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살인 잔혹·엽기 범죄 급증 내막 <긴급진단>

2011.04.12 08:53:54 호수 0호

참을忍 사라진 대한민국…참을 수 없는 ‘살인의 추억’

최근 잔인하고 엽기적인 수법의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살해하는가 하면,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사체를 내다버리는 패륜범죄도 멈추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최소한의 도덕성마저 무너져 내린 흉악 범죄의 홍수 속에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툭하면 살인을 저지르는 대한민국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지적이다. 참을忍이 사라진 대한민국.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그 해답을 찾아 나섰다.

최근 엽기적 살인사건 잇따라 터져 문제 심각 
존속살인은 물론, 홧김에 사람 죽이는 일 많아

살인사건에서 잔혹성이 가장 심하게 드러나는 범죄 유형은 패륜범죄라 할 수 있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거나 부모가 자식을 살해한 등 최소한의 도덕성을 포기한 이런 살인사건은 살인 그 자체만으로 끝나지 않고, 사체를 유기하거나 훼손하는 절차가 이어진다.

또 최근에는 아내와 남편, 동거녀와 동거남, 여자친구와 남자친구 등 사랑이라는 감정이나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 발생 빈도도 매우 높다.



최근에는 존속살인의 유형도 달라져 관심을 끈다. 예전에는 부모의 재산이나 보험금을 노린 존속살해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진로·이성교제 등 통상적 수준의 갈등이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대한민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10대 중학생의 일가족 방화 살인사건도 이 같은 경우다. 자신이 원하는 예술고 진학을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반감을 가진 아들이 이에 분노를 느끼고 집에 불을 질러 부모와 여동생, 할머니 등 일가족 4명을 숨지게 한 것. 당시 범행을 저지른 중학생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얼마나 큰 사건인지 몰라 국민들에게 더욱 충격을 줬다.

잔혹 살인의 최고봉
존속살인, 유형 바뀌어

그런가 하면 올해 들어 이 같은 패륜범죄가 특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는 김모(38)씨가 자신의 아버지(78)를 13층 높이에서 내던져 숨지게 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아버지가 무슨 큰 잘못을 했기에 13층 높이에서 내던지는 극악무도한 짓을 서슴지 않았냐는 것.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전에도 강도강간, 특수절도 등 14차례의 전과가 있었다.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김씨는 평소 아버지와 자주 다퉜고, 이날도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아버지와 다툰 후 둔기로 아버지를 때린 뒤 아파트 복도로 피한 아버지를 뒤쫓아 가 밖으로 던져버린 것.

특히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죽여 달라고 해서 아파트 밖으로 던졌다"고 말해 충격을 줬고,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르고도 자신 명의의 통장 등을 가방에 챙겨 도망가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같은 달 13일 은평구에서는 머리를 염색했다고 꾸짖는 아버지를 살해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날 양모(35)씨는 염색한 자신의 머리를 보고 꾸짖으며 뺨을 때린 아버지(67)의 머리를 목검으로 가격해 살해했다. 이후 사체 처리에 고심하던 양씨는 16일 경기도 화성시 공터에서 드럼통에 휘발유를 넣고 사체를 불태우는 잔인성을 보였다.

패륜범죄 스트레스 탓?
사회적 불안감 분노 불러

전문가들은 가족을 대상으로 한 패륜범죄가 급증한 것에 대해 가족 내부보다는 사회적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확대 등 외부환경 변화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가족생활 만족도 등 사회 지표를 보면 최근 들어 가족관계가 약화됐다는 증거를 찾아보기 어렵고, 대신 사회·경제적 스트레스가 증가했다는 자료는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이런 스트레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부에서 스트레스가 주어질 때 인간은 주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불만을 표출하게 되고 가족 구성원은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으로 이런 불만을 듣고도 완충시키지 못하면 느꼈던 분노가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로 유명한 표창원 교수 역시 "스트레스가 만연한 상태에서 가족 내에 중재자가 없거나 대화를 통한  해결 능력이 떨어지면 갈등이 증폭되고 감정이 폭발하면서 충동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아동기에 학대를 당한 자녀가 성인이 돼서도 부정적 상황에 부닥치면 그 탓을 부모에게 돌리면서 앙갚음 심리가 작용해 존속 살해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지적이 있어 섬뜩하다.

문제가 이 같이 심각해지자 가족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사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족 내부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뜨겁다.
존속살인, 패륜범죄는 악순환으로 계속될 수 있으므로 이고리를 끊으려면 경찰과 이웃, 상담기관이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잔혹살인 대상
가족만이 아니야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잔혹한 살인의 대상이 가족뿐만이 아니라는데 있다. 최근 범죄 동향을 살펴보면 홧김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살해하기도 하고, 오랜 시간 알고 지냈던 친구나 지인을 한 순간의 분노 때문에 살해하기도 한다.

존속살인, 패륜살인이 가정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정 내에서 풀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 발생했다면, 이 같은 홧김 살해나 잔혹한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달 23일 "말투가 건방지다"는 이유로 신원을 알 수 없는 10대 여성을 폭행하고 살해한 뒤 사체를 내다버린 조모(17·여)양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양은 속칭 보도방을 운영하며 노래방 도우미 등을 하며 지냈고, 2살 아래의 남동생과 동생친구 등 5명과 합세해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피해자를 자신들의 모임에 포섭하려다 실패한 뒤 "말투가 건방지다. 나이도 어린데 왜 반말 하느냐"며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

이어 같은 달 31일 부산지법 형사합의6부는 주점에서 술을 마신 후 여종업원과 다투다 홧김에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모(46)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내렸다. 

우울증도 범죄에 한 몫, 스트레스 줄여야 해 
한국인 특유 심리구조 탓? 정신과적 접근 필요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9월3일 오전 4시께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서 주점 종업원 황모(62·여)씨가 자신을 무시하며 욕을 하자 홧김에 황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시신을 경남 함양군의 한 야산에 묻은 혐의로 기소됐다.

전문가들은 별것 아닌 이유로 잔혹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도 항상 화를 내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를 제어할 시스템이 없어 폭발 직전의 임계점에 이르렀고, 이 때문에 평범한 사람도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고 억누르기만 하면 한 번에 분노가 표출되면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

또 일각에서는 한국인 특유의 질병인 화병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서양인들은 기분이 나쁠 때 울적해 하는데 비해 한국인들은 분노하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신과 전문의들은 한국인들이 화를 내는 심리구조가 정신적 문제를 짜증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가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에 화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이로 인해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을 경우, 한 번에 화가 폭발하거나 분노가 치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

나아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만 화를 내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를 새롭게 편집하는 버릇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상사나 동료의 아무 의미 없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 나를 업신여기는 무례한 말투라고 해석해 버리면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결국 나를 계속 무시한다면 나도 앙갚음을 하겠어라는 충동적 스토리를 완성하게 된다고.

마지막으로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신병적인 측면에서의 접근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사회에 들어 우울증, 조울증 등의 정신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이 늘고 있으며, 나아가 정신분열증이나 환청, 환각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이들은 치료를 받고 있으면서도 어느 한 순간 방심하게 되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 스스로 컨디션 조절을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자신만의방법이 있다면 타인과의 불화를 막을 수 있고, 나아가 어느 한 순간의 실수로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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