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탁의 정석투자>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2016.11.10 09:06:15 호수 1092호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등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 또는 몇 년간의 최고치를 경신하는 마당에 그보다 훨씬 가벼운 몸집의 한국 주가는 번번이 2000 초반을 넘어서면서 뒷걸음질 친다. 이번만은 다르다며 근거를 대던 애널리스트들은 이제 잔뜩 움츠려 들었다.



자꾸 틀리는 것은 사실 그들 탓이 아니다. 주가는 경제 현실과 잠재 성장률을 반영하는데 그것들이 바로 정치에 꺼둘리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와 경제 현실을 짚어 보려니 이게 참 새삼 일러 무삼하리요.

첫째, 한국에는 성장 산업이라고 할 만한 산업군이 없다. 오히려 사양산업이나 경쟁력을 잃어 구조 조정만을 기다리는 산업은 당장 떠오르는 게 많다.

그 동안 4대강, 자원 개발, 창조 경제로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갔지만 이렇다 하고 내세울 만한 산업 하나 없는 나라가 된 것이다. 국방과 에너지 등에 예산의 2/3 정도를 퍼붓고 있지만 그간 만들어 낸 것은 엄청난 비린내(비리 냄새) 뿐이다.

이렇게 서서히 경제 구조가 취약해지다 보니 무역 수지가 흑자를 보이긴 해도 수출과 수입이 함께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 구조가 돼 버렸다. 불황이란 것은 언젠가 호황이 기다리고 있다는 얘긴데 그것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용어가 된 것인가.

여기에 가계 부채는 커다란 뇌관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1260조라니! 일본이나 중국이 부채가 많다고 하지만 일본은 국가 부채고 중국은 기업 부채가 많아 한국과는 다른 현실이다. 가계 부채가 이 정도이니 무슨 돈으로 주식을 사고 내수 경기가 살아나겠는가?


한국처럼 수출 의존적 경제에서 수출 경기는 외교에 의존하는 바가 큰데, 때는 바야흐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새 판을 짜는 마당이다.

그런데 시스템과 인재 그리고 고뇌의 결단에 의존하지 않고 사욕에 가득 차 천방지축인 사람들과 범죄자들이나 쓰는 대포폰으로 소통하며 세계의 눈흘김을 집중시킨 청와대가 멋진 대처를 할 수 있겠는가? 갑자기 개성 공단을 철수시키는 의아한 과단성을 보인 끝에 지금 수많은 통일부 직원들은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지 모르겠다.

공무원 조직은 장관을 보고 장관은 업무 파악을 제대로 안 해도 청와대만 보고 있으면 되는데 거기서는 또 은밀하게 대포폰으로 지성과는 거리가 먼 어떤 아줌마와 기업들의 주리를 틀 방법만 속삭이고 있었는가?

그들을 보면,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은 없지만 “정직하라” “타인을 배려하라” “겸손하고 약자의 말에 귀 기울여라”라고 교육을 시켜야 옳은 것이겠지? 하면서도 무능한 부모의 세상 물정 모르는 말 같아 고개를 떨구게 된다. 이화여대 사태를 보고 말문을 잃는다.

한국의 젊음은 세상을 지배하는 룰이 공정함, 배려, 정직 등이 아니고 협잡, 부도덕이라고 배워야 하는가? 선거철이 되면 별의별 이름으로 그룹을 지어 몰려다니며 국민에게 큰 절을 올리고 표를 구걸하던 사람들이 표를 준 국민에 대한 의리는 온 데 간 데 없고 헌법 1조부터 어기며 조폭 의리를 강조하는 행태를 보고 젊은이들은 뭘 배울까?

따진다면 사실 표를 가진 ‘그대와 나’의 잘못으로 한국의 미래가 멍들고 가슴이 뜨거운 젊은이들에게 분노와 좌절을 안긴 것이다.

이제 한국 경제와 주가가 상승하는 동력은 국민이 터무니없는 집단에게 당하고 있는 현실을 분명히 알았다는 것, 좋은 리더를 분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그래서 하루 빨리 그렇게 되면 외교, 안보 그리고 산업 경제를 위해 지금보다는 훨씬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공정한 돈, 부정한 돈이 흘러 나와 돌고 도는 투명한 통로를 만들어 주면 다시 경제는 도약하고 주가는 상승하고 젊은이들은 사랑하고 결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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