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살같은 특검’ 90일 총결산

2017.03.06 10:27:16 호수 1104호

대통령 턱밑까지 역대급 칼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90일간의 특검수사가 막을 내렸다. 정권 실세들을 줄줄이 구속시켰다. 무엇보다 성역이라 불렸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시키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특검 수사 기간이 연장되지 않아 아직 수사가 미진한 부역자들을 엄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특검팀이 지난달 28일을 끝으로 90일 만에 해체됐다. 지난달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측은 이날 오전 공식 브리핑을 통해 “황 권한대행이 특검연장을 불수용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공식발표했다. 황 권한대행의 연장 불승인에 따라 특검팀도 종료 수순에 돌입했다.

역대 특검 중
단연 최고 평가

특검팀은 박근혜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원하는 국민의 압도적 지지 속에 지난해 12월1일 출범했다. 특검팀은 특검 외에 특검보 4명, 파견 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검찰수사관과 파견 공무원 40명 등 105명에 달해 ‘블록버스터 특검’이란 평을 들었다.

이 뿐만 아니라 윤석열 수사팀장(58·사법연수원 23기)과 한동훈(44·사법연수원 27기) 등 검찰 대표적 ‘특수통’들을 비롯해 공인회계사 출신인 이복현(45·사법연수원 32기) 검사 등 수사력과 전문성을 갖춘 에이스들이 모여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의혹들을 파헤쳤다. 지난 11번의 특검팀과 비교할 때 성과도 뚜렷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12월1일 황 권한대행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서 첫발을 뗐다.


특검팀은 지난해 12월6일 3만5000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으면서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 범위와 기록이 방대한 만큼 시간이 촉박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초기부터 특검팀은 상당히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김기춘, 안종범, 정호성…
정권 실세들 줄줄이 구속

특검팀은 그간 뇌물죄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수사의 중심축으로 뒀다. 이 외에도 정유라씨 이화여대 입시비리, 비선 진료 의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도 동시다발 수사를 벌였다. 뇌물죄 수사의 핵심은 삼성그룹이었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는 데 중심축 역할을 담당했고, 최순실씨 일가에 가장 적극적으로 뇌물을 건넸다.

이후 현재까지 전·현직 장관급 인사 5명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 13명을 구속하고 13명을 기소하는 성과를 남겼다.
 

특검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시작으로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최씨 딸 정씨의 부정입학 등 특혜 의혹과 관련해 남궁곤 이화여대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를 구속기소했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과 관련해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종덕·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또 최씨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인 김영재씨의 부인이자 의료용품업체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인 박채윤씨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성과 뚜렷
한계도 또렷

하지만 삼성 수사과정엔 위기가 있었다. 특검팀은 1월16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19일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특검팀의 수사동력이 급격히 휘청이며 최대 위기로 꼽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특검은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수사대상을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으로 넓혔다. 이때 특검팀은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 자체를 뇌물의 대가로 판단하면서 보다 수사를 확대했다.


1월20일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대한승마협회 부회장), 같은달 25일 김종중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 김신 삼성물산 사장이 소환됐다. 2월8일에는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을 불렀고, 다음날인 9일에는 뇌물수수자로 지목된 최순실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13일 특검은 이 부회장을  재소환한 뒤 14일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면서 승부수를 띄웠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삼성그룹의 총수가 처음으로 구속되는 순간이자, 뇌물죄 수사의법리적 소명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신호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도 뇌물죄 부문과 함께 특검팀이 가장 공들인 수사로 꼽힌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정부에 비우호적인 문화계 인사 약 1만명의 명단을 적은 문서를 일컫는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수사로 김 전 비서실장, 조 전 장관 등 5명을 구속했다. 구속자의 숫자는 이화여대 입시비리와 같지만, 블랙리스트 수사로 구속된 인물들은 모조리 전·현직 장관급이라는 점에서 질적 차이가 있다.

수사기간 내내 특검팀은 거의 매일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을 조사하며 수사에 힘을 쏟았다. 블랙리스트 수사 대상에는 전·현직 청와대, 문체부 고위공무원들이 오르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28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울 소환 조사했고,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지난해 12월29일), 김희범 전 문체부 제1차관(지난해 12월31일), 유동훈 문체부 2차관 소환 조사(1월3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1월7일), 김 전 장관, 김 전 수석(1월8일)을 순서대로 불렀다.

이후 특검팀은 1월17일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장관을 소환조사한 뒤 각각 직권남용, 위증 등의 혐의로 이들을 구속했다. 특검팀은 이 수사를 통해 박근혜정부가 조직적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들을 관리한 사실을 파악했다. 그 꼭짓점에는 박근혜정부의 실세였던 김 전 비서실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하는 영화제나 영화관은 정부지원 사업서 배제를 지시했다.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세계적 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도 블랙리스트에 올라야 했다.

비선 진료 의혹도 상당부분 성과를 냈다. 특검팀은 비선 진료 의혹 수사과정서 최씨의 단골 성형외과 의사인 김영재 원장이 박 대통령에게 필러와 보톡스 등 수차례에 걸쳐 미용 시술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김 원장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국회서 위증한 혐의 등도 포함해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또 안 전 청와대 수석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씨를 구속했다.

국민적 관심
우병우 놓쳐

이처럼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 불발로 핵심 수사 대상인 박 대통령은 전혀 건드리지 못한 채 수사를 마친 게 대표적 한계다.

삼성 말고 다른 대기업들도 박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나 특검팀의 ‘삼성 올인’ 전략에 손대지 못했다. SK·롯데·CJ 등 다른 재벌그룹들에 대한 수사는 향후 검찰이 넘겨받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비서실장과 나란히 ‘법꾸라지’로 지목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역시 ‘옥에 티’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을 소환조사한 뒤 직권남용과 특별감찰관법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서 기각했다. 법원은 “혐의 소명이 불충분하고 일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규명도 미흡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16일 박 대통령이 비선진료를 받았는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박 대통령의 비선진료에 깊이 관여한 단서를 잡고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날 “수집된 증거에 비춰볼 때 구속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숨 가쁘게 달려 막내린 수사
뇌물·블랙리 기소 20명 넘어

특검팀이 수사 기간 종료를 하루 앞두고 박 대통령 대면조사 무산 경위도 언론에 공개했다. 특검팀이 요구한 조사 전 과정의 녹음·녹화를 청와대가 거부한 것이 조사 불발의 핵심 원인이라는 게 특검팀 설명이다.
특검팀이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을 위해 법원서 발부받은 영장은 지난달 28일까지 유효했지만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법원에 반환했다. 특검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 체계 정비를 국회에 촉구했다.

특검팀의 수사가 종료됨에 따라 풀어야할 과제도 막중하다. 특검팀은 이제 90일간의 수사기록을 검찰에 넘긴다. 원활한 인수인계를 위해 잔류 파견 검사 규모 등에 대한 협의도 벌여야 한다.

이번 특검은 여느 특검보다 많은 수사대상과 많은 피고인을 떠맡은 만큼 수사기간보다 더 긴 공소유지 여정이 남았다.

법무부가 현재 특검에 파견된 인력에 대해 복귀 결정을 내리면 이들은 검찰로 돌아가야 한다. 역대 특검은 대부분 수사 기간 종료 후 파견인력이 곧바로 복귀했다. 이럴 경우 특검팀은 수십 건에 달하는 재판의 공소유지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특검팀은 수사 대상과 기록이 방대하고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만큼 공소유지 인력으로 파견 검사 20명의 절반 수준인 10명 정도가 잔류하길 희망하고 있다. 수사 준비 기간을 포함해 모두 90일 동안 관련 사건을 파헤쳤던 검사들이 재판에 참여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바통 받은
검찰로 시선

이규철 특검보도 브리핑서 “파견 검사의 잔류 여부가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유지에 필수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파견 검사가 없다면) 삼성 뇌물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발언할 수 있는 사람이 특별검사보 한 명만 남게 된다”며 “특검보 혼자서 (삼성 측) 변호사 수십 명과 상대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법무부에 검사 파견을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보내 둔 상태다. 하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특검 연장 거부’ 황교안 탄핵 가능성은?

현행 헌법상 국무총리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탄핵소추가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탄핵을 추진할 경우 총 166석으로, 바른정당이 참여하지 않아도 정족수를 충족할 수 있다. 게다가 무소속 의원 7명 중 야권 성향의 5명 의원이 참여할 경우 171석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탄핵소추 정족수를 국무총리 기준으로 할지 대통령 기준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헌법 65조 제1항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정의한다. 따라서 황 대행에 대한 탄핵의 기준을 ‘대통령 탄핵’으로 해석할 경우, 200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첫 단추부터 법적 해석이 필요하다. 또 본회의 개회를 위해서는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탄핵안을 보고하고 72시간 이내 투표가 이뤄지려면 두 차례의 본회의가 필요하다. 자유한국당이 야4당 합의 사안인 3월 임시국회 본회의 일정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황 대행에 대한 탄핵은 의결 시도조차 못할 수도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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