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소방서 최연소 여성 소방관 임순영 소방사

2011.05.27 18:48:26 호수 0호

"여성 소방관이라서 더 행복해요"

곱상한 외모에 백옥 같은 피부, 큰 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의 임순영(24·여) 소방사의 첫인상은 21kg의 방화복과 뜨거운 화재현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 할수록 취재기자는 임 소방사의 똑 부러지는 말투에서 일에 대한 자신감과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서울시 최연소 여성 소방관이라는 타이틀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당찬 여성 소방관. 그녀와의 솔직담백한 인터뷰 속으로 들어가 보자.

24세 꽃처녀, 2010년 7월 최종 합격…화제진압 거뜬
스스로 선택한 직업, 적성·흥미에 딱 맞아! 후회 없어



충남 논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임순영(24·여) 소방사는 수학능력평가를 마칠 때 까지만 해도 소방공무원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수능 점수 발표를 앞두고 대학 선택과 진로 결정을 앞두고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임 소방사의 아버지는 "공무원 시험을 치를 수 있는 학과로 진학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운을 띄웠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공무원을 가장 안정적인 직업으로 생각하듯 임 소방사의 아버지 역시 하나밖에 없는 딸자식이 공무원으로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기를 바라셨던 모양.

최연소 여성 소방관

아버지의 조언을 받아들인 임 소방사는 원광대학교 소방행정학과에 입학했고, 학과 공부를 시작하면서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대해 흥미가 생겼다. 물론 적성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그때부터 임 소방사는 소방관이 내 길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여성의 몸으로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는지 궁금해졌다.

이와 관련 임 소방사는 "어릴 때부터 목소리가 크고 활동성이 좋아 사내대장부다운 기질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부모님께서도 저의 선택을 존중해 주셨다"고 말했다. 오히려 아버지께서는 "너는 몸 쓰는 일이 잘 어울린다"고 했을 정도라고.

자신의 길을 정한 임 소방사는 그때부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이론공부는 물론 체력을 기르기 위해 체대 전문 학원에 등록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쏟아 부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임 소방사는 2010년 1차 실기시험에서 6종목 모두 만점을 맞았고, 2차 필기시험 역시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 3차 면접을 거쳐 2010년 7월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임 소방사는 "일을 시작하면서나 준비하면서 가장 실감한 것이 있다면 체력의 중요성이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한 번에 시험에 합격했을 때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같은 해 8월부터 두 달 간 교육을 마친 임 소방사는 10월, 서울 강동소방서 성내 119 안전센터로 배명 받았다. 정식 소방관으로 임명된 것.

임 소방사의 하루는 짧다. 보통 소방관들은 2교대로 근무를 선다. 오전 8시 정도에 출근해서 인수인계를 받고 장비점검을 마치고 체력단련 체조와 아침 조회로 하루의 업무를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신고 접수와 출동의 연속이다. 가장 출동횟수가 많았던 날은 오후 6시 이후 1시간에 한 번씩 출동했을 정도라고. 주간에는 상대적으로 신고가 적어 심적인 부담감이 덜하지만 야간이 되면 신고와 출동횟수가 급격히 늘어 긴장이 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여성 소방관, 그 중에서도 최연소 여성 소방관이라는 타이틀은 임 소방사에게 어떤 의미일까.

임 소방관은 "성내 1, 2구 안전센터 45명의 소방관 가운데 여성이 3명이고 그 중에 내가 제일 막내다. 그래서 인지 모두들 잘 챙겨주시고 딸같이 예뻐해 주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소방관을 힘들게 하는 것 역시 최연소 여성 소방관이라는 타이틀이다. 여자가 얼마나 하겠나 여자라서 못 할 거야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몇 배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그녀는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다. 현장에서도 여자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면서 "사실 여자치고 키가 큰 편이라 방화복을 입으면 남자인줄 안다"고 말했다.

앞서 말했지만 소방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강인한 체력이다. 게다가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기초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체력 향상에 항상 신경 써야 한다. 방화복의 무게만 해도 21kg에 이른다. 어지간한 체력으로는 입고 가만히 서있기도 힘든 무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임 소방사는 체력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체대 입시전문학원에 등록해 체력을 기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체력장에서 운동을 하고 여가시간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 체력을 기른다. 체력은 일의 실력과 결부됨은 물론, 목숨을 지키는 안전사고 방지에도 깊은 관계가 있는 이유에서다.

남다른 긍지와 보람 느껴

화재진압 현장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바로 안전사고 절대방지다. 임 소방사는 "현장에서 안타깝게 순직한 분들을 보면 순간적인 부주의로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안전장비와 보호장비를 철저히 체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 소방사는 자신과 같이 여성 소방관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했다.

임 소방관은 "소방공무원을 꿈꾸는 후배들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자칫 너무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시험을 준비할 때는 가슴 뛸 수 있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면 그 엄청난 무게에 무너질 수 있다"면서 "흥미와 재미를 떠나 조직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신의 역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앳된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와 똑 부러지는 어조에서 임 소방사가 자신의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느낄 수 있었다. 남들보다 사회에 빨리 나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수 있어 행복하다는 임 소방사의 환한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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