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나비효과’ 정운호는 지금…

2017.02.27 11:15:23 호수 1103호

나오려고 용쓰더니 잘 먹고 잘 지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정운호 게이트는 지난해 모든 사건·사고의 도화선이 됐다. 정운호 게이트→롯데 수사→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넥슨 게이트→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너무 강력한 나머지 정운호 게이트는 어느덧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정운호 게이트는 1심 재판이 이제 막 끝났을 뿐이다.



정운호 게이트의 시작은 단순한 해외 원정도박 사건서부터 시작됐다. 2014년 7월과 2015년 2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검찰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뿌리는 여기서
현 정국 원흉?

정 전 대표가 무혐의 처분이 났지만 검찰은 해외 원정도박을 알선한 범서방파 잔당 등의 조직을 수사했다. 검찰은 동남아서 정 전 대표가 100억원대 도박을 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도박 자금이 회삿돈이라는 의혹이 있지만 횡령 혐의는 조사를 하지 않고 도박에 대해서만 조사했다. 정 전 대표는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2015년 10월 구속됐으며, 1심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정 전 대표는 항소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정운호 게이트는 시작됐다. 법조브로커 이동찬씨의 소개로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때 이씨는 유부녀인 최 변호사를 자신의 아내라고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 대표는 보석을 조건으로 최 변호사에게 착수금 20억원, 성공보수 30억원 등을 지급했다.
 

최 변호사는 전관예우를 노리고 보석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이에 최 변호사는 받은 50억원 중 30억원을 정 전 대표에게 돌려준다. 하지만 정 전 대표는 50억원 전부가 성공보수라며 석방이 안 됐으니 나머지 20억도 돌려 달라고 주장한다. 당연히 최 변호사는 20억원을 착수금으로 받은 거라며 거부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실상 도화선 
대형 사건·사고·스캔들의 연결고리

이 일로 구치소에서 싸움이 발생, 최 변호사가 정 전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최 변호사의 남편을 자처하며 정 전 대표를 폭행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최 변호사의 손목을 비틀고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보석을 못 시켜줬으니 돈을 돌려달라”고 협박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에 최 변호사를 고발하는 등 역공을 펼쳤다. 정 전 대표의 고발을 접수한 대한변협은 진상조사에 들어갔고, 조사 결과 최 변호사가 법조브로커를 통해 사건을 수임하는 등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가 드러났다. 최 변호사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홍만표 변호사는 2014년과 2015년에는 정 전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을 무혐의 처분을 받게 해주는 대가로 6억원가량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여론은 부장판사 출신인 변호사도 구속된 마당에 검사 출신 홍 변호사도 봐줄 수 없다는 분위기였고, 결국 홍 변호사에 대한 수사도 들어갔다. 수사 과정서 홍 변호사는 이른바 ‘법조비리’의 정수를 보여줬다. 당시 야당에선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단순 폭행사건
법조 게이트로

정 전 대표는 당시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2심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상고했으나 사태가 법조 게이트로 번지면서 상고를 포기했다. 형기를 모두 마치고 출소하려 했지만, 출소 3일 전인 지난해 6월2일 정 전 대표는 2012년 위증, 2015년 회사 공금횡령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이후 불똥은 롯데가로 튄다. 정 전 대표가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신영자 롯데 장학재단 이사장도 구속됐다.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재판 받은 사람들은 총 17명이다. 이중 14명은 구속 기소됐고, 3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불구속 기소자 3명 중 2명은 법정 구속됐으며, 2명 중 1명은 형기를 마치고 석방됐다. 구속 기소된 사람 중 1명은 집행유예가 확정돼 석방됐다. 정리하면 17명 중 13명은 여전히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정운호 게이트는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정 전 대표의 각종 청탁·로비 정황에 연루된 사람들이다. 두 번째는 금융 다단계 업체 이숨투자자문·리치파트너의 실질적 소유자 송창수 전 대표와 관련된 청탁·로비 정황에 연루된 사람들이다.
 

정 전 대표와 송 전 대표는 구치소에서 알게 됐다. 송 전 대표가 106억원대의 피해를 남긴 인베스트컴퍼니 사건에서 최 변호사로 인해 집행유예를 얻어낸 것을 본 정 전 대표는 송 전 대표에게 최 변호사를 소개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서 연쇄적으로 연루된 사람이 17명으로 불어난 것이다. 이들 17명은 1심 판결이 지난달 20일 모두 끝났다. 연루자 대부분은 항소를 제기했다. 주요 관련자들의 판결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정 전 대표는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는 지난달 13일 뇌물공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현직 부장판사에게 재판 청탁 명목 등으로 억대의 뇌물을 주고, 100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실형이 선고된 것이다. 해외 원정도박 사건으로 실형이 선고된 후 2014∼2015년 김수천(57·사법연수원 17기) 부장판사에게 재판 청탁 명목 등으로 1억6000여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 과정서 정 전 대표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수딩젤’ 가짜 화장품 제조·유통 사범을 엄중히 처벌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 상당의 SUV 차량인 레인지로버와 현금 등을 건넨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정 전 대표는 2015년 1∼2월 회계 장부를 조작해 네이처리퍼블릭 법인자금 18억원과 관계사인 SK월드 법인자금 90억원 등 108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법조인 줄줄이
17명이나 기소


이 와중에 최근 정 전 대표는 모친상까지 당했다. 모친은 투병 끝에 지난 15일, 새벽에 숨을 거뒀으며, 담낭암 4기로 계속 투병생활을 이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 대표는 어머니 모친상을 치르기 위해 귀휴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15일 암투병으로 위독한 어머니를 잠깐이라도 만나게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2부에 구속집행 정지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최 변호사에게는 징역 6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지난달 5일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최 변호사에게 징역 6년과 추징금 45억원을 선고했다.

이날 법원은 “전직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재판 절차의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 중요성을 알 수 있었음에도 교재·청탁 명목으로 상상할 수 없는 액수의 돈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릇된 행동과 욕심으로 무너진 사법제도 신뢰를 회복하고 최 변호사가 정직한 사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장기간 실형에 처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 변호사와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등법원서 항소심이 예정돼있다.

건국 이래 최대 법조비리 사건 
탄핵 정국으로 점점 잊혀져가

홍 변호사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도형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9일 변호사법과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홍 변호사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의 실형과 추징금 5억원을 선고했다.

홍 변호사는 지난해 7∼10월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던 정 전 대표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3억원을 받고, 2011년 9월 서울지하철 1∼4호선 내 매장을 설치해 임대하는 ‘명품브랜드 사업’ 관련 청탁 명목으로 2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실제 받은 변호사 수임료 금액을 축소해 허위 현금영수증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수임료 34억여원을 빠뜨려 15억여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조세 등)도 받고 있다.

법조브로커 이씨에게는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지난달 5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게 징역 8년과 추징금 26억340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는 최 변호사와 함께 투자사기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 전 대표에게 “검찰과 법원에 로비해주겠다”고 하면서 2015년 6월부터 10월 사이 총 5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별개로 이씨는 송 전 대표에게서 로비 명목의 돈 3억5000여만원을 단독으로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1심 징역 5년
16개월 복역중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지난달 19일 징역 3년형에 추징금 14억1400만원을 선고했다. 정 전 대표와 모 초밥업체 사장으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현금·수익금 일부를 받았고, 가족기업 BNF통상서 딸 3명이 근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명목상 이사와 감사로 등재돼 총액 35억원의 급여를 받았다.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업무상 횡령·배임수재 등이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주인 없는 네이처리퍼블릭은?

네이처리퍼블릭이 정운호 게이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적자 진통에 시달리고 있다. ‘청정자연’을 추구하는 자연주의 브랜드 이미지마저 오너 리스크로 훼손된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1359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인 네이처리퍼블릭. 전년 보다 매출은 8.2% 줄고 영업이익도 마이너스를 향했다. 상반기에만 1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보고 있다. 10.7%에 달하던 영업이익률도 -1.32%로 추락하며 발목을 잡았다.

실적 동반 하락의 기운은 1분기부터 감지됐다. 매출이 1분기 -5.7%에 이어 2분기 -10.9% 감소했고, 실질적인 장사 실속인 영업이익도 이 기간 1/4로 내려앉은데 이어 적자로 돌아서며 그의 체질도 다소 허약해졌다. 정운호 대표는 지난해 6월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하면서 경영에서 손을 뗀 상황이다.

네이처리퍼블릭 매각 작업도 진전 없이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시장이 바라보는 네이처리퍼블릭의 기업 가치와 매각 측의 눈높이가 달라 거래 성사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매각은 지난해 9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중국 업체 2곳 정도가 원매자로 나서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면서 예상보다 빨리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흐지부지 끝났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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