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약속 지키지 않는 지도자

2016.12.07 15:56:36 호수 0호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입니다. (중략) 국민들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의 원로님들과 종교 지도자분들,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습니다.”(지난달 4일, 2차 대국민 담화)



“이건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내에 소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중략) 이제 저는 이 자리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 담화)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 그간 세 번 동안 가졌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거짓말이 돼버렸다.

지금껏 대국민 담화를 통해 나왔던 약속들 중 제대로 지켜진 약속이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담화 직후 한 청와대 출입기자가 질문하자 “가까운 시일 내에 여러가지 경위에 대해 소상히 말씀드리겠다. 질문하고 싶으면 그때 하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박 대통령은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검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 하겠다”고 4000만 국민들 앞에서 약속했다. 다수의 국민들은 억울한 부분이 있더라도 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해명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검찰이 제시한 날짜를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끝내 응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사회 각계의 원로들과 종교 지도자들도 만나겠다고 했으나 이 또한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여야 대표와 자주 소통하겠다고도 했으나 이마저도 딱 한 번의 제의를 야당 대표들이 거부하면서 역시 지켜지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는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니, 아예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말마다 추운 광화문 밤거리에 촛불 하나 들고 거리로 나서 “퇴진하라”고 외치던 수백만 민심의 목소리를 보기 좋게 외면했다.

이 와중에도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서 ‘4월 조기퇴진 6월 조기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방안을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쭉 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야하라”는 국회의 요구도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 비박(비 박근혜)계, 일부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탄핵 주장 목소리가 커지면서 박 대통령의 대한 탄핵은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 새누리당도 본회의 표결 시 당론 채택 대신 개개인 소신에 맡기는 당일 자율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탄핵 디데이’가 불과 하루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9일 국회 탄핵 표결이 가결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찬스다. 탄핵소추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권한은 정지되기 때문이다.

이제 박 대통령에게 남아 있는 결정의 시간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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