소과 졸업(1995)

▲개인전

‘Sceptical Orgy’ Podbielsky Contemporary, 베를린(2014)
‘Character Episode I’ 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2013)
‘1978년 일곱살’ 가나 컨템포러리, 서울(2010)
‘Tomorrow’ 대안공간 루프, 서울(2008)
‘SKYMAP’ 고양미술스튜디오, 고양(2007)
‘Galerie Gana-Beaubourg’ 파리(2005)
‘media.ART.zentrum’ 에어랑엔, 독일(2003)
‘Digitalart’ 프랑크프루트, 독일(2002)
‘IP Deutschland’ 쾰른, 독일(2002)
‘Artothek’ 본 미술협회, 본(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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