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일가’ 베트남 커넥션 의혹

2017.01.20 17:25:33 호수 1098호

“형 갔다오고 동생 들어갔다” 반씨 형제의 기막힌 타이밍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유독 ‘베트남’과 인연이 깊다. 지금까지 나온 의혹에는 늘 베트남이 등장해서다. 최근 반 전 총장의 둘째 동생 반기호씨가 사외이사로 있는 광림이 베트남 국영기업과 합작법인까지 세웠다. 일각에서는 반씨 일가와 베트남과 수상한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막연한 추측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 12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했다.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검증대에 올랐다. 그동안 반 전 총장 친인척들의 사건·사고가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반 전 총장의 귀국 전후로 터진 의혹들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베트남이다.

정치권과 재계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의 구설 대부분은 베트남과 연관이 있다”며 “향후 언론 검증에서 반 전 총장과 베트남은 복마전이 될 수도 있다”고 입 모아 말했다.

막연한 추측들
연결고리 의심

반 전 총장의 둘째 동생 반기호씨가 사외이사로 있는 코스닥 기업 광림이 최근 베트남 국영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광림은 중량물 운반을 위한 크레인과 소방차·청소차·전기작업차 등 특장차를 생산하는 업체다. 기호씨는 지난해 3월부터 이 회사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광림은 베트남의 피코서비스 앤 트레이딩 파이낸셜 인베스트먼트 스탁 컴퍼니(이하 피코)와 특장차 판매 및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지난해 11월 체결했다. 피코는 베트남의 국영기업인 비나코민(베트남 천연자원개발공사)이 직접 출자해 출범한 기업이다.
 


계약 체결 당시 찍은 사진에는 기호씨도 등장한다. 이에 대해 코스닥 기업의 한 사외이사는 “기업 사외이사는 이사회만 잘 나오면 된다”며 “사외이사가 기업 간의 계약 체결에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첫째동생·조카 사기, 박연차 금품 의혹
모두 베트남과 관련돼 “의혹에 늘 등장”

이와 관련해 광림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광림이 기호씨를 영입한 배경에 대해 “(기호씨의) 해외 네트워크가 좋다는 말을 듣고 사외이사로 모셨다”며 “베트남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영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계약식에 베트남 고위공직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응우옌 반 두 베트남 공안부 기술총국 부국장, 부엉 쥐 비엔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이 등장한다.

베트남서 원단 공장을 운영하는 한 사업가는 “베트남은 공산당 국가라 외국기업에 상당히 엄격하다”며 “국영 기업과 합작법인 등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정부 고위공직자 등 상당한 인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기호씨가 광림의 베트남 계약에 주도적으로 관여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이외에도 기호씨는 코스닥 기업 에스와이패널 부회장으로도 재직 중이다. 에스와이패널이 기호씨를 영입한 이유 역시 ‘베트남 등 해외 사업 공헌 활동을 위해서’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기호씨는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상한 계약
과연 우연일까?

공교롭게 반 전 총장의 귀국 직전 터져 나온 ‘박연차 23만 달러 의혹’에도 베트남이 등장한다. 2005년 5월2일부터 5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응우옌 지 니엔 베트남 외교장관 일행 7명이 방한했다. 이 기간 중 반 전 총장(당시 외교부장관) 주최로 환영 만찬이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서 열렸다.
 

이날 만찬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도 초청받았다. 주한 베트남 명예총영사 자격이었다. 박 회장은 2003년 7월, 3년 임기인 주한 베트남 명예총영사로 재위촉됐다. 박 회장은 1994년 7월 ‘태광비나’라는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1만2000여명의 현지인을 고용하고 연간 1억달러 이상 수출실적을 기록하는 등 베트남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가 명예총영사로 위촉된 이유다.


그런데 이날 만찬 행사가 열리기 직전 박 회장이 반 전 총장에게 거액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회장은 반 전 총장에게 20만달러(한화 약 2억4000만원)가 담긴 쇼핑백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박 회장이 20만달러를 준 배경에 반 전 총장 직무와 관련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박 회장은 베트남서도 사업을 하고 있다. 따라서 ‘외교 업무’와 관련해 외교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외교부 수장이었던 반 전 총장에게 “잘 봐달라”는 메시지로 금품을 건넸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박 회장이 반 전 총장이 베트남과 긴밀한 ‘커넥션’이 있다는 걸 알고 20만달러를 줬을 것이라는 추측도 배제할 수는 없다.

2015년 정국을 뒤흔들었던 ‘성완종 리스트’ 사태 때도 반 전 총장의 동생과 조카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 두 사람이 ‘작업’하려던 건물도 베트남에 있다. 반 전 총장의 첫째 동생인 기상씨와 조카 주현씨는 베트남 하노이 경남기업의 초고층 복합건물을 매각하면서 중동 국부펀드 고위 관리에게 50만달러(약 6억원)의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3년 베트남 하노이에 초고층 빌딩 ‘랜드마크 72’를 세운 경남기업은 자금난으로 이 건물을 매각하기로 결정한다. 이 과정서 경남기업 고문인 기상씨가 자신의 장남 주현씨를 독점 매각 주관사로 기업에 추천했다.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전격 방문
이후 동생의 회사 국영기업과 합작

2015년 독점 매각 주간사로 선정된 주현씨는 2013년 8월, 아버지 기상씨에게 새로 부임하는 카타르 국왕에게 개인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랜드마크 72를 매각할 수 있다고 알렸다. 이후 주현씨는 카타르 투자청이 이 건물을 매입할 의사가 있다는 공문(인수의향서)을 경남기업에 보냈다.

그러나 공문은 허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카타르 투자청은 랜드마크 72에 투자할 의사도 없으며, 주현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인수의향서는 허위문서라고 주장했다. 경남기업은 2015년 7월 주현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반 전 총장과 베트남이 직접 얽힌 듯한 뉘앙스가 담긴 방명록까지 있다. 반 전 총장은 2015년 5월22일 이틀 간의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일정 마지막 날 반 전 총장은 비공개로 베트남 수도 하노이 외곽에 있는 판(반·潘) 후이 타인씨 집을 찾아 사당에 향을 올렸다. 판 후이 타인씨는 반 전 총장과 같은 성씨다. 

이날 반 전 총장은 방명록에 이렇게 썼다. “潘(반)가의 일원으로, 지금은 유엔사무총장으로, 조상의 가르침을 따르도록 노력하겠다”(As one of 潘 family, now serving as Secretary General UN, I commit myself that I will try to follow the teaching of ancestors.)


실제로 반씨의 근원은 중국과 베트남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서 반(潘)을 ‘판’이라고 발음하고, 베트남서도 중국과 비슷하게 발음한다. 당시 유엔 측에선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유엔 측은 “판씨 가문이 베트남서 유명한 학자 집안으로 존경받아 잠시 비는 시간에 들른 것일 뿐 반 총장의 조상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반 전 총장은 언어와 수사학에 익숙한 외교관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사당의 방명록에 ‘반씨의 일원으로서’(As one of 潘 family)라고 표현한 것은 뭔가 인연이 있음을 암시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게다다 ‘조상의 가르침’(the teaching of ancestors)을 따르겠다고 쓴 것은 같은 조상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유독 인연 깊어
조상 베트남인?

반 전 총장은 지난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그 자리서 이 전 대통령은 반 전 총장에게 “유엔 사무총장으로 근무하며 몇 개국이나 다녔느냐”고 물었고, 반 전 총장은 “154개국을 다녔다”고 답했다. 반 전 총장은 10년 간 150여개국을 다녔지만 의혹은 단 한 개국에 집중된 것이다. 향후 베트남 관련 의혹이 대권을 노리는 반 전 총장의 발목을 잡을 방아쇠가 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기호 미얀마 사업도 특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동생인 반기호씨의 미얀마 사업에 유엔 대표단이 참석하는 등 특혜 소지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17일, 미얀마 현지 기사와 미얀마 정부 계정 페이스북을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반 전 총장 동생 반기호씨는 KD파워 사장과 보성파워텍 부회장에 역임했다가 최근 사임했으며 현재는 에스와이패널 부회장을 맡고 있다.

반씨가 몸담은 회사들은 모두 미얀마서 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추진 중이다. 이 의원이 미얀마 현지 기사와 미얀마 정부 계정 페이스북을 확인한 결과, 2015년 1월21일 반씨가 참석한 보성파워텍과 미얀마 정부간 사업회의에 유엔 대표단과 한국 산업자원통상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 의원은 “유엔 전문매체인 이너시티프레스 매튜 리 기자가 이 회의에 유엔 대표단이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민간사업자가 추진하는 사업에 유엔 대표단이 관여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스럽다. 유엔 대표단이 왜 거기에 있었는지, 참석한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KD파워가 미얀마 태양광사업에 본격 진출하기로 한 2012년 4월은 반 전 총장이 미얀마를 공식 방문해 국제사회가 미얀마의 경제제재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던 시기라고도 했다. 형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KD파워가 2012년 유엔 글로벌컴팩트에 가입해 유엔 조달시장 정보를 제공받는 등의 혜택을 받다가 2015년 유엔 글로벌콤팩트 가입사 의무사항인 친환경 등 10대 원칙 이행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제명됐다는 과정에서 특혜 유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유엔 글로벌컴팩트 가입은 반 전 총장에게 직접 신청서를 보내 승인을 받으면 된다. 국내 가입사는 73곳(대기업 40곳)에 불과하다. KD파워는 미얀마에서 태양열 사업과 석탄화력발전소, 망간채광 사업, 건설업 등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형이 유엔 사무총장임에도 인권증진이나 환경보호에는 전혀 상관없는 망간채광사업과 석탄화력발전소를 추진하다가 결국 2015년 유엔 글로벌컴팩트에서 제명까지 당하는 망신을 겪었다. 반 전 총장은 KD파워의 UN글로벌컴팩트 가입과 관련해 특혜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반 전 총장 측은 “반씨가 유엔 직원 직함을 사용한 적이 전혀 없고 광산사업과도 관계가 없다”며 “허위사실 보도나 무차별적인 인용보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모든 법적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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