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장 구속으로 본’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 현주소

2017.03.13 10:26:41 호수 1105호

누구는 영어의 몸, 누구는 임금될 몸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어떤 이는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가 하면, 어떤 이는 권력을 휘두르다 초라한 수감자 신세가 됐다. 본지는 실질적 국정 2인자로 군림하며 힘깨나 썼던 비서실장들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박근혜정권의 ‘왕실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최근 특검에 의해 구속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리를 총괄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현재 1차 공판준비기일이 진행 중이다. 앞서 박영수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수사 대상임을 밝히며 “문체부 인사 조치에 대한 부당성을 조사하다보니 단순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뤄진 점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된 것이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이라고 말했다.

2인자로 군림

김 전 실장은 박정희정권 때부터 40여년간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해온 최측근이다.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당시 담당 검사였던 그는 이후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 검찰총장 등을 지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자 허태열 초대 비서실장의 뒤를 이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박 대통령은 김 전 실장에 대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말 드물게 사심이 없는 분”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기춘대원군’이란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청와대 내에서는 ‘실세’로 통했지만, 외부 평가는 혹독했다. 유신헌법 초안 작성자, 지역감정 조장을 주도한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 당사자,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위원,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등 논란이 될 만한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2015년 2월 단행된 박근혜정부 개각 당시 김 전 실장은 비서실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본인의 ‘사의’가 반영된 결과였다.

비서실장 자리서 내려온 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발,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던 특검에 의해 구속됐다. 김 전 실장의 변호인 정동욱 변호사는 “특검이 당초 목적인 최순실과 관련된 인물이 아닌 김 전 실장을 대상으로 수사하고 기소한 것은 ‘위법수사’”라며 “지금 구속돼 법정에 있을 사람은 피고인(김 전 실장)이 아니라 오히려 특검”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노무현정권의 마지막 비서실장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김 전 실장과 상반된 모습이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대세론을 굳혀가는 분위기다.

문 전 대표는 민정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1년 만에 민정수석 자리를 내놓은 문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 후 시민사회수석으로 3개월만에 청와대에 재입성했고, 2007년 3월 비서실장에 올랐다.

지난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법 결의안 찬반 여부를 당시 정부가 북한에 입장을 물어보고 결정했다는 내용이 ‘송민순 회고록’에 실려 한차례 구설에 올랐다.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은 이 과정에 문 전 대표가 관여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낳았다.

김대중정권의 ‘영원한 비서실장’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 대표는 국민의당의 새 선장에 올라 대선 국면을 지휘하고 있다.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거듭난 박 대표는 김대중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대통령 공보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 정책기획수석, 대통령 정책특보, 비서실장 등에 차례로 올랐다. 정권 2인자로서 ‘실세 중의 실세’로 통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성과도 일궈냈다.

엇갈린 희비, 수감자·대선주자 다양
‘DJ→근혜’ 헌정 최초 비서실장 2회

‘정치 9단’인 박 대표는 관료 때보다 정치인일 때 더욱 주목받았다. 원내대표를 무려 3차례나 역임하면서 ‘원내대표 전문가’란 별명도 얻었다. 숙원과도 같던 당대표까지 오르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실패도 맛봤다. 노무현정부 들어 대북송금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다. 당시 박 대표는 조지훈의 시 ‘낙화’의 첫 구절인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로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2007년 복권된 박 대표는 18대 총선 당시 공천에서 배제되는 아픔을 겪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는 목포에서 당선돼 친정으로 금의환향했다. 이후 국민의당에 합류해 당의 기틀을 다지는 데 일조했다.

박근혜정권의 현 비서실장인 한광옥 비서실장은 헌정 사상 최초로 비서실장을 2번 역임한 사람이다. 김대중정부의 두 번째 비서실장을 지낸 그는 정부를 바꿔가며 비서실장을 역임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전북 전주 출신인 한 실장은 앞서 1982년 서울 관악에서 1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처음 정계에 발을 들였다. 30년 가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좌한 그는 동교동계 핵심으로 불린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비서실장으로 취임했다.

김대중정부가 끝나고 10년 동안 공직과 거리를 뒀던 한 실장은 지난 대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에 전격 합류하며 복귀를 알렸다. 현 정부 출범 뒤엔 국민대통합위원장이란 직책을 맡았다.

비참한 말로

한 실장은 최순실 사태가 터진 이후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탕평인사로 적임자였기 때문이란 게 정가의 분석이다. 그러나 야권은 당시 한 실장 임명을 두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김대중정권에서 동고동락했던 박 대표는 한 실장 임명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까지 지낸 분이 (박근혜정부의) 총리로 갔으면 갔지 박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가는 게 웬 말이냐”고 질타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탄핵반대 집회’ 한광옥 사전 교감설

한국자유총연맹과 한광옥 비서실장의 사전 교감설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전직 자유총연맹 관계자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서 “청와대가 자유총연맹에 관제데모를 지시해왔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도 지난달 10일 “청와대가 자유총연맹 등에 참석을 독려하고 있다는 제보가 당에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재 자유총연맹 중앙회장과 한 실장 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동교동계’ 출신이다.

김 회장은 김 전 대통령 특보를 지낸 이력이 있으며 한 실장은 김대중정권서 비서실장을 지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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