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아마추어 실종사건 전말

2016.11.28 09:53:58 호수 0호

대회마다 그 얼굴이 그 얼굴

최근 일본 골프계가 발칵 뒤집혔다. 일본 여자 골프대회 가운데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일본여자오픈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우승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일 일본 도치키현 나스가라스야마의 가라스야마조 컨트리클럽(파71·6506야드)에서 열린 일본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하타오카 나사(18)가 쟁쟁한 프로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난이도 높아진 ‘통곡의 벽’
프로선수 기량상승 반대급부

올해 49년째를 맞는 일본여자오픈에 아마추어 선수 우승은 유래가 없던 일이었다. 일본 여자프로골프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아마추어 우승자는 하타오카가 처음이다.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메이저대회 우승은 더욱 어렵기에 하타오카의 일본여자오픈 제패 소식은 일본 골프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골프는 다른 종목보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실력 차이가 크지 않다. 아마추어 고수가 프로 선수를 능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급 프로 선수가 대부분 출전하는 대회에서 아마추어 선수 우승은 어렵다. 수준 높은 선수가 많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아마추어 선수 우승은 25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높은 벽 실감

1991년 당시 대학생이던 필 미컬슨(미국)이 노던 텔레콤 오픈을 제패한 뒤 아마추어 우승은 씨가 말랐다. 이렇듯 PGA투어의 문턱은 아마추어 선수가 넘기에 너무 높다. 현재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2012년과 201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캐나다 여자오픈을 2년 연속 우승했다. 리디아 고에 앞서 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아마추어 선수는 1969년 버딘스 인비테이셔널을 제패한 조앤 카너(미국)다. 리디아 고는 LPGA투어에서 무려 43년 만에 나온 아마추어 우승자였다. 2007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아마추어 신분으로 아칸소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적이 있지만, 악천후로 대회가 18홀 경기로 치러져 공식 기록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한국 남녀 프로골프에서는 한때 ‘프로 잡는 아마추어’가 대세였다. 특히 한국여자프로골프(KL PGA) 투어는 여고생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뉴스도 아니었던 시절이 있었다. 투어 창설 이후 무려 30차례나 아마추어 선수가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서는 광경이 연출됐다. 아마추어 정상급 선수라면 프로 무대에 뛰어들기 전에 프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필수 과정으로 여겨졌다.


박세리(39·하나금융)는 프로 전향 전 프로 대회에서 6승을 올렸다. 1995년에는 4승을 거둬 다승 1위였다. 1995년에는 KLPGA투어 대회 12개 가운데 절반인 6개 대회 우승컵이 아마추어 선수에게 돌아갔다. 박세리 말고도 김미현, 박소영이 각각 한 차례씩 우승했다. 서아람, 정일미, 강수연, 장정, 이미나, 송보배, 박희영, 최나연, 김효주 등 한국 여자프로골프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선수들은 아마추어 시절에 프로 대회 우승 트로피를 안아봤다.

그렇지만 아마추어 전성기도 막을 내린 지 벌써 4년이 넘었다. 2012년 김효주가 롯데마트여자오픈 정상에 선 이후 아마추어 우승자는 나오지 않았다. 한국 남자 골프 역시 아마추어 우승은 아주 드문 일이 됐다. 2013년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 이창우가 우승한 뒤에는 없다. 이창우에 앞서 같은 해 이수민이 군산오픈에서 우승했지만 둘 다 2006년 김경태의 삼성베네스트오픈 우승 이후 7년 만이었다.

한때 프로 잡는 아마추어가 대세였는데…
4년째 트로피 들어 올린 아마선수 ‘제로’

국내에서도 아마추어 우승이 드물어진 이유는 프로 선수의 기량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됐기 때문이다. 2000년 이전에 활동한 KLPGA투어 프로 선수 가운데 상당수는 어깨너머로 골프를 배우고 자신의 재능만으로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프로 선수가 되려면 재능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게 박소영 국가대표 코치의 분석이다. 아마추어 시절인 1995년 KL PGA투어 휠라 오픈에서 우승했던 박 코치는 “요즘 프로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성장했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프로 무대에 올랐다”며 “기량은 물론 경험과 정신력에서 아마추어들이 상대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스 난이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프로 선수들은 매주 어려운 코스에서 경기를 치른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비교적 쉽게 세팅된 코스에서 드문드문 경기하다가 어쩌다 출전한 프로 대회에서 쩔쩔매기 마련이다. 그래도 기량이 워낙 출중하다면 아마추어 선수라도 프로 대회 우승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현격한 실력차

일본여자오픈은 4라운드 우승 스코어가 4언더파에 불과한 난코스에서 열렸지만, 아마추어 하타오카가 우승했을 뿐 아니라 니시무라 유나(공동 6위), 나가노 미노리(공동 10위) 등 3명의 아마추어가 10위 이내에 입상했다. 미국 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와 미국 주니어여자골프선수권대회를 한꺼번에 우승한 성은정(17·영파여고)은 지난 6월 KLPGA투어 비씨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연장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언제든 우승이 가능한 재목임을 입증했다. 국가대표 에이스 최혜진(17·학산여고)도 지난 4월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는 등 프로 대회 우승을 넘보는 실력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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