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로 전락한 월드컵경기장

2011.05.23 12:27:37 호수 0호

2002년 영광의 ‘성지’…여기저기 헛발 운영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2002년 세계의 함성을 한 곳에 담았던 전국 월드컵경기장이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연간 사용횟수는 30회 정도에 불과한데다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지출되는 관리비가 많게는 수십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난 이유에서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만들어 놓고 시즌이 아닌 때에는 파리만 날리는 등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월드컵경기장의 현 주소를 짚어봤다.

프로야구가 한창이다. 야구팬들이 가장 들뜨는 계절 봄, 서울 잠실구장과 부산 사직구장의 야구 열기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TV로 보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보는 그 느낌은 가히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다.



월드컵경기장 "안녕?"

프로야구 시즌에는 야구장, K리그 시즌과 월드컵이라도 열리는 해에는 축구경기장에 사람들이 북적이지만 평소에는 한산하기 그지없다. 큰돈을 들여 만들어놓고 비시즌에는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는 것.

월드컵경기장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개최하면서 각 도시에 여러 디자인으로 경기장을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해 매년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전국 주요 월드컵경기장 5곳의 관리비가 수익보다 최대 60배 이상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경기장에서는 접대비 명목으로 억대의 돈이 쓰인 것으로 집계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출이 수입의 수십배 돈 먹는 하마 따로 없어 
1년 사용 횟수 40회 내외로 적어 실효형 어디로

이달 초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발표한 2010년 월드컵경기장 사용 현황 및 관리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인천, 수원, 부산, 광주 등 전국 5개 월드컵경기장의 사용 횟수는 30~40회 내외로 적은 반면, 관리비는 수십억원에 달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년 간 경기장 사용료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 총액은 서울 상암경기장이 19억91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6억2000만원을 벌어들인 부산경기장이 2위에 올랐고, 3위는 5억8485만원 수익의 수원이 차지했다. 인천이 1억4690만원으로 4위, 광주는 벌어들인 수입이 2677만원에 불과해 5위에 랭크됐다.

반면 같은 기간 인건비, 통신비 등 관리비 지출내역을 살펴본 결과, 인천경기장이 62억5967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나 1위에 올랐다. 2위는 수원이 차지했으며 총 관리비 52억3913만원을 지출했다. 이어 부산이 총 관리비 37억9259만원을 지출해 3위에 올랐고, 서울은 27억1700만원의 관리비 지출로 4위에 랭크됐다. 5위는 수입이 가장 적었던 광주가 자치했고, 총 지출액은 16억3347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년간 경기장을 사용한 횟수 역시 서울경기장 38회, 인천 45회, 수원32회, 광주 31회, 부산 37회 등 모두 40회에 미치지 못하는 사용 횟수를 보인 것.

인천·수원 최고 지출

5개 경기장 가운데 관리비 지출과 관련, 레드카드를 받을 정도의 헛발질을 한 경기장 두 곳이 유독 눈에 띄었다.
 
먼저 인천 주경기장은 지난해 K리그 등 16번의 축구 경기와 육상대회 등 15번의 행사용으로 총 31번 사용됐고, 이외에 보조경기장은 내셔널리그 등 14번의 축구경기와 경찰공무원 체력검정장 등의 용도로 20번 사용됐다.

이에 따른 수익은 모두 1억4690만원 이었지만 인건비 등 관리비 지출액은 무려 60배가 넘는 62억5967만원으로 집계되면서 전국 5개 월드컵경기장 중 수익 대비 지출이 가장 많았던 경기장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특히 보조경기장 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지역 교육지원청이나 인천시생활체육회, 시장애인체육회 등이 사용할 때는 유로로 대여됐지만, 인천지방경찰청의 경찰관 체력검정, 인천시 소방공무원 체력검정 등에는 수차례 무료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은 일명 빅버드라고 불리는 수원경기장. 지난해 A매치와 K리그 등 주요 경기 28번을 비롯, 종교단체 축제 등 모두 35번이 사용됐으며 이로 인해 5억8485만원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지출액은 수입의 10배에 달하는 52억3913만원으로 집계돼, 인천경기장 다음으로 수익 대비 지출이 많았다.

특히 수원경기장의 관리비 명목에는 전체 수익금의 20%에 달하는 1억900만여원이 접대비 용도로 쓰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측은 "월드컵경기장 관리비에 접대비 명목이 왜 필요한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월드컵 이후 관리비용은 매년 수십억원이 들어감에도 수익은 미약해 효율성 면에서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수원경기장 관계자는 "해당 팀별로 뛰어다니면서 영업을 해야 한다"면서 "광고도 팔아야 하고, 행사도 유치하다보면 그런데 쓰이는 돈이 접대비"라고 해명했지만 접대비의 세부 용도에 대해서는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수입 대비 지출액이 최대 수십배에 달하는 전국의 월드컵경기장이 더 이상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욱 효과적인 활용방안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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