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차라리 개와 이야기하자

2017.01.02 11:10:22 호수 1095호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가 지난 9월, 필자와 아내에게 한마디 상의 없이 생후 2개월 된 강아지를 분양받아왔다. 바로 사진에 등장하는 강아지, ‘비숑’과 ‘시바’의 믹스 견으로 이름은 ‘둥둥’이다.



둥둥의 등장에 필자나 아내는 적잖이 당황해했다. 우리 부부는 가정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일에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의 뒤늦은 간청으로 인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였다.

우리 부부가 걱정했던 부분은 시도 때도 없이 싸대는 똥과 오줌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물론 딸아이의 노력이 있었지만 2주 정도 지나자 대소변을 스스로 가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닌 베란다 하수구에다 볼 일을 보고는 했으니 그처럼 다행스러운 일은 없다 생각했다.

한동안 순조롭게 동거가 지속되던 어느 날부터 둥둥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집안에 사람만 없으면 온 집안을 휘젓고 눈에 띄는 대로 이빨로 갉아대더니 급기야 집안의 대문(출입문) 기둥을 갉아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일로 화가 하늘까지 치밀어 올랐다. 다른 건 차치하고 집안의 중심을 건드리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하여 한날 아이가 외출한 틈을 타 둥둥을 ‘한국동물보호협회’로 보내버렸다. 말이 좋아 보호협회지 실상은 ‘유기견센터’로 동물들의 최종 종착지였다.

외출해서 돌아온 아이가 둥둥이 보이지 않자 소재를 물었다. 더 이상 집에서 키울 수 없음을 통보했고 상기의 장소로 보냈음을 이야기했다. 이후 며칠간 아이가 울고불고 하더니 한 일주일 뒤에 제 엄마를 꼬드겨, 제 엄마를 통해 나를 설득시키고 다시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이제 상기의 사진으로 돌아가 보자. 필자가 막걸리를 마시면서 둥둥에게 상생에 대한 지침을 주는 장면이다. 상기의 모습처럼 여러 차례에 걸쳐 함께 살기 위해 지켜야할 지침을 주었고, 이제는 우리 집, 아니 딸아이의 동반자로 거듭나고 있다.

우연히 딸아이가 찍은 동 사진을 접하자 문득 이 나라의 실세라는 청와대의 진돗개들에게도 동 행위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라 간략하게 기술해봤다.

▲새해를 맞이해 제 글을 읽어주는 고마운 독자님들을 위해, 이 고달픈 상황에 한번 웃어보시라고 이 글로 대체합니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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