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특집> 매 맞는 노인들 ‘실태’

2017.05.08 10:36:00 호수 1113호

자식이 때려도 쉬쉬 ‘서글픈 인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부모를 살해하거나 때리는 자식을 패륜아라고 한다. 패륜아는 인간이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지 않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를 저버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사이 노인 학대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올해 6월15일을 ‘노인 학대 예방의 날’로 신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년층의 급격한 증가로 노인 학대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서도 심각성을 인지한 것이다.

이날 회의서 이 부총리는 “지난 10년간 노인 학대 신고는 약 3.4배, 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약 2배 증가했다”며 “노인 학대 예방 및 조기 개입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사항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년새 70% ↑

지난해 9월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서 내놓은 ‘2015 노인 학대 현황’에 따르면 노인 학대 건수는 2006년 2274건서 2015년 3818건으로 10년 새 70%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5년 통계를 봐도 2011년 3441건, 2012년 3424건, 2013년3520건, 2014년 3532건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해자는 아들, 배우자, 딸, 며느리 등 친족인 경우가 66.5%에 달했다.


특히 노인 학대 10건 중 3건은 아들(36.1%)에 의해 벌어진 경우가 많아 충격을 주고 있다. 친족이 가해자인 경우가 많다 보니 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85.8%)이 대부분이다. 양로원이나 요양원 등 생활시설서 발생하는 노인 학대는 5.4%로 비중이 높진 않지만 매년 늘어나고 있다.

생활시설서 학대가 늘어나자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노인 학대 예방법을 담은 노인복지법 개정 시행령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해 12월 최종 공포했다. 시행령에는 노인 학대가 발생한 요양원이나 병원 등은 해당 사실을 3년간 인터넷에 공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노인 학대 가해자는 아예 노인 관련 시설에 취업할 수 없도록 했다. 시설 대표자는 채용 단계서 구직자의 노인 학대 범죄 전력을 경찰서를 통해 반드시 조회해야 한다. 노인 학대가 주로 가정 내에서 일어난다는 점에 착안, 취업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예방효과를 노린 것이다.

10년새 70%↑

문제는 실효성이다. 학대 원인을 분석해보면 분노·자신감 결여·폭력적 성격·사회적 고립 등 개인의 내적 문제인 경우가 33.8%에 이르렀다. 이어 이혼·재혼·부부갈등·스트레스 등 개인의 외적 문제(19.3%), 부양 부담에 따른 학대(11.1%), 경제력(11.1%) 등의 순이다.

개인의 내적·외적 문제로 인해 노인을 학대하는 사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인 상황서 가해자의 취업 제한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더 심각한 사실은 노인 인구가 지금보다 더 급속히 증가한다는 점이다. 총인구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라고 한다. 20% 이상이 되면 후기고령사회 혹은 초고령사회라고 일컫는다.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총인구의 13.7%였다. 이르면 이달 말 고령사회의 기준인 14%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아들·딸에게 매 맞는 부모 많아져
자식에 피해 갈까 신고 못 하고 ‘끙끙’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17년 만에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특히 미국과 일본이 각각 73년, 24년 걸린 것과 비교하면 체감 속도는 더욱 빠르다.
 


19대 대선서도 유권자 4247만9710명 중 60대 이상은 1036만2689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 중 23.3%가 노년층으로, 비율로 따지면 20~50대와 비교해도 가장 높다. 노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선거서 이기지 못할 정도로 그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그럼에도 노인 학대는 ‘잊힌 가정 폭력’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책 마련이 미흡한 상태다. 충격적인 아동 학대 사건이 연속으로 발생하면서 미약하지만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가해자 처벌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더욱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가해자를 처벌하는 방향만 고집할 경우 오히려 신고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족에 의해 학대가 일어나는 비율이 높은 만큼 피해자가 가해자를 감싸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

이 지점서 개입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정부나 기관이 사건에 개입할수록 피해자가 숨어버리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다. ‘내 자식인데 내가 조금 참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학대로 이어져 악순환의 굴레에 갇힌다.

통계에 따르면 1주일에 한 번 이상 학대가 발생한 경우가 36.5%였고, 매일 학대를 당한다는 응답도 23.1%에 달했다. 이렇게 학대를 당해도 일단 피해자가 진술이나 처벌을 거부하면 기관은 손쓸 도리가 없다.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 성인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조치가 어려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학대 정도가 심할 경우 일단 기관에서 개입할 수 있는 법적 발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노노학대’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노노학대는 노인이 된 자녀와 배우자가 고령의 부모와 배우자를 학대한다는 의미다. 노노학대는 사회가 늙어간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2015년 60세 이상 가해자가 다른 노인에게 학대를 가한 건수는 1762건으로 전년에 비해 12.8%가 증가했다.

특히 노노학대는 배우자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3명의 1명꼴(36.0%)이었다.

노인끼리 학대


전문가들은 노노학대가 증가하는 이유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배우자와 삶의 기간이 연장된 것을 꼽는다. 이 때문에 노노학대는 가해자 개인의 문제보다 노인 빈곤, 복지 문제 등 사회적인 방향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요양원 학대 실태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자녀들의 부양 부담이 늘어나면서 요양원에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 요양원이 북적거리는 풍경도 흔한 일이 됐다. 문제는 자식들이 믿고 부모를 맡긴 요양원에서 끔찍한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요양원의 노인 학대 판정 건수는 2010년 127건에서 2014년 246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정부 합동 단속 결과 식재료 관리를 엉망으로 하거나 노인을 학대하는 요양원이 상당수 적발됐다. 냉장고 안 밀폐용기에서 하얗게 곰팡이가 핀 음식이 나온다거나 옷이 벗겨진 노인을 방치한 채 방문을 끈으로 묶어 놓고 담당자가 외출한 사례 등이다.

노인호보 전문기관 관계자는 “요양원은 노인 학대의 사각지대다.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노인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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