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미공개 파일 공개

2017.03.13 10:35:02 호수 1105호

소문만 무성 변죽만 울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엘시티 비리를 수사해온 부산지검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사건에 뛰어든 검찰은 현재까지 총 24명을 기소, 그중 12명을 구속했다. 30명 기소, 13명 구속이라는 역대급 성과를 낸 박영수 특검팀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 규모다. 수사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본지는 중간 수사 결과의 숨은 내용을 짚어봤다.



엘시티 비리 수사는 엘시티PFV의 실질적 소유주인 이영복 회장의 지명수배로 시작됐다. 검찰은 도피 중이던 이 회장을 압박하는 방법으로 접근했다. 이 회장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 및 측근을 구속했다. 방법은 주효했다. 비록 지명수배서 체포까지 3개월이 걸렸지만, 서울에 은신하려던 이 회장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역대급 사기

‘몸통’ 이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하 특경법)상 횡령 및 사기, 주택법 위반, 뇌물공여,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주택법 위반의 수법이다. 이 회장은 분양대행사 대표 A씨와 함께 지난 2015년 10월 분양권 127세대에 프리미엄을 붙여 매집하고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A씨 또한 이 회장과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한 상태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의 측근인 B씨는 허 전 시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이 회장에게 돈을 받아 구속 기소됐다. 현재 제3자 뇌물취득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지만, 곧 허 전 시장과 공모 뇌물수수로 공소장이 변경될 예정이다.


구속 기소된 배덕광 의원(부산 해운대을)은 자신의 수행비서 C씨와 함께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광고업체 운영자에게 자신의 소속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산하 피감기관으로부터 광고 수주를 받도록 청탁한 혐의가 있다. 배 의원은 해당 광고업체 운영자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95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배 의원은 지난해 8월 세무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시가 350만원 상당의 양복 상품권 및 후원금 100만원을 받아 알선 뇌물수수 혐의도 추가됐다.
 

이 회장으로부터 2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이장호 전 BNK금융지주 회장은 2014년 2월부터 9월까지 자신의 처를 건설업체 직원으로 허위 등재한 후 급여 명목으로 3720만원을 수수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고구마 줄기 엮듯 ‘줄줄이’
24명 기소 12명 구속 성과

노조가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는 차승민 <국제신문> 사장의 혐의도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그는 지난 2015년 11월서 12월 사이 이 회장에게 타 신문과 광고비 차액을 보전해 달라고 요구해오던 중, 광고비 집행 승인권이 있는 엘시티 시공사 사업단장에게 광고비 차액을 주지 않으면 엘시티 아파트의 사전예약자 명단을 신문 1면에 보도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 2016년 2월 5142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차 사장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7일 자신의 혐의에 대해 “<부산일보>와 동등한 광고비를 주겠다는 약속을 엘시티가 어김으로써 사장인 내가 광고국의 요청에 따라 5142만원을 강하게 촉구한 것이고, 정확하게 회사 법인계좌로 입금됐다”며 “당연히 세금계산서도 회사 명의로 정확하게 발행이 됐다. 이와 관련해 내가 개인적으로 취득한 돈은 단 1원도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 외 범인 도피를 도운 8명이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에 이름을 올렸다. 그중 3명은 구속 기소, 2명은 약식 기소, 3명은 기소 중지된 상태다.

배덕광 피감기관 광고 수주 청탁
조력자 8명, 가지각색 도피 지원

이들은 모두 대포폰과 렌터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범인의 도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유흥주점의 자금 담당자는 도피자금 1억5000만원을 제3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 회장을 도왔다. 유흥주점 직원은 도주 중인 점주 및 그 내연녀에게 은신처 명의 및 보증금 등을 지원한 혐의가 있다.

내연녀는 주거지를 임차해 유흥주점 점주와 함께 숙식하며 도주를 도운 혐의가 있지만, 기소 중지 처분을 받았다. 다른 조력자는 이 회장과 그 수행비서에게 대포폰을 19대나 제공해 약식 기소됐다.


얽히고설킨 엘시티 비리는 부산 건설업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지역 언론에선 엘시티 수사와 관련해 지역 건설사의 압수수색 보도가 연이었다. 이들 건설사 대표들은 지역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어 파장은 더욱 컸다.
 

엘시티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검찰은 이 회장이 특정 명목보다 평상시 인맥을 관리하는 전형적인 ‘관리형 로비’로 보고 있다. 일례로 기소는 되지 않았지만, 부산시 공무원과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해운대구청 공무원, 부산도시공사 직원 시·구의회 의원 등 약 100명이 이 회장에게 2억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관리형 로비

규모면에선 ‘최순실 게이트’에 뒤지지 않는 성과를 냈지만, 검찰을 향한 비판도 나온다. 인·허가 비리 수사에 초점을 맞춰 권력형 비리를 눈감아준 게 아니냐는 얘기다. 비록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배 의원 등을 구속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외 인사들에게는 ‘혐의 없음’ ‘계좌 추적 결과 특이 사항 없음’ 등으로 변죽만 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판도라 상자’ 안종범 수첩

엘시티 사업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39권 분량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서 김정태 하나은행금융지주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엘시티 PF 대출을 검토하라는 취지의 메모가 발견됐다.

박영수 특검팀이 확보한 수첩에는 지난 2015년 7월 ‘해운대 엘시티(LCT) fund POSCO’ ‘중국×→하나은행 김정태’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이에 검찰은 안 전 수석이 김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PF 참여 검토를 요구했으나 김 회장이 내부 검토 끝에 거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은 “메모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핵심 단서가 됐다. 영장 기각 이후 재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의 단서가 됐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이 부회장에 대한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에서 수첩 내용에 주석을 단 서면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이 때문에 안종범 수첩은 ‘공무원 기록’ ‘장시호 기억력’과 함께 특검 3대 도우미로 꼽힌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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