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뛰는 전주조폭, 왜?

2017.02.27 10:17:40 호수 1103호

건달들 패싸움…경찰은 뭐하나

[일요시사 사회팀] 박호민 기자 = 전주지역 조폭 조직이 심상찮다. 지난해 대형 조폭 월드컵파와 오거리파 조직원이 집단 난투극을 벌이며 세력다툼을 한 것이 배경이 됐다. 폭력에 가담한 인원만 42명. 전주 경찰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그 결과 38명을 검거하고 35명을 구속했다. <일요시사>에서 전주조폭 사건의 전말을 확인했다.



지난해 11월 전북 전주시 효자동 한 장례식장 주차장서 양대 폭력조직 월드컵파와 오거리파 조직원 42명이 난투극을 벌였다. 이들은 상대 조직원을 향해 각목과 쇠파이프, 야구방망이 등 둔기를 휘둘렀다.

곳곳서 세력다툼

이 과정서 조직원 1명이 얼굴을 다치는 등 총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를 본 장례식장 직원의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이들은 체포 과정서 큰 저항은 없었다.

술집 여종업원의 말 한마디가 집단난투극의 원인이 됐다. 월드컵파의 위세가 오거리파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도화선이 된 것. 결국 월드컵파와 오거리파는 서로의 힘을 견줘보자며 새벽녘 장례식장의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

지난 2014년 11월 전주의 한 음식점 주차장서 오거리파 간부가 월드컵파 실세 조직원이 휘두른 흉기에 살해된 사건도 집단 폭력사태의 원인이 됐다. 간부가 흉기에 찔려 잔혹하게 살해되면서 오거리파 일부 조직원들이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형 조직간 세력다툼이 발발하자 경찰은 적극적인 단속에 나섰다. 그 결과 집단난투극을 벌인 42명 가운데 38명을 검거하고 35명을 구속했다. 달아난 4명에 대한 추적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전주지역서 활동하고 있는 폭력 조직은 경찰의 강도 높은 단속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주에는 모두 6개 폭력조직(월드컵파, 나이트파, 오거리파, 타워파, 북대파, 중앙시장파)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1983년 이후 결성됐다. 규모는 150여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월드컵파는 작은 폭력서클로 시작해 전주 중앙동을 거점삼아 성장했다.

1980년대까지 중앙동에 있는 ‘월드컵 나이트클럽’이 주된 수익원이었다. 월드컵파의 대항마로 결성된 조직은 나이트파다. 나이트파는 전주관광호텔을 무대로 성장했다.

오거리파는 당시 상가와 주점 등이 밀집해 있던 ‘오거리’를 중심으로 등장했다. 타워파와 북대파는 각각 금암동을 거점으로 결성됐다. 중앙시장파는 비교적 최근 생겨났으며 시장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30년 넘게 조직을 이끌고 있는 각 조직 보스와 부두목, 행동대원 등은 대부분 폭력전과가 있다. 이 가운데는 전과 10범이 넘는 보스도 있다. 두목들의 나이는 주로 40대 후반서 50대 후반으로로 전해진다.

큰 두목들은 외형상 자영업과 건설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회장님’으로 불린다. 일부 보스들은 서울과 경기, 충남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간부는 수배 중이거나 교도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삐 풀린 지역 형님들
6개파 목숨 걸고 전쟁

이들은 ‘범죄와의 전쟁’ 이후 세가 약해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계속해서 크고 작은 사건들에 얽혔다. 2014년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수십억원대의 도박판을 벌인 혐의로 월드컵파 조직원 홍모씨 등 9명을 구속했다. 홍씨 등은 대전 유성구 송정동의 한 식당을 빌려 회당 수백만원씩 이른바 ‘아도사키’ 도박판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망을 보는 ‘문방’과 높은 이자로 돈을 대주는 ‘꽁지’ 전문 도박꾼을 관리하는 ‘총책’ 등 역할을 나눠 회당 70여명을 도박판에 끌어들였다. 월드컵파는 대전의 지역 조폭과 연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전주 조폭 김모씨는 주류사업에 투자하면 거액의 이익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지인 B씨 등 3명에게 4억4000만원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기간 김씨는 "빌려준 돈을 달라"고 말한 채무자를 폭행해 부상을 입힌 혐의도 함께 받았다.

지난 2012년에는 한 전직 조폭이 현직 조폭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사건 발생장소는 중화산동에 있는 번화가였다. 전직 조폭은 “돈이 없다고 날 무시해 친구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2014년 초에는 자신과 동거한 10대 여중생을 살해한 조폭이 아파트 옥상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있었다. 30대 초반인 박모씨는 전과 40범으로 교도소 출소 후 노래방 도우미를 알선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동거녀 A양(15)에게 도우미 일을 종용하다가 A양이 이를 거부하자 병원로비에서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박씨는 아파트 19층 아래로 투신했다.

채무 갈등을 겪던 한 예식장 사장이 채권자 2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있었다. 숨진 사장은 자신과 안면이 있는 조직을 움직여 채권자 B(55), C(44)씨를 살해했다.

조폭 출신으로 알려진 B씨 등은 앞서 사장을 두 차례 납치·폭행하는 등 “돈을 내놓으라”며 협박했다. 이에 사장은 조폭인 아들까지 동원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후 사장과 두 채권자는 모두 1톤 냉동탑차 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운전석에는 '채권자 두 명을 먼저 보내고 나도 뒤따라 생을 마감하겠다'는 내용의 유서가 있었다. 조직 간의 처절한 생존 암투였던 셈이다.

단속 의지 없나

과거 조폭 생활을 했던 A씨는 “(조폭 간) 집단 난투극을 벌여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 대대적인 단속이 들어와 조직이 와해될 수 있다”며 “전주조폭 난투극의 경우 당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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