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표적’ 중진공 공판기록 공개

2017.05.02 09:23:20 호수 1112호

“실세 부총리 외압 있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친박’ 실세였던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 중이다. 그런데 최 의원이 수세에 몰렸다. 중진공 특혜 채용 관련 위증 교사를 한 혐의로 구속된 최 의원 비서관 재판서 ‘최 의원의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일요시사>가 중진공 특혜 채용 재판서 오간 증언 전문을 공개한다.



중진공은 2013년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인턴 직원 출신인 황모씨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했다. 1차 서류 심사의 합격선은 170등이었다. 황씨는 2299등으로 전체 응시자 중에서도 하위권이었다. 중진공은 자격이 안 되는 황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여러 차례 시험 성적을 조작했다.

덮으려 해도
덮이지 않는다

그래도 170등 안에 들지 못하자 1차 합격 정원을 늘렸다. 황씨는 임원 면접서 불합격을 받았지만, 며칠 후 최종 합격했다. 최 의원과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이 독대한 직후 면접 결과가 뒤바뀌었다는 점에서 채용 청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2016년 1월 중진공 직원 채용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박 전 이사장과 권모 운영지원실장을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반면 검찰은 최 의원을 한 차례 서면조사만으로 채용 압력과 무관하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최 의원 채용 외압 사건은 잊혀졌다. 하지만 박 전 이사장이 법정서 진술을 바꾸면서 사건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2016년 9월 중순 열린 공판서 “면접 결과를 확인하고 황씨를 불합격 처리하겠다고 최 의원에게 보고했다. 최 의원은 ‘황씨가 성실하고 괜찮으니 믿고 써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최 의원 비서관 정모씨가 중진공 청탁 채용의 핵심 증인에게 최 의원이 연루되지 않도록 위증 교사한 혐의로 지난해 12월16일 구속됐다. 현재 정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재판서 중진공 핵심 관계자들의 ‘최 의원의 외압이 있었다’는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서 지난달 12일 오전에 열린 정씨의 네 번째 재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모 전 중진공 상임이사는 ‘최 의원이 채용과 관련해 청탁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2013년 1월22일 김 전 이사와 전모 전 마케팅사업처장은 중진공의 핵심 현안인 수출 인큐베이터 운영 문제로 최 의원실을 찾아갔다. 

특채 관련 위증교사 혐의 구속
재판서 압력 취지 증언 쏟아져

김 전 이사는 재판정서 “(면담이 끝나고) 나가는데 최 의원이 ‘밖에 나가면 비서관이 할 얘기가 있으니 들어보고 가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함께 있던 전 전 처장은 ‘인사(인턴 황씨)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운을 뗐으며, 김 전 이사는 ‘나는 먼저 갈 테니 얘기 듣고 오라’고 지시한 후 사무실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이사는 황씨 채용에 대해 최 의원과 면담을 주선한 전 전 처장에게 사전에 보고받은 바 있다 (전 전 처장이 만남을 주선한 경위에 대해서는 차후 설명하겠다).

검사와 판사 측 신문에서도 김 전 이사는 최 의원이 인사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사 측이 “최 의원의 말(비서관 말 들어보고 가라)을 기억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김 전 이사는 “업무와 유일한 이야기라서 기억에 남았다”고 답했다.
 

판사 측도 “중진공으로 돌아와서 전 전 처장에게 비서관이 무슨 얘기 했는지 물었나?”라고 질문하자 김 전 이사는 “당일 오후 전 전 처장에게 황씨 건이라고 보고받았다”고 증언했다.

검찰 부실 수사?
비서관만 구속

이날 재판에는 박 전 이사장도 증인으로 출석해 최 의원이 황씨 채용에 개입했다는 정황과 증언을 진술했다. 다음은 박 전 이사장과 검사의 일문일답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검사(이하 검) - “2014년 11월21일 최 의원과 만나서 어떤 일이 있었나?”
▲박철규 전 이사(이하 박) - “감사원 감사에서 황씨 채용이 문제가 되고 있어 사실을 알렸다. 최 의원이 놀란 반응을 보였으며, 서서 5분 정도 얘기했다.”
(중략)
▲검 - “최 의원과 평소 연락하는 사이인가?”
▲박 - “그렇지 않다. 면담 후 며칠 뒤 최 의원에게 전화가 왔으며 ‘(황씨 감사) 어떻게 돼 가느냐?’고 물었다.”
▲검 - “11월21일 면담에서 최 의원이 놀랐다는 의미는?”
▲박 - “최 의원이 ‘아참 (황씨) 거기 근무하고 있지’하시며, 감사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자 ‘그래?’라며 놀라는 반응이었다.”


재판에선 기획재정부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박 전 이사장을 회유한 사실도 드러났다. 박 전 이사장은 “2015년 9월 검찰 조사를 앞두고 기재부 제2차관과 기조실장에게 ‘(최 의원 관련) 진술을 잘해줄 수 없겠느냐’는 말을 들었다. (최 의원 측에서 얘기했을 것으로) 당연히 짐작했다”고 증언했다.
 

지난달 17일 열린 정씨의 다섯 번째 재판서도 증인으로 출석한 전 전 처장의 입에서 최 의원의 외압 증언이 나왔다. 그는 과거 국회 담당 팀장으로 근무하며 2007년부터 정씨와 친분이 있었다.

2013년 1월 초순 정씨에게 황씨 채용 청탁을 받았으며, 전 전 처장은 그해 중진공 현안 설명을 위해 최 의원과 면담을 하기 직전 정씨에게 “의원님께서 황씨 얘기를 할 수 있다”고 사전에 들었다고 증언했다.

위증한 관계자들
법정서 외압 실토

전 전 처장은 2015년 검찰 조사 당시에는 경산지역구 사무국장이 황씨의 채용을 부탁했다고 허위 진술했다. 이런 경위에 대해서는 “집 사람이 입원 중인 서울대병원에 (정씨가) 찾아와 부탁했으며, 수석보좌관도 전화로 부탁했기 때문이다”고 증언했다.

수석보좌관은 당시 ‘의원님 관련 부분 진술을 가급적 조심스럽게 얘기해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서 수석보좌관은 전 전 처장에게 ‘퇴직 후 일자리’를 언급하며 회유한 정황도 드러났다. 정씨는 오는 5월10일 피고인 신문 및 구형이 내려질 전망이다.

최 의원은 중진공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 3월20일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 1부는 최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2013년도 하반기 신규 채용이 막바지에 달했을 때 박 전 이사장은 “황씨를 불합격 처리하기로 했다”고 최 의원 사무실에 귀띔해줬다. 같은 해 7월 실시한 2차 면접서 외부 면접위원이 황씨 채용에 강한 반대의사를 표시해서다. 이에 최 의원실 보좌관은 “이사장이 직접 와서 의원에게 보고하라”고 답변했다.

채용 청탁 덮일 뻔했는데…
이사장 진술 번복으로 뒤집혀


박 전 이사장은 2013년 8월1일 국회 본관에 있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해 “이번에 지원한 황씨에 대해 이리저리 많이 살펴보았지만,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다. 면접을 봤는데 외부위원 반발이 심해 죄송하지만, 불합격 처리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최 의원은 대뜸 반말로 “그냥 해,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성실하고 괜찮으니까 믿고 한번 써봐”라고 대꾸했다.
 

박 전 이사장이 재차 “외부위원이 강하게 반발해서 외부에 알려지면 오히려 의원님께 누가 될 수도 있다. 비정규직으로 1년 더 근무하다가 내년에 다시 응시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다. 그러자 최 의원은 “알았어, 괜찮아, 그냥 해”라고 또 반말로 답변했다고 한다.

검찰은 공소장서 최 의원의 발언 당시 태도를 ‘고압적인 자세와 말투’라고 표현했다.

정씨의 재판서 나왔던 증언들은 최 의원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진공 채용 청탁과 관련한 핵심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최 의원의 외압이 있었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또 이들 관계자는 향후 최 의원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도 크다.

최에 불리한 진술
방어 못 하면 끝장

법조계에선 이 같은 증언들이 최 의원에게 상당히 불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중진공 관계자들은 아마 최 의원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해야 할 것”이라며 “정씨의 재판에서처럼 이 같은 증언이 한결같이 나온다면 최 의원이 유죄를 면치 못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 의원 재판은 오는 19일 첫 공판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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