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무산’에 표정관리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2011.05.20 20:42:26 호수 0호

500조 규모 ‘강만수 금융지주회사’ 탄생할까?

산은금융지주의 얼굴이 밝지 않다. 이번 임기 내 민영화가 물 건너가서다. 한숨만 연신 내쉬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표정은 밝다 못해 해맑기까지 하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양새다. 민영화에서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로 방향을 틀면서 꿈에 그리던 ‘메가뱅크’가 가시화 된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주창해 온 ‘메가뱅크론’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넘어야 할 산이 ‘겹겹’이기 때문이다.

정부, 최근 산업은행 민영화 작업 사실상 포기
우리금융 인수로 방향 틀어 “메가뱅크 탄생할까”


"산은금융지주 민영화는 현 정부 임기 내에 어렵다.”

최근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정부가 산업은행을 포함한 산은금융 민영화를 사실상 포기하기로 한 것. 그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산은금융지주 점포가 50개에 불과해 인수 매력이 낮은 데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으로 시장 상황마저 여의치 않아 매각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제값 받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민영화 현 정부
임기 내 어렵다”

산은금융 민영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2012년까지 완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가 악화일로로 내달리면서 순위는 점점 뒤로 밀려났다. 그러다 결국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매각과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에 정신을 빼앗기면서 산은 민영화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논의조차도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에는 공기업 민영화 추진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힘 센 회장님’이 산은금융에 당면한 민영화 등을 주도적으로 풀어가길 바라던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강 회장은 ‘민영화’ 대상인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로 방향을 틀었다. 사실상 정부 소유 금융기관인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이 합쳐지는 ‘메가뱅크(초대형은행)’ 방안의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자산규모 500조원에 육박하는 메가뱅크가 만들어지게 된다.

강 회장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간 꿈 꿔오던 메가뱅크의 탄생이 가시화 된 때문이다. 강 회장은 지난 2008년 MB정권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 시절부터 메가뱅크론을 주창해 왔다. 국내 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강 회장은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 IBK기업은행을 통합해 자산 500조원, 세계 40~50위권의 초대형은행을 설립하자”고 역설했다. 하지만 강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 의지를 접어야 했다. 메가뱅크 설립으로 금융리스크를 키워 대형 금융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세계적 차원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메가뱅크 논란은 물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지난 3월 강 회장이 은행권에 자리를 잡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메가뱅크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여기에 강 회장이 우리금융 매각입찰로 선회하면서 메가뱅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당국도 힘을 더해줬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우리금융과 산은금융 합병 시나리오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우리금융 민영화 로드맵을 2분기 중에 내놓겠다고 밝혀놓은 상황이다. 말대로라면 우리금융 매각 입찰은 이르면 이달 중에라도 공고될 수 있다.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지주회사법도 손질될 전망이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상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할 경우 지분 95% 이상을 매입해야 한다. 하지만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인수를 위해 지분 95% 이상을 사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보 지분 57%를 인수하고 여기에 나머지 지분 38%를 시장에서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인수지분 비율을 50%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산은금융은 우리금융의 예보지분만 인수하면 된다. 그만큼 인수자금 부담을 덜게 되는 셈이다.

산은금융도 넋 놓고 있지는 않다.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도 마련했다.

산은금융은 우리금융을 인수한 뒤 2013년까지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정부 보유 지분이 지금의 100%에서 60%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산은금융은 기대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한 후 지분의 상당량을 시장에서 매각하겠다는 복안이다.

산은금융 측 관계자는 “산업은행법 부칙엔 산은금융 민영화 시점을 2014년 5월 말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때까지 1주 이상 매도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산은금융은 전국 영업점 수 912개인 우리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우리금융을 인수할 경우 강력한 수신 기반을 확충할 수 있게 돼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지분 매각이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1위인 대우증권과 4위 우리투자증권을 합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합병 후 상장으로
정부 지분 60%

특히 산은금융은 국책은행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지분의 상당량을 외국계 투자자에 매각한 중국은행과 싱가포르개발은행 모델을 집중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금융 측 관계자는 “먼 얘기지만 상장 후엔 외국계 투자자는 물론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에도 지분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러모로 여건이 좋다.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그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는 우리금융이 여전히 타 금융그룹으로의 민영화에 반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은 산은금융의 인수시도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대주주인 정부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격앙된 모습이다. 굳이 산은금융이 아니더라도 인수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기관투자가 등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에둘러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금융 측 관계자는 “자체 사전조사 결과 우리금융 인수를 희망하는 국내외 민간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며 “관련법을 조금만 완화해 주면 국유화하지 않고도 대안이 얼마든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계열사 노조들도 입장은 같다. 그러나 사측보다 훨씬 강경하다. 인수가 추진될 경우 투쟁까지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노조 측 관계자는 “산은금융의 인수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공룡 국유화 은행을 만들어 관치금융을 확대하려는 욕심을 멈추지 않는다면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내년 대선 후 특혜 시비를 불러올 것”이라며 “우리은행 출신인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연계해 반대 투쟁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도움, 지주회사법 손질…“여건은 좋아”
‘국유화’ 우려, 우리금융 반발 등 ‘산 넘어 산’

전문가들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우선 두 곳 다 국책은행이란 점에서 ‘민영화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관치논란만 야기할 뿐 아니라 오히려 거대 국유 금융기관만 만들 것이란 지적이다.

먼저 산은이 차입금 등을 활용해 우리금융을 인수하더라도 정부가 100% 상환을 보증하는 방식인 만큼 결국 재정을 투입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셈이 된다. 금융권 안팎에선 벌써부터 정부 소유의 대형 국책은행이 생기는 게 아니냐며 은행의 ‘국유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이 합병되면 정부 지분이 80% 이상 되는 대형 국책은행이 만들어 지게 된다”며 “이명박 대통령 공약인 산은 민영화는 어디로 가고 ‘강만수 금융지주회사’가 나오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일 산은금융이 밝힌 대로 상장을 통한 지분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방침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자본금 30조원짜리 회사 매각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시너지 취약 할 것
경쟁 방식도 문제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으리란 지적이다. 기업금융이 주된 업무인 산업은행과 소매금융을 주로 하는 우리금융의 합병 자체는 일부 시너지 효과를 낼 수는 있다. 하지만 기업금융 부문에서의 업무 중복문제와 국책은행간의 조직결합으로 인한 시너지는 취약하리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입찰방식이 경쟁입찰이 아니란 것도 문제다. 일방적인 인수로 몰아갈 경우 제값을 받고 매각하기 어려운 때문이다. 이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우리금융 민영화 최대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가 극도로 악화된 데다 외환은행 문제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 부치고 추진할 동력이 약하단 말이다.

여기에 일각에선 초대형 국책은행이 나오면 미국 등 다른 나라와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책은행이 특정 산업에 대해 자금지원에 나설 경우 보조금 지급 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서다.

무엇 보다 MB정권이 말기로 진입한 점이 부담이다. 게다가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에서 무리하게 메가뱅크를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금융기관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메가뱅크 반대여론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금융 인수가 자칫 졸속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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