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상득-이재오 ‘신권력 삼국지’

2011.05.20 21:06:59 호수 0호

‘한 지붕 세 가족’이 부르는 ‘오월동주가(吳越同舟歌)’

[일요시사=장미란 기자] 한나라당에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4·27 재보선 이후 당내 권력지형도가 요동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의원총회에서 당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더니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본격적인 징조들이 엿보이고 있다. 비주류인 황우여-이주영 원내사령탑 출범 이면에 친이·친박계로 양분됐던 당내 계파 구도의 변화와 새로운 연대의 축이 읽히고 있는 것. ‘빅뱅’을 앞둔 한나라당의 속을 들여다봤다.

당 쇄신에 힘 합친 소장파·친박계 ‘황우여 원내대표’
이상득 “자연스러운 선택” 당내 변화 기류에 동조


차기 대선주자이자 한나라당의 4·27 재보선 패배와 대통령특사를 계기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여권의 6선 중진인 이상득 의원, ‘정권의 2인자’로 꼽히는 이재오 특임장관. 현재 여권의 최대 주주로 꼽히는 3인을 중심으로 당내 권력지형도가 꿈틀거리고 있다.



박근혜·이상득·이재오
3대 주주 ‘태풍의 눈’으로

당초 한나라당 권력구도는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가 비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친이계인 이 의원과 이 장관의 보이지 않는 권력다툼 속에 희비를 달리해왔다.

이 의원과 이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승리를 위해 같이 뛰었다. 그러나 정권이 들어선 후에는 여러 차례 충돌을 거듭했다. 수도권 친이계를 중심으로 이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촉구했던 1차 반란은, 이 대통령이 이 의원의 손을 들어주면서 마무리됐다. 이 의원은 여권 핵심으로 자리를 굳혔고 이 장관은 유학길에 올랐다. 

그러나 유학에서 돌아온 이 의원이 다시 이 대통령의 곁으로 돌아오면서 여권의 분위기도 급변했다. 이 의원은 국민권익위원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재보선에 출마, 금배지를 달고 특임장관까지 돼 여의도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는 ‘정권의 2인자’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았다.

반면 이 의원은 4·29 재보선에서 ‘막후정치’ 논란에 휩싸이면서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이 의원이 빠진 자리에 자연스레 이 장관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그러나 ‘친이계’라는 한 울타리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돕기 위해 중요한 순간순간 힘을 합쳐왔다.
하지만 최근 때로는 반목하고 때로는 손을 잡았던 이들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금이 가고 있다. 그리고 원내대표 경선이 그 변화의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황우여 의원이 이주영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 4기 원내대표-정책위의장에 당선된 것.

황 의원은 이날 경선에서 재적의원 172명, 출석의원 157명 중 90표를 얻어 64표를 얻은 안경률 의원을 제치고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이는 ‘비주류의 반란’으로 칭해진다. 1차 투표에서 64표를 얻었던 황 의원이 2차 결선투표에서 90표를 얻기까지 황 의원을 지지했던 수도권 소장파는 물론 이병석 의원을 지지했던 이상득계와 친박계의 표까지 흡수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박근혜 손잡은(?) 형님
묘한 분위기 포착돼

황 의원의 당선에 당 안팎이 들썩이고 있지만 이 의원의 반응은 차분했다. 그는 지난 7일 대통령특사로 남미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황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에 대해 “이변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황 의원의 당선을 친이계 몰락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동감하지 않는다”며 “친이계, 친박계와 관계없는 선택으로 심각한 사안이 아니다. 예측이 빗나간 경우도 많지 않았느냐”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당내에서 흐르고 있는 변화의 기류에 대해서만큼은 확인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이 의원이 박 전 대표와 손을 잡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과 이 장관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각각 이병석 의원과 안경률 의원을 지원했다. 1차 투표에서 이병석 의원이 떨어지고 실시된 결선투표에서 이 의원측이 안경률 의원을 밀었다면 승기는 안경률 의원에게로 기울었을 것이라는 것. 그러나 이 의원측은 황 의원을 선택했고 이것이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당내 경선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갈등을 중재했던 이가 바로 이 의원”이라며 “친박계가 이 대통령과 각을 세워오는 와중에도 이 의원과는 협력관계를 형성해왔다”는 점을 새삼 거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당 안팎에서는 친이계 내부에서 권력다툼이 벌어지고 차기 대권에 대한 말들이 나올 때마다 이 의원과 박 전 대표가 손을 잡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말이 적지 않았다. 이른바 ‘이상득-박근혜 연대설’이 끊이지 않았던 것. 그리고 결국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이 의원과 박 전 대표 측의 ‘느슨한 연대’가 확인되지 않았냐는 주장이다.

실제 이 장관이 경선 후 사석에서 “배신당하는 것은 한번으로 족하다” “희생양도 한번이지, 희생양이 직업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 ‘이상득 배후설’을 키웠다. 이러한 발언들이 이상득계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 것.

이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 자신의 의중이 포함됐다는 ‘개입설’을 일축했다. 그는 9일 “설령 내가 지시했다고 해도 의원들이 내 말을 듣겠냐. 가만히 있는 사람을 놓고 왜 그런 억측들을 쏟아내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장관 측도 이 장관의 ‘배신’ 발언에 대해 “이 의원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장관의 측근인 권택기 의원은 “현 정부 탄생과 함께 배지를 달고서 안정적 국정운영에 협조하고 당의 중심을 잡자는 사람들이 미래권력을 향해 가는 것을 보고 한 말”이라고 했다.

다음 시대의 정치
‘기회’ 잡는 건 누구?
 
하지만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당내 권력을 둔 변화의 ‘시작점’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정가 인사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친이계도 이상득계와 이재오계에서 소장파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류를 보이고 있고 중립지대로 향하는 친이·친박계의 숫자도 만만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출범한 ‘새로운 한나라’가 대표적이다.

쇄신을 추진하기 위한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는 이날 공식 발족했다. 출범하자마자 친박계 인사 10여 명을 포함, 44명이 참여하면서 당내 최대 계파모임인 ‘함께 내일로’에 이어 두 번째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회원을 더 늘릴 예정이니 ‘첫번째 세력’이 되는 것도 꿈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6선 그 이상 노리는 이상득 차기 대권 킹메이커?
숨죽인 이재오 당내 측근 약세에 반격 기회 노려

즉, 친이·친박계로 권력지형이 양분됐던 이전에 비해 친이재오계와 친이상득계, 중도·소장파, 친박계 등으로 권력구도가 다변화되고, 또한 ‘연대’의 형식을 취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 가운데서 이 의원도 이 장관도 박 전 대표도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큰 충격을 받은 이 장관은 당분간 침묵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경선 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도 나오지 않은 채 지역구에서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에 ‘특임장관 사퇴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당분간 장관 업무에 충실하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정치권은 이 의원이 5월 이내에 전후해 ‘새로운 역할’에 대한 구상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으로 받은 타격이 적지 않지만 60여 명에 이르는 친이재오계의 결속력을 확인한 이상 그의 ‘역할’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

김무성 전 원내대표도 “권력이동이 있었지만 이 장관은 여전히 실체”라며 “이 장관이 설 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 설 자리를 안 만들어 주고 흔들면 당이 분열된다”는 말로 그의 새로운 역할을 예고했다.


역할 찾는 대주주들
여권 대지진 일어날까

차기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 의원도 ‘멀리 보고’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집권이 시작된 후 ‘동생(이 대통령)을 위해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형님(이 의원)이 정치를 (이 대통령보다) 먼저 해서 6선까지 됐다. 동생이 대통령이니 자기 인생은 좀 양보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여기고 있음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총선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차기 대선에서 친이계 대선주자나 박 전 대표 모두 ‘손’을 내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킹메이커’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도 이번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박 전 대표는 올해 들어 서서히 날개를 펴고 있다. 싱크탱크를 출범하는가 하면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위 고문직을 맡아 활동 영역을 넓혔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로 그의 주가는 날로 치솟고 있다.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구원투수론’이 힘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대통령특사로 떠났던 유럽 방문길 말미에 “내년에는 중요한 선거들이 있고 하니 아무래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본격적인 정치행보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가 조만감 다시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의 귀국 후 이어질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이 대통령과 이 장관의 ‘회동’과 7월4일 개최키로 잠정 결정된 한나라당의 전당대회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것.
한 정치컨설턴트는 “급변하는 정치 상황에 따라 한나라당 내 계파들간 전략적 연대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중립·소장파와 친박계, 이재오계의 연합구도가 형성됐지만 차기 당권을 둔 셈법은 또 다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민심이 한나라당에 바라는 바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읽고 있냐는 점과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해법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나라당의 앞날을 좌우할 연대의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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