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탁의 정석투자> 화장발에 속는 투자

2017.02.02 09:04:09 호수 1100호

요즘은 유소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성인이 화장을 한다. 남성들도 로션 등 기본 화장은 한다. 시간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지하철에서까지 화장에 정성을 들이는 여성을 자주 본다.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눈을 치켜뜨며 ‘달인’급의 실력으로 눈 화장을 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만들기도 한다.



치열하게 사는 것은 좋은데 화장은 은밀하게 하는 것 아닌가?

“아름다움을 위해 하는 작업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뤄진다는 게 아름답지 않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프랑스 여자처럼’의 저자는 사람들 앞에서 화장하는 여자를 ‘화장실 문을 살짝 열고 볼일 보는 여자’에 비유했다.

화장을 하거나 안 하거나 물론 자유지만 여인에게 화장은 기본 예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기업도 재무제표에 일종의 화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물론 불법이고 눈속임인데 화장발에 속은 투자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이른 바 분식(粉飾)이 그것인데 결국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방법은 허위 매출이다. 있지도 않은 물건을 판 것처럼 위장해서 허위 매출을 장부에 올리는 방법이다. 한 개 팔고 세 개를 판 것처럼 속이거나 개당 100원 제품을 1000원에 판 것처럼 속이는 것이다.

또는 아예 없는 제품을 거래한 것처럼 계산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거래처의 부도 등 매출채권(외상값)을 정상적으로 회수하지 못할 것인데도 회계상에 이에 대한 반영 즉,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경우 비용 항목인 대손상각비를 작게 인식하므로 이익이 많이 난 것처럼 보이고 매출채권의 크기도 과거나 업종 평균보다 크게 나타난다.


건설사처럼 공사 진행에 기준을 설정하는 기업은 진행률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매출액을 조작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높여 분식한다. 이 같은 분식을 통해 조작된 재무제표는 기업 가치가 실제보다 높은 것처럼 보여 투자자가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한다.

‘주식해부학(배문호 회계사 저)’에서는 재무제표에서 회계조정과 분식 징후를 발견하는 방법을 이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제품 수명주기에 비해 제품이 지나치게 잘 팔리고 있지 않은가?’다. 해외 매출액을 부풀려 금융회사에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사기사건을 일으켰던 ‘모뉴엘’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둘째는 ‘현금흐름이 적절하게 발생하고 있는가?’다.

셋째는 건설 공사나 조선 수주 등 ‘진행기준을 사용하는 기업의 경우 진행률이 과거와 비슷한가?’다. 배 회계사는 “‘기업이 마음먹고 분식하면 잡아내기 쉽지 않다”라고 말한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으면 확인하거나 투자를 미루는 것이 최선이다.

자신의 기업을 믿고 투자한 주주를 속이고 배신하며 사욕을 채우는 기업주는 마치 국가를 위해 올바른 정치를 하라고 표를 준 국민의 신뢰를 배반하고 국가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정치인과 마찬가지의 양상군자다.

한국경제는 내수가 매우 어려운 반면 수출은 살아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2월1일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수출이 지난 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수출의 쌍두마차인 자동차와 휴대전화의 부진을 반도체와 석유화학이 메웠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관련주와 석유화학주가 높은 상승률을 보인 이유가 있었다.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고부가가치 품목의 수출이 급등한 것이 큰 기여를 했다. 중국도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예상 수익 부분을 주가에 반영할 때까지 관련주들이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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