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 불가 ‘기생 회사’에 막 퍼준다

2011.04.12 09:16:31 호수 0호

[연속기획]‘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 (1)영풍그룹-영풍개발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재계 순위 41위(공기업 제외)인 영풍그룹은 주력사인 영풍과 고려아연을 양대 주축으로 모두 24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영풍개발’에 일감을 몰아줘 지배주주의 안정된 부를 축적시키고 있다. 영풍개발은 실적이 대부분 ‘안방’에서 나왔다. 계열사들의 물량을 받는 방식으로 오너일가의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



‘주머니’ 채우기

1989년 3월 설립된 영풍개발은 건설관리 및 건물관리용역제공을 주요영업으로 하는 건물관리 업체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영풍문고로 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1993년부터 영풍개발 이사를 맡고 있는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두 아들 세준·세환씨와 딸 혜선씨는 각각 11%씩 갖고 있다. 오너일가가 1/3을 소유한 회사인 것이다. 나머지는 선대 때부터 동반자 관계였던 고려아연 일가가 나눠 쥐고 있다.

㈜영풍→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구조를 보면 영풍개발에 미치는 오너일가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영풍문고는 ㈜영풍(34%)을 비롯해 장 회장(18.5%), 세준씨(11%), 세환씨(1.5%), 혜선씨(1%) 등이 주요주주다. ㈜영풍은 세준씨(16.89%)가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영풍개발(14.17%), 세환씨(11.15%), 장 회장(1.13%), 혜선씨(0.52%) 등의 순이다.

영풍개발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자본금 5000만원에 직원이 3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적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영풍개발은 지난해 132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원 1명당 4억4300만원을 번 것이다. 영업이익은 16억4000만원, 순이익은 18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영풍개발은 이를 토대로 지난해 주당 3만원씩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장 회장의 자녀들이 영풍개발 순이익의 상당부분을 챙긴 셈이다. 세준·세환·혜선씨는 지난해뿐만 아니라 2001년부터 매년 주당 3만원의 배당을 받아왔다.

순이익이 많든 적든 배당금은 같았다. 영풍개발은 2001년 11억7000만원, 2002년 6억4000만원, 2003년 5억9000만원, 2004년 4억5000만원, 2005년 41억6000만원, 2006년 5억2000만원, 2007년 15억5000만원, 2008년 11억원1000만원, 2009년 15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계열사 건물관리 도맡아 연 100억대 매출
오너 자녀들 주요주주…98%가 ‘안방실적’

재무구조도 안정적이다. 총자산 2249억4000만원, 총부채 485억2000만원으로 부채율이 약 22%밖에 안 된다. 대기업 부채율이 평균 200% 안팎이란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영풍개발은 2007년 주당 가치가 가장 높은 비상장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재계전문 사이트 <재벌닷컴>의 분석 결과 영풍개발 주당가치는 300만원이 넘게 평가돼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그룹 계열사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었다.

문제는 거의 모든 매출이 계열사에서 밀어준 물량이란 사실이다. 영풍개발은 지난해 매출 132억9000만원 가운데 ▲㈜영풍 128억4000만원 ▲영풍문고 1억7000만원 ▲인터플렉스 2000만원 ▲테라닉스 300만원 등 총 130억4000만원을 관계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비율로 따지면 98%가 넘는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2009년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영풍(118억2000만원), 영풍문고(4억2000만원) 등을 등에 업고 매출 124억8000만원 중 98%에 이르는 122억4000만원이 계열사에서 나왔다.

영풍개발의 ‘식구’ 의존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매년 늘고 있는 매출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기대는’ 양상이다.

영풍개발이 ㈜영풍, 영풍문고, 코리아써키트, 인터플렉스, 테라닉스, 영풍전자, 시그네틱스 등과 거래한 관계사 매출 비중은 ▲2004년 97%(총매출 111억9000만원-관계사 거래 108억9000만원) ▲2005년 98%(114억3000만원-111억6000만원) ▲2006년 99%(116억7000만원-116억4000만원) ▲2007년 98%(117억9000만원-115억7000만원) ▲2008년 98%(123억8000만원-121억5000만원)로 나타났다. 그전에도 관계사 매출 비중은 97∼99%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97∼99% 밀어줘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영풍그룹 계열사들이 영풍개발에 건물관리를 맡기는 식으로 물량을 몰아줘 지배주주에게 안정된 부를 지원한 거래로 볼 수 있다”며 “영풍개발은 매년 총매출의 거의 100%에 가까운 금액을 계열사들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풍개발의 지원성 거래는 도무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배짱 거래를 계속하고 있어 아예 계열사 물량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영풍 계열사는?>

영풍그룹은 ㈜영풍과 고려아연을 모회사로 모두 24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아연제련업과 인쇄회로기판제조업 등이 주 사업분야다. 총 자산규모는 5조7900억원 정도로 공기업을 제외한 국내 재계 순위 41위다. 2009년 매출 5조1297억원, 순이익 6471억원을 기록했다. 다음은 영풍그룹 계열사 현황이다.

㈜영풍, 고려아연, 알란텀, 엑스메텍, 영풍문고, 인터플렉스, 케이지인터내셔날, 코리아써키트, 클린코리아, 테라닉스, 고려중장비, 서린상사, 서린정보기술, 서린투자개발, 세원텍스타일, 시그네틱스, 영풍개발, 영풍전자, 영풍정밀, 유미개발, 케이지엔지니어링, 코리아니켈, 케이지그린텍, 케이지인바이로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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