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잡은 검찰 앞으로 잡을 사람은?

2017.04.03 10:21:13 호수 1108호

우병우만 잡으면 끝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국정 농단의 최정점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됨에 따라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다음 타깃은 ‘법꾸라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뇌물공여 의혹을 받고 있는 대기업들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박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지 21일 만에 구치소에 수감됐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전직 대통령 가운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초조한 법꾸라지

검찰은 통상 구속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기 전 최장 구속기간(20일)을 모두 쓰지만, ‘장미 대선’을 앞둔 상황을 고려해 20일을 모두 채우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점은 대선 후보자 등록일인 4월15일 이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기존 구속영장 청구 단계와 마찬가지로 뇌물 등 13개 혐의를 적용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서 재판을 받게 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심리가 시작되면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후 본격적인 공판에 들어가게 된다. 공판준비기일에 증인채택 등 증거에 관한 정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구속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진술 태도 변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뇌물 같은 더러운 돈을 받으려고 대통령 한 줄 아느냐”고 말해 혐의 전반을 부인해왔다. 검찰은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박 전 대통령에게 추가 뇌물죄 적용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대기업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대가성’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박 전 대통령의 신병확보로 검찰의 수사에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은 검찰청이나 구치소에서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13개 혐의에 대해 자유롭게 조사할 수 있게 됐다”며 “최씨를 비롯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이미 구속한 피의자와의 대질신문도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신병처리에 성공한 검찰의 칼끝은 ‘법꾸라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SK·롯데 등 대기업을 향하고 있다. 우선 우 전 수석에 대한 소환 조사가 임박한 상황이다.

특히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임의제출 방식으로 청와대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 특수본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은 우 전 수석 관련 증거를 입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외교부 등 정부 부처 인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자신의 측근을 특정 보직에 끼워 넣는 인사 전횡도 포착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 당시 광주지검 세월호 수사팀의 수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한 당시 윤대진 광주지검 형사2부장의 진술서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혐의 부인하더니…결국 구치소
다음은…우·재계 수사 정조준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 관련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가족회사 ‘정강’을 통해 서초동 오피스빌딩에 투자된 50억원의 출처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우 전 수석에게 억대 자금을 넘긴 M투자자문을 압수수색하고 서모 대표를 소환 조사키도 했다.

박영수 특검은 수사 기간 종료를 앞두고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나올 것”이라며 “세월호 같은 경우는 압력을 가한 게 인정되는 것이고 정강 자금도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와 더불어 재계 수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각각 111억원, 45억원을 출연한 SK와 롯데의 뇌물죄를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 적시하지 않았다. 두 재단에 돈을 출연한 53개 기업에 대한 신병 처리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계는 다시 검찰 수사가 시작될 경우 총수가 소환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검찰의 수사 방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재계는 SK 수사에 이어 롯데, CJ로 이어지는 도미노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수본은 이들 기업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출연하면서 청와대 측에 현안 해결을 요청한 정황을 살펴보며 뇌물공여죄를 검토하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내는 대가로 박 전 대통령에게 사면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의 경우 지난해 5월 K스포츠재단 하남 체육시설 건립사업에 70억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돌려받았다는 점을 두고 대가성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할 당시 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위해 대가성 청탁이 오고 갔다는 의혹이 있다.

롯데 측은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이 만난 시점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가성’에 선을 긋고 있다.

CJ그룹도 총수의 사면을 위해 부당한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히 이 회장이 사면을 받은 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주도한 K컬처밸리 사업에 CJ가 1조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대가성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검찰의 대기업 수사 과정서 뇌물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온다면 박 전 대통령 기소 단계서 죄가 추가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은 증가하고 SK·롯데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삼성의 출연금 204억원을 뇌물로 결론지을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으로부터 받은 204억원에 대해 뇌물수수와 직권남용권리 행사방해 혐의를 동시에 적용했다. 기소 단계에서는 하나의 죄명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속 타는 대기업

사정당국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과 달리 대기업 수사는 대선 이후에도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현 시점에서 뇌물죄가 적용되지 않았다고 마음 놓을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또 검찰 다른 관계자는 “수사가 종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이든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며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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