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불청객’ 황사·미세먼지 대처법

2017.04.03 11:05:01 호수 1108호

마스크는 필수품 물 많이 마시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미세먼지로 온 세상이 뿌옇다. 사람들은 먼지로 칼칼해진 목을 헛기침으로 가다듬는다. 마스크를 낀 사람도 종종 눈에 띈다. 단순히 먼지로 치부하기엔 몸에 끼치는 해악이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3년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소리 없는 살인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 대처법을 알아봤다.



미세먼지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 이하 먼지,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보다 작은 먼지를 말한다. 미세먼지에는 황산염, 질산염 같은 독성물질이 들어 있다. 폐와 혈관까지 침투해 천식 등 호흡기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 농작물과 생태계에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산업 활동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침묵의 살인자

배정환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기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연간 11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미세먼지, 휘발성 유기화합물,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 감소에 따른 사회적 편익을 보수적으로 책정해 산출한 금액이다.

배 교수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보수적으로 따져도 10조원대지만 소비와 산업 활동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더하면 훨씬 커진다”며 “경제적 피해는 물론이고 삶의 질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2060년께에는 이 비용이 20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의 공기질은 세계 주요 도시 중 거의 최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국적 커뮤니티 ‘에어비주얼’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의 공기품질지수는 179로, 인도 뉴델리(187)에 이어 두 번째로 대기오염이 심했다. 우리나라의 대기오염을 우려하는 OECD 보고서도 있다. OECD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60년 OECD 회원국 중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고 경제 피해도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다.

미세먼지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지목되지만 최근에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비율이 높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

지난달 30일 <동아일보>가 환경부의 ‘미세먼지 국외 영향 분석 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닷새간 수도권을 덮친 미세먼지 중 86%가 중국에서 날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0∼21일 양일간 서울시는 올해 들어 세 번째 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 2014년 초미세먼지를 본격적으로 측정하기 시작한 이래 최악의 수준이다.

2007년 한 해 동안 중국서 유입된 미세먼지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조기 사망한 사람의 수가 3만900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달 30일 중국 칭화대와 베이징대,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등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미세먼지 이동이 세계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미세먼지에 따른 심장질환 등 질병으로 조기 사망한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34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인접국인 중국서 시작된 미세먼지로 3만여명이 조기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븐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어바인대 교수는 “많은 기업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에 공장을 세우기 때문에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세계서 가장 많다”고 지적하며 “한국과 일본은 인구밀도가 높아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3∼5월 공기질 최악…대기오염 10조 피해
삼겹살이 좋다? 배출 효과 특정 음식 없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달 남짓 남은 대선서도 미세먼지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대선주자들은 ▲미세먼지 기준 강화 ▲한중 협력체계 구축 ▲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및 대체 등의 공약을 발 빠르게 내놨다. 문제는 대선주자들의 공약은 말 그대로 공약일 뿐 당장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앞서 대책을 내놔야 할 정부나 지자체는 ▲외출 자제 ▲외출 시 마스크 착용 등을 권고하는 데 그치고 있다. 또 ▲미세먼지 경보제 ▲안내문 배포 ▲대기오염 측정소 확대·신설 등은 사후대책일 뿐 예방대책이 전무해 시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오죽하면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미세먼지 대처법, 미세먼지에 좋은 음식 등의 게시글이 인기를 끌고 있다.

생활 속에서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미세먼지 대처법은 야외활동을 피하는 것이다.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일 경우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는 게 좋다.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폐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부득이하게 외출을 해야 할 경우에는 마스크, 선글라스 같은 보호안경, 긴소매 옷, 모자 등을 착용해 미세먼지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받은 KF80 등급 이상의 황사 마스크나 방진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KF(Korea Filter)지수는 미세먼지를 얼마나 잘 차단해주느냐를 나타내는 것으로 숫자가 클수록 차단이 더 잘된다.

외출 후에는 깨끗이 씻어야 한다. 두피에도 미세먼지가 쌓일 수 있기 때문에 머리를 바로 감고 샤워를 하는 게 좋다. 먼지로 인해 눈이나 코가 가려울 때는 인공눈물과 식염수를 이용해 씻어낸다. 외출 후 옷을 털거나 세탁하는 일도 필수다. 바깥 공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 환기를 하지 않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낮 시간대 1분 내외로 짧게 환기를 하고, 미세먼지가 심한 경우에는 현관문을 열었다가 닫는 것도 괜찮다. 실내 청소를 하는 경우엔 청소기 대신 물걸레를 사용해야 한다. 실내 습도를 50∼60% 정도로 유지하면 미세먼지 제거에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가 물 분자와 결합해 가라앉기 때문이다. 카펫, 러그, 침구류 등 섬유재질로 돼 있는 물건은 주기적으로 세탁해야 미세먼지가 쌓이지 않는다.

이미 흡수한 미세먼지는 좋은 음식을 섭취해 일부 배출할 수 있다. 물을 8잔 이상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미세먼지로 건조해질 수 있는 목과 코, 피부 등을 보호할 수 있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함유된 미나리, 알라신이 함유된 마늘은 체내 중금속 등 각종 독소들을 흡수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고구마, 감자, 우엉, 도라지 등 뿌리채소는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명태는 몸 안에 축적된 여러 독성을 제거해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효능이 있다. 알레르기에도 효과가 있어 봄철 미세먼지와 황사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효과적이다. 찹쌀과 당면이 들어간 순대도 미세먼지를 이겨내는 좋은 음식이다. 순대는 철분 함량이 많아 중금속 배출에 탁월하다. 미역, 파래 등 해조류에는 칼륨이 풍부해 독소 배출에 효과적이다. 인스턴트 음식과 커피, 술, 담배 등은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

근거 없는 낭설도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유일한 미세먼지 대책은 마스크라고 딱 잘랐다. 삼겹살을 먹으면 기관지에 붙은 미세먼지가 씻겨 내려간다는 속설이 있지만 근거 없는 낭설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먼지 배출에 효과적인 특정 음식은 없다는 것.

그럼에도 미세먼지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식품의 판매량이 크게 뛰는 등 ‘미세먼지 특수’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서는 미나리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었고, 녹차, 브로콜리 등도 판매량이 증가했다. 과일인 배나 해조류 판매량도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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